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 정부에서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보면 기후테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요소들이 보인다. 정부가 나서서 기후테크 기업들을 격려하고 관련 시장을 육성하겠단 계획인 만큼 초기 기후투자 분야는 역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일 소풍벤처스가 주관한 ‘임팩트 클라이밋’ 세미나에서 브라이언 장 콜라보레이티브펀드(Collaborative Fund) 아시아총괄대표가 밝힌 말입니다. 이날 장 대표는 아시아·미주 지역을 중점으로 한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 현황 및 투자 현황’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장 대표는 그럼에도 “기후테크 시장은 역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IRA 법안 통과 이후) 미국 내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 대표는 콜라보레이티브펀드가 최근 출시한 2억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 ‘콜랩 SOS(Collab SOS)’도 소개했는데요.

우리나라 기후테크 스타트업들도 해당 펀드에 지원할 수 있는지 그리니엄이 취재했습니다.

 

▲ 지난 1일 ‘임팩트 클라이밋’ 세미나에서 브라이언 장 콜라보레이티브펀드 아시아총괄대표가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 현황 및 투자 현황’을 주제로 발제했다. ©greenium

“즐겁고 살기 좋은 세상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

우리에게는 생소한 콜라보레이티브펀드. 벤처투자업계 거물인 크레이그 샤피로가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2010년 만든 곳입니다. 현재 운용자산은 약 2조 원대에 육박합니다.

이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우선순위는 개인과 세상의 발전(better for me, better for the world)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장 대표는 “즐겁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콜라보레이티브펀드는 그런 관점에서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 비욘드미트(Beyond Meet) 등 유명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공유차량 서비스 쏘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 등 국내 스타트업에도 투자한 바 있는데요. 펀드 설립 초기부터 환경과 공유경제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장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콜라보레이티브펀드가 기후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은 두기 시작한 것은 2017년입니다. 당시 펀드는 재생에너지 및 신소재 개발 스타트업 투자에 눈을 돌렸는데요. 메탄(CH4)으로 플라스틱을 만든 미국 테크 스타트업 망고매테리얼스(Mango Materials),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공급을 목표로 하는 단델리온에너지(Dandelion Energy) 등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 온실가스와 순환성 모두 잡은 플라스틱 만든 망고매태리얼스?

 

▲ 올해 5월 출시된 ‘세어 퓨처 펀드(SFF). 기후테크 스타트업 창업가 및 연구자를 위한 펀드이며, 선정 시 최대 10만 달러가 지원된다. ©Collaborative Fund

기후테크 육성 위한 SFF·SOS 펀드…“한국 기업도 신청 가능토록 준비 중” 🤔

투자를 진행할수록 기후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장 대표는 밝혔는데요. 이에 콜라보레이티브펀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지난 5월 ‘셰어 퓨처 펀드(SFF·Share Future Fund)’를 출시했습니다.

장 대표는 SFF 펀드에 대해 “탄소포집, 탄소제거, 에너지, 푸드 등 주로 기후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라며 “최대한 빨리 투자할 수 있게, 신청서를 작성하면 10일 안에 답을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SOS 펀드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다면.

 

1️⃣ SFF 펀드: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펀드” ⚗️

농식품, 신소재, 탈탄소화 기술 등 기후솔루션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을 위한 자금입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R 피칭 등 기존의 복잡한 투자 심사 절차와 달리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면 끝입니다. 10일 안에 결과가 통보되며, 10만 달러(약 1억 4,100만원)의 자금이 지원됩니다.

장 대표는 “형식은 투자지만 내부적으로는 보조금(Grant) 성격이 짙다”며 “당장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회사 차원에서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장 대표는 “창업하신지 얼마 안 된 분들은 물론이고 막 연구실에서 나와 시장에 (기후테크) 기술을 선보이고 싶으신 분들이 과감하게 도전하는 펀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SFF 펀드는 올해 안으로 100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합니다. 아직은 미국 내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인데요. 이르면 오는 2023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 다른 기업들도 SFF 펀드에 신청할 수 있도록 현재 준비 중이라고 장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 올해 8월 출시된 ‘콜랩 SOS(Collab SOS)’ 펀드(왼)는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나왔다.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오)가 SOS펀드 출시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Collaborative Fund, Stella McCartney 인스타그램 캡처

2️⃣ SOS 펀드: 시리즈 D·E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펀드 💰

SOS 펀드는 SFF 펀드를 보조하고자 지난 8월에 출시됐습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2억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인데요. 영국의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패션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펀드 조성에 참여했습니다.

