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기후총회 역사상 ‘화석연료’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COP28 합의문에 처음 등장한 단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자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저탄소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단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국제기구·산업계·시민단체 등 9만여명이 참석하며 ‘무역박람회’와 비슷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계 및 단체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OP28 의장단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민관에 걸쳐 830억 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재원 약속이 발표됐습니다. 더불어 기업들도 잇따라 이니셔티브와 서약에 동참을 밝혔습니다.
COP28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계별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또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전 세계 배출량 10% 차지하는 패션도 혁신 필요” 🦾
분홍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까맣고 끈적한 액체에 흠뻑 젖는 동영상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했습니다.
이란계 미국 기후활동가 소피아 키아니가 기획한 ‘우리는 석유를 입고 있다(We wear oil)’ 캠페인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과 사진은 패션 잡지 ‘보그 아라비아’의 SNS에 게시됐습니다.
영상 속 까맣고 끈적한 액체는 석유를 은유합니다. 캠페인에 대해 키아니는 패션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패스트패션 유행이 이 의존을 강화하고 있단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패션 산업과 화석연료는 상호연결돼 있습니다. 화석연료는 합성섬유의 원료일뿐더러, 의류 생산 공정의 주요 에너지원입니다. 동시에 제품 유통 과정에서 운송 연료로도 사용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 산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합니다.
기후대응을 위해선 패션 산업 또한 혁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거센 상황.
이를 반영하듯 이번 COP28에서는 기후총회 처음으로 패션쇼가 개최됐습니다.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엑스포시티 ‘알 와슬 플라자’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패션쇼’입니다.
‘COP28이 패션 산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 지속가능성을 넘어 화석연료와의 연결 자체를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셌습니다.
COP28 최대 성과,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패션에 끼칠 영향은?” 🤔
앞서 언급한대로 COP28 최종합의문에는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다만, 이는 에너지 시스템에 한정됩니다. 플라스틱 등 화석연료를 원료로 하는 업계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단 말입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운송·농업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많은 분야가 선도적으로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패션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에서 화석연료 광고 금지 캠페인을 이끄는 리아 템퍼 활동가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패션 업계가 이번 합의문을 앞으로 다가올 더 깊은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팝 팬덤에서 출발한 기후대응단체 케이팝포플래닛 또한 COP28에서 명품 브랜드의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패션 업계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출범한 ‘기후행동을 위한 유엔패션산업 헌장(이하 유엔패션헌장)’이 대표적입니다. 케링, LVMH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H&M, 아디다스 등 130개 기업이 참여 중입니다.
그럼에도 이들 패션 기업의 배출량 감축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비영리단체 스탠드어스는 COP28 개막전인 지난달 29일 주요 글로벌 패션브랜드 14곳 중 11개의 최근 2년간(2021~2022년) 배출량이 증가했단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중 6곳은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보그비즈니스는 “패션 업계가 전례없는 방식으로 COP28에 참여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COP28에서 나온 패션 업계의 노력들이 환상에 불과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단순한 참여를 넘어 혁신적인 영향력과 함께 다른 부문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英 패션브랜드 스텔라매카트니, 효소 재활용 플라스틱 재킷 최초 공개 🧥
한편, 영국 패션브랜드 스텔라매카트니는 COP28에서 ‘스텔라의 지속가능성 마켓: 혁신적인 내일의 솔루션 전시’란 이름의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의류에는 차세대 소재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스텔라매카트니는 2년전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볼트스레드의 균사체 가죽 ‘마일로’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소재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올해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의류는 합성섬유 재킷이었습니다.
그간 균사체 등 바이오소재에 주목해온 스텔라매카트니가 화석연료 기반의 합성섬유 제품을 선보였단 점이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킷은 기존 합성섬유 재킷과 다릅니다.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사용해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들어진 의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생물학적 재활용 스타트업 ‘프로틴에볼루션’과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프로틴에볼루션은 지난 1년간 스텔라매카트니의 재고의류를 사용해 섬유간 재활용 과정을 실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된 컬렉션은 15개 기업이 개발한 여러 혁신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일례로 한 가방에는 LVMH와 샴페인 브랜드 뵈브클리코와의 협업으로 줄기 등 포도 부산물을 사용한 비건가죽이 사용됐습니다. 바이오소재 스타트업 킬랩스의 해조류 기반 섬유로 만든 드레스와 가방도 전시됐습니다.
COP28서 강조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H&M, 해상풍력 투자 발표” ⚡
COP28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서약이 나온 가운데 이에 호응하듯 주요 패션브랜드들은 잇따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에 투자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 5일 덴마크 패션브랜드 ‘베스트셀러’와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은 방글라데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총투자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베스트셀러는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패션어젠다(GFA)가 주도하고 코펜하겐인프라파트너(CIP)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되는 첫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규모만 500MW(메가와트)입니다.
해당 해상풍력발전단지는 2028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양사는 이를 통해 연간 72만 5,000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방글라데시는 H&M, 자라 등 주요 글로벌 패션브랜드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국가입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의류 생산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합니다.
패션 산업이 성장과 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COP28 산업계 영향 몰아보기]
①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약속 위한 방안은?
② 원자력? “인플레이션 직면 등 장밋빛 전망은 경계”
③ COP28서 탈탄소 솔루션 강조된 모빌리티
④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패션업계 끼칠 영향은?
⑤ 기후대응서 식품 시스템·축산 메탄 논의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