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으로 재원이 몰리고 있단 사실을 더는 놀랍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의 그린딜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국이 앞다퉈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203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145조 원을 투자해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향후 5년 이내 기후테크 산업이 1조 4,000억 달러(약 1,87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후테크 기업을 위한 보조금도 각국에서 연이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기후테크 기업 당사자는 정작 어떤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단 것입니다. 국가별로 보조금이 다양할뿐더러, 관리주체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단 지적이 나옵니다. 국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기후테크 보조금을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사업이 새로 떠올랐다고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전했습니다.
그린딜·IRA 따른 보조금만 1조 달러…“어디서 어떻게 받는지 몰라” 🤔
EU 그린딜과 미국 IRA에 따른 세액공제나 보조금만 약 1조 달러(약 1,3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치가 보수적이란 말도 나옵니다.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IRA만 놓고 보면 1조 2,000억 달러(약 1,605조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또 약 3조 달러(약 4,0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관별로 전망치는 다릅니다. 단, 이들 보조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없단 문제는 변하지 않습니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리와이어링아메리카란 시민단체는 IRA에 따라 소비자가 에너지 전환에 동참할 시 얼마만큼의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홈페이지를 개설한 적이 있습니다.
간단한 주소를 입력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공개됩니다. 다만, 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단 한계가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성 개선 도울 보조금 추적하는 美 업프론트 💰
업프론트(Upfront)란 스타트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문을 연 업프론트는 소비자와 기업이 받을 수 있는 기후테크 보조금을 모두 추적한 DB를 구축해 안내하는 것이 주 사업입니다.
업프론트는 주로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관련된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추적합니다.
예컨대 미국 내 주택 소유자가 히트펌프나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 시, IRA에 따른 혜택을 어디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하는 것. 홈페이지에 입력된 고객 정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나 보조금을 안내한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토마스 스티븐 업프론트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보조금과 세액공제에 관한 포괄적인 DB가 없다”며 “이를 추적해 안내하는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CEO는 시드투자에서 약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생성AI로 보조금 제안부터 신청서 작성까지 돕는 파이오니어” 💸
2022년 설립된 파이오니어(Pioneer)도 기후보조금 추적 DB를 운영 중입니다. 업프론트 보다 기업에 특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회사 설립자 겸 CEO인 미트코 시메오노프는 “기업들이 보조금을 신청할 때 직면한 큰 문제 중 하나는 일정과 과정”이라며 “신청서 작성도 간단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시메오노프 CEO가 도입한 것은 생성AI입니다.
기업이 제공한 사전정보를 기반으로 생성AI가 신청서 초안과 지원 문서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전체적인 일정 관리를 위한 페이지도 운영됩니다.
파이오니어가 개발한 자체 생성AI는 기업들이 각기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목록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보조금 DB와 기업들의 공개 및 비공개 정보를 생성AI가 확인한 후 잠재적으로 일치한 경우만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메오노프 CEO는 본인의 과거 이력이 회사 운영에도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인공지능(AI)과 자연언어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을뿐더러, 과거 트위터(현 엑스)에서 AI 모델을 개발해 배포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물류·배터리·완성차 업체 내 여러 고객이 자사의 DB와 시스템을 이용 중이라고 시메오노프 CEO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작년 9월 파이오니어는 290만 달러(약 38억원) 규모의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기후 전문 벤처캐피털(VC) 콜라보레이티브펀드 등이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크크런치, 기후보조금 추적 사업 출연 “역사상 가장 독특한 위치” 📊
기후보조금을 전문으로 추적하는 앱과 사업 출연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기후테크가 역사상 가장 독특한 지점에 있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요국 정부의 감축목표와 정책이 곧 시장의 수요를 창출한단 것. 이 시장이 더 커진단 것이 주요 기관의 전망입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50년까지 연간 3조 5,000억 달러(약 4,670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이 수치를 인용하며 “앞으로 수십년간 기후테크 시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현금 흐름도 당분간 둔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업프론트나 파이오니어 같은 또 다른 기후보조금 추적 스타트업이 향후에도 계속 생겨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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