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서약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표됐습니다.
일명 ‘글로벌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Global Renewables and Energy Efficiency Pledge·이하 서약)’입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세계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1TW(테라와트) 넘게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2배로 확대한단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최종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은 재생에너지 확충에 합의했습니다. COP28 개막 이전에 100여개국은 이미 서약에 서명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COP28에서 동참을 결정했습니다.
7일 기준, 서약에 동참한 국가는 123개국으로 늘었습니다.
123개국 서명한 2030년 재생에너지 3배·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 🔔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증가 목표는 독일·덴마크·유럽연합(EU)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연구를 기반으로 추진됐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증가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려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단 것이 IEA의 설명입니다.
서약문에는 “세계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늘려 최소 11TW까지 늘릴 것”이란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세계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2030년까지 최대 2배 늘려 4% 이상 달성한단 약속도 서약문에 담겼습니다.
또 참여국들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야심찬 국가 정책을 개선하고, 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반영하는 등 포괄적인 조치를 취하겠단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 그리고 유럽연합(EU) 측은 서약 내용을 총회 최종 합의문에 넣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총회에 참석한 195개 모든 당사국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COP28에서 논의 중인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 초안에는 서약 속 목표가 문구로 명시됐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는 현재까지도 서약 참여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모든 당사국이 가능한 빨리 서약에 동참해 주시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英 싱크탱크 엠버, 재생에너지 3배 목표 궤도 진입했을 가능성 높아 📈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목표가 실현 가능할까요?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COP28 개막식 전날인 지난달 29일 엠버는 세계가 재생에너지 3배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단 결론을 담은 최신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세계 전력 부문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57개국과 EU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및 목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의하면, 2022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3.4TW입니다.
현 추세대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배치된다면 2030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7.3TW까지 늘어난단 것.
여기에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설비 발전 속도를 도입하면 이보다 더 빠른 성장 곡선이 나온단 것이 엠버의 분석입니다.
엠버는 현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목표와 3배 목표 사이의 격차가 3.7TW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IEA는 2023년 재생에너지 추가 발전 용량이 500GW로 지난해보다 7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IEA는 올해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또 다른 기록적인 해로 평가했습니다.
엠버, 호주·일본·UAE·한국 등 4개국 재생에너지 목표 강화 필요 ⚡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속도는 2016년 가장 높은 성장률은 17%를 기록했습니다. 남은 10년간 이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할 시 재생에너지 3배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진입한단 것이 엠버의 설명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 연간 재생에너지 설비를 약 1,500GW(기가와트)를 설치한단 뜻입니다. 이중 75%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에서 나올 것으로 엠버는 내다봤습니다.
엠버는 이 목표가 불가능하지 않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분석 결과, 12개국에서는 2030년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늘고 있었습니다. 이외 22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현 추세라면 2030년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호주·일본·UAE·한국 등 4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가 강화돼야 한다고 엠버는 지적했습니다.
엠버는 이들 4개국이 “기존 잠재력이나 새로운 정책을 반영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030년 재생에너지 3배 서약 동참한 韓, 내부 사정은? 🤔
한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늘리는 서약에 우리나라도 동참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서약은 개별 국가에 구체적 의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약문에는 “국가별 환경과 시작점이 다르단 점을 고려한다”고 명시됐습니다.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전기본)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용량은 29.2GW입니다. 올해 전망치는 32.8GW입니다. 재생에너지 3배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90GW 이상이 필요하나, 10차 전기본 내 2030년 목표는 72.7GW에 그칩니다.
일단 11차 전기본 수립 시 서약 내용을 반영하는데 소극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1일 경향신문에 “서약이 각 나라가 기계적으로 다 3배를 꼭 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이미 40~50% 정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되는 국가들도 많은데, 그런 국가들은 물리적으로 3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각국이 이 서약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11차 전기본에 목표가 들어갈 관련성은 적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 7월 즈음 수립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지난 11월 산자부는 신재생에너지 감사 결과를 기반으로 합리적 재생에너지 목표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日 니케이아시아, 재생에너지 3배 서약 목표 아시아 국가에 경종 울려 🌩️
재생에너지가 국내에서 확대되기 여전히 어렵단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무탄소에너지(CFE)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국내 태양광 효율이 15%, 풍력이 25%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는 탈탄소화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조 교수는 “재생에너지 지리적 한계, 변동성, 간헐성에 따른 계통연결, 부하추종 문제, 천문학적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서약에 동참한 만큼 11차 전기본에 재생에너지 목표를 반영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엠버의 보고서를 인용해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재생에너지 목표 강화라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압박을 받게될 것이란 해석입니다.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소극적인 점을 말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지난 7일 나왔습니다.
규제 철폐 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단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말입니다.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 허가 절차 단순화 등을 채택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의 샘 키민스 이사는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은 풍력발전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세계해상풍력발전 선두주자인 영국보다 한국의 잠재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COP28에서 원자력·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확대를 위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제안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특사 자격으로 COP28 정상회담에 참석한 조홍식 기후환경대사는 연설에서 CFE 이니셔티브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