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주요 회의 및 이벤트 장소는 크게 ‘블루존(Blue Zone)’과 ‘그린존(Green Zone)’인데요. 블루존은 공식 협상이 이뤄지는 장소로, 각국 대표단과 참관을 진행했습니다. 블루존은 유엔의 감독 아래 글래스고 서부에 있는 SEC(Scottish Event Campus)에서 운영됐죠. 반면,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그린존은 글래스고 과학 센터에서 진행됐는데요. 예술가·학계·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에게 기후변화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이벤트가 다수 열렸습니다.

그린존에 신청한 업체는 ‘지속가능성’ 혹은 ‘환경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만 하는데요. 기업의 경우 기후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후과학의 권고기준에 맞춰 목표를 세운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 가입해야 했죠. 영국 정부는 한정된 공간 등으로 인해 그린존에 신청한 모든 단체 및 기업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요. COP26에서 대표적으로 탈락한 단체 및 기업 상당수가 원자력 분야였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 COP26에서 원자력 역할을 강조한 청년 기후활동가_IAEA 제공

원자력업계 vs 환경단체 📢

183개 회원을 둔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원자력 업계는 COP26 그린존 내 원자력 홍보 전시관 건립을 신청했는데요. 영국 정부는 이들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또 COP26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된 정상들의 합의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막을 내렸습니다.

COP26 개최 이전부터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고 메시지를 내걸던 원자력 업계. 이들은 COP26에 초대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명했습니다. 허나, 페렛(Ferret)이란 스코틀랜드 환경단체는 원자력 업계 홍보 부스 설치를 배제한 영국 정부의 결정이 옳다며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력 업계는 친환경이라 평가받는 COP26에서 소비한 전력의 70%가 토네스(Torness)·헌터스턴(Hunterston) 원전 B-2호기 등에서 공급됐다고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단 이유로 청정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는데요. 높은 건설 및 해체 비용, 해체의 복잡성, 방사선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원자력 발전은 여러 반대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기후활동가들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나, 상당수 국가들은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보고 있죠.

 

© COP26에 참석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_Kira Worth, UNFCCC

원자력 전기 수출 1위 프랑스, 세계 최대 원자력국 미국, 이를 쫒는 중국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COP26을 앞두고 자국 내 신규 가압수형 원자로(EPR) 1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0년 이래 처음인데요.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기준 71%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프랑스는 원자력의 낮은 발전 비용을 무기로 이탈리아·스페인·영국·독일 등 인접국에 전기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전기 수출국입니다.

프랑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석유나 천연가스 등 자원이 거의 없고,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오래전부터 원자력 기술 개발에 주목했는데요. 현재 프랑스에서만 58개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 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노력의 일환으로 원자력을 계속 사용할 계획을 표명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원자력 생산국으로 93개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신규 원전 2기를 건설 중에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의 30%를 차지하며, 자국 내 발전량에서도 20%를 원자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 에너지부(DOE)는 홈페이지 통해 원자력 발전이 대기질을 보호하고, 탄소발자국이 적고, 폐기물 최소화가 가능하단 등 친환경 홍보를 하는데요. COP26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원자력 발전이 청정에너지 기술이라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 COP26 특별 세미나, 원자력 에너지가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모습_UNFCCC

한편, 중국도 신규 대형 원자로 건설에 나설 계획입니다. 중국은 현재 전체 발전량의 65%가 석탄 발전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석탄 발전이 대기오염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어 원자력 발전을 현행 3%에서 2050년까지 28%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중이죠. 중국에서만 총 51개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18개가 추가 건설 중인데요. 중국의 2060년 탄소중립 목표 상당수는 원자력 발전이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중국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에너지 빈곤층에 속하는 만큼,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030년 EU 기후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분류법을 작성 중인데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를 정하는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넣을 것인가를 놓고 회원국 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룩셈부르크·포르투갈·덴마크·오스트리아는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반면, 프랑스·폴란드·헝가리·체코는 녹색으로 분류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원자력 발전은 자국 산업 및 에너지 안보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놓인 것이죠.

 

© IAEA 제공

전기수요↑ 화력발전 ↓ 공백은 누가 채울까?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된 경기가 회복추세에 따라,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 전체의 수요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인데요.

특히, 유럽은 천연가스 부족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어,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내세우며 유럽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중국과 인도 역시 최근 석탄 부족으로 에너지 안보가 심각하게 취약해졌는데요. 중국은 2019년 204GW 설치로 세계1위 태양광 발전하는 국가이며, 인도 역시 42GW 설치로 세계5위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국가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전 세계 전력 수요를 충당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1~2022년 사이 35GW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전력 수요는 같은기간 100GW로 급증해 결국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이 공백을 채울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 IAEA 제공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증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요가 이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COP26에서 합의한 석탄화력의 단계적으로 축소로 주요 전력원인 석탄발전의 발전량을 어느 기술로 대체할 것인가 이제 주목해야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보조 역할로 천연가스 같은 화석발전과 함께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다른 대안으로 활발하게 개발 중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선택의 기로는 여러분이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