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경까지 국제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IMO 회원국들은 지난 3일부터 7일(현지시각)까지, 닷새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이같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회의에는 150여개 IMO 회원국과 42개 국제기구 등이 참여했습니다.

국제 해운 분야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신 IMO에서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따로 정합니다. 이는 선박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입니다.

 

IMO “2050년 무렵 국제 해운 부문 탄소중립 달성할 것”

먼저 회원국들은 2050년 혹은 2050년 무렵에 국제 해운 탄소중립에 도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러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IMO에 의하면, 현재 해상 운송에서 발생한 탄소는 전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합니다.

합의문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20%(30%까지 노력),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 감축할 계획입니다. 이후 2050년경까지 국제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것.

당초 IMO가 2018년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전략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탄소배출량이 거의 없는 대체연료의 사용 비율은 2030년까지 적어도 전체 연료의 5% 이상으로 정해졌습니다. 또 이를 10%까지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회원국은 합의했습니다.

다만, 단계적 감축량의 경우 의무목표가 아닌 점검 차원의 지표입니다. IMO는 “이 지표가 각 국가의 자율적인 감축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MO는 이번 합의에 대해 “역사적 합의”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국제 해운 부문의) 기존 온실가스 감축 전략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 목표에 맞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ICCT는 “이번 전략은 파리협정 내 상승폭 2℃를 넘지않는다”며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주요 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미흡할뿐더러 구속력이 없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는 파리협정의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상 운송 부문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45%까지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국제해사기구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개회식의 모습 ©IMO

국제 해운 부문 온실가스 감축 위한 세부 조치 2027년부터 시행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추가 규제, 즉 중기 조치로는 ‘목표 기반 연료유 표준제’‘배출된 온실가스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가 결합된 조치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료유 표준제는 연료유별 온실가스 집약도를 제한함으로써 점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입니다. 온실가스 가격 부과 제도는 말 그대로 ‘탄소세’를 부과한단 것입니다.

이번 회의는 개념적 의미에 합의만 이루어진 것입니다.

구체적인 조치는 규제 도입이 국가와 해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분석이 완료돼야 합니다. 이후 규제 수준·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이행방안이 마련된 후 2027년부터 시행될 계획입니다.

현재 이들 제도에 대한 영향평가 및 이행방안 개발이 착수된 상태입니다. 회원국들은 국제 해운 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기 조치를 2025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같은기간 향후 도입될 감축조치가 국가별 경제와 수출입 시장 등 광범위한 범위에 미치게 될 ‘종합영향평가’도 착수합니다. 종합영향평가 중간보고서는 2024년 상반기에 나오며, 최종보고서는 같은해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 프랑스 등 22개국은 국제 해운 내 탄소세 부과를 요구했으나 중국과 남미 국가 등을 중심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 모아졌다 ©greenium

“국제 해운 내 탄소세 부과 놓고 선진국 vs 개도국” 🥊

한편, 탄소를 배출한 만큼 부담금을 납부하는 온실가스 가격 부과 제도를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프랑스와 우리나라 등 22개국은 국제 해운 부문에 일률적인 탄소배출세를 부과하는 안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서 해운업계 내 탄소세 부과를 의제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요구가 선진국의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탄소세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중국은 개도국에 지나치게 높은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국제 해운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탄소세가 물류비용을 크게 증가시켜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격을 부과하는 조치는 영향평가 및 이행방안을 거쳐 세부 내용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IMO 탄소중립 목표, 국내 중소선사 타격 불가피…“정부 차원 지원 필요” 💰

IMO의 2050년경 탄소중립 달성 선언을 놓고 국내 해운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양세입니다.

탄소중립에 대응 중인 대형선사들은 부담이 덜하나,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선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단 분석도 나옵니다.

해운업이 우리나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심의·의결한 상태입니다.

전략은 IMO 규제대상인 5,000톤 이상 외항선 867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한단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유럽·미주 정기선대 60%(118척)이 우선 전환 대상이며, 2050년까지 노후한 외항선 100%를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금융부문 지원도 추진됩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제 해운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선박과 연료 분야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정부나 몇몇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며 “정부를 비롯한 해운·조선·에너지업계가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