세계 공급망 대란, 에너지위기 등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달성할 수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탄소제거(CDR)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협력이 어느때보다 강화돼야 한단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의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IEA의 넷제로 로드맵은 파리협정 내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2021년 첫 보고서가 발표됐고, 이후 지난 2년간 세계 에너지 전환 및 국제사회 최신 동향을 반영해 보고서가 갱신됐습니다.

IEA는 보고서에서 “1.5℃로 가는 길이 좁아졌다”면서도 “청정에너지 성장 덕에 그 길이 여전히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번 넷제로 로드맵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을까요?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탄소배출량 10년 안에 정점”…1.5℃ 억제 위해선 과감한 조치 필요 🌡️

앞서 2021년 IEA는 보고서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이하 NZE 시나리오)’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 순배출 제로(0) 경로를 달성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유지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접근성 목표 100% 달성이란 전제로 전망된 시나리오입니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국가별로 처한 여건이 다르긴 하나, 거시적 관점에서 IEA의 NZE 시나리오와 로드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단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번에 IEA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에너지 부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1% 증가한 약 370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IEA는 배출량이 10년 안에 정점에 이른 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청정에너지 확대와 전기자동차의 기록적인 판매 덕에 화석연료 수요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IEA는 “이는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궤적과 일치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IEA는 지적했습니다.

 

▲ IEA는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3배 이상 늘어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iStock

2년만에 갱신된 ‘2023년 넷제로 로드맵’ 속 세부 내용은? 🤔

IEA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이 현재보다 25%가량 줄어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량이 대폭 줄지 않는 이상 1.5℃ 제한 목표 달성이 어렵단 것이 IEA의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NZE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 크게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 ▲에너지 집약도 개선 ▲메탄(CH4) 배출량 감축 등을 제시했습니다.

 

 

1️⃣ 재생에너지 확대|2030년까지 발전량 현재보다 3배 ↑ ⛅

먼저 IEA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늘리면 화석연료 수요를 25% 이상 낮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에 대해 IEA는 “NZE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가장 큰 배출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조 8,000억 달러(약 2,400조원)로 예상됩니다.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대 초반까지 연간 4조 5,000억 달러(약 6,00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단 것이 IEA의 계산입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가장 신속하게 배치될 수 있을뿐더러, 비용효율적이라고 IEA는 덧붙였습니다.

 

▲ 2010년과 2022년을 비교한 결과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 청정에너지 설비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IEA 제공 그리니엄 번역

IEA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있어 “주요 선진국과 중국의 경우 1.5℃ 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개발도상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더 강력한 정책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2050년보다 탄소중립 달성 시기가 빠를 수 있으나, 개도국과 신흥국의 경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모든 국가에서 ▲전력망 허가·확장·현대화 ▲공급망 병목 현상 해결 ▲원자력발전소 확대 ▲섹터커플링* 활용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IEA는 피력했습니다.

NZE 시나리오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전력망을 매년 약 200만㎞씩 확장해야 한다고 IEA는 덧붙였습니다.

*섹터커플링: 독일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가변성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 및 저장하고, 난방이나 수송과 같은 다른 부문과 결합하는 시스템이다.

 

2️⃣ 에너지 집약도 개선|전기차·히트펌프 등 에너지 개선 속도 2배 ↑ ⚡

2030년까지 에너지 집약도 개선 속도를 2배로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IEA는 설명합니다.

일례로 운송에 사용되는 석유 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을 동시에 줄이는 것이 필요하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IEA는 전기차와 히트펌프 같은 기술이 에너지 집약도 개선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판매는 최근 성장세 덕에 2030년까지 전 세계 신차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히트펌프 판매량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IEA는 전기차와 히트펌프에 대해 “NZE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 감소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전했습니다.

 

3️⃣ 메탄 배출량 감축|현 기술로 에너지업계 메탄 배출 75% 감축 가능 ☁️

이와 함께 메탄(CH4) 배출량 감축도 필수라고 IEA는 강조했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8배는 더 높기 때문입니다.

메탄 배출량의 약 40%는 에너지업계에서 나옵니다.

IEA에 의하면, 2022년 석유·가스·석탄·바이오에너지업계가 배출한 메탄은 1억 2,200만 톤입니다.

부문별 배출량은 석유업계가 가장 많았고, 이어 석탄, 가스, 바이오에너지 순으로 높았습니다.

지난 3월 IEA는 ‘글로벌 메탄 추적 보고서’에서도 에너지업계의 메탄 배출량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노후시설 개선이나 메탄 누출 감지기 등 현존하는 기술만 활용해도 에너지업계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금번 넷제로 로드맵에서도 에너지업계의 메탄 배출량 감축 노력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습니다.

 

 

IEA “기후테크 등 혁신 기술, 탄소중립 달성에 큰 역할” 🧪

한편, 2021년 NZE 시나리오 제작 당시 시장에 공개되지 않았던 기술들이 불과 2년 사이 급속도록 개발됐다고 IEA는 밝혔습니다. 즉, 2년간 기후테크가 급속도록 개발됐단 뜻입니다.

2021년 NZE 시나리오에서 시장에 미공개된 기술, 즉 실험 단계에 머물렀던 기술이 46%에 이르렀으나 2023년에는 34%로 12%p(퍼센트포인트) 줄어든 것.

IEA는 “나트륨이온배터리 첫 상용화가 2023년 발표됐고, 고체산화물 수소 전해조의 상용 규모 시연도 현재 진행 중”이라며 “(기후테크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혁신 기술들이 국제사회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고,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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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모아보기]
①: 에너지위기 등 악조건에도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 가능…방법은?
②: “연간 50억 톤 탄소제거 필요”…탄소중립서 CCS·수소 평가 하향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