펀드 이름이 SOS인 이유에 대해 장 대표는 기후문제가 “2050년 탄소중립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긴급성을 가지고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는데요. 초기 창업가를 위한 SFF 펀드와 달리 시리즈 D·E 단계인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라고 장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SOS 펀드는 올해 출시 후 약 10개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콜라보레이티브펀드, SFF 펀드가 올해 10월까지 투자한 기업 포트폴리오 목록. ©온라인 Zoom 캡처

콜라보레이티브펀드, 투자서 ‘실행력, 브랜드가치’도 고려해 👀

장 대표는 “SFF와 SOS펀드는 주로 미국 내에서 투자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다만, 좋은 기술력과 실행력을 갖춘 곳이라면 세계 어느 기업이나 투자받을 수 있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장 대표는 기후테크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기 힘든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실행력을 볼 것”이며 “(해당 스타트업이)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을지, 처음에 작게 시작해도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지 본다”고 장 대표는 밝혔습니다.

기후테크 분야에서도 에너지, 식품 분야를 바라보는 투자 기준은 무엇일까요?

장 대표는 재생에너지, 탄소 제거(CDR) 등을 언급하며 “(에너지 분야의 경우)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일 수 있는 곳에 관심을 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소가 내뿜는 메탄을 포집하는 전자 마스크를 개발한 영국 스타트업 젤프(ZELP)를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 소 트림이 문제라고? 마스크를 씌우면 되지!

 

▲ 아머드프레시의 비건치즈는 올해 9월말부터 미 뉴욕주 대형마트 100여곳에 입점했다. ©Armored Fresh

장 대표는 식품 분야의 경우 “나름의 브랜드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례로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머드프레시(Armored Fresh)를 소개했습니다.

아머드프레시가 만든 비건치즈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또 9월 말부터 뉴욕주 대형식료품점 100여곳에서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비건치즈 내 새 지평을 열었단 평가가 나오는데요. 아머드프레시는 올해 상반기 270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투자에 콜라보레이티브펀드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장 대표는 “아무리 비건 치즈라도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안 했을 것”이라며 “(독보적인 사업자가 없는 분야에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머드프레시 이외에 콜라보레이티브펀드가 눈여겨본 기업을 짧게 소개한다면.

  • 단델리온에너지(Dandelion Energy) ⚡: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 혁신 서비스를 연구하는 조직 ‘구글X’에서 독립한 스타트업인데요. 2017년 설립됐고, 지열에너지를 활용해 기존 냉난방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해 말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로부터 약 3,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350억원)를 투자받았는데요. 콜라보레이티브펀드 또한 초기 투자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 프라임루트(Prime Roots) 🥓: 미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시작한 대체 단백질 개발 스타트업입니다. 미생물을 활용해 고기의 맛과 질감을 재현했는데요. 최근에는 대체 살라미 등을 개발 중입니다. 콜라보레이티브펀드는 2018년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 고기를 고기답게 만드는 건, ‘곰팡이?’

 

▲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모습. ©삼성전자

“한국 시장 충분히 매력적” 🌤️

한편, 한국 기후테크 시장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장 대표는 “제조업 부분에서 태양광 패널 등에서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아직 한국 기후테크 상황을 정확히 다 알지는 못한다”고 전제했는데요. 그는 “미국에 비해서는 기후테크 VC나 스타트업 수도 적고 초기 단계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한국시장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장 대표는 “한국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며 “(기후테크 기업은 아니나) 쿠팡, 토스, 배달의민족 등이 성공한 것을 보면 한국시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쿠팡의 뉴욕증시(NYSE) 상장 이후 미국 VC들의 (한국시장) 관심이 높아지긴 했다”고 덧붙였는데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한국 시장을 석권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투자기업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 대표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