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숲을 보전하고 황폐해진 숲을 복원할 시 최대 226기가톤(Gt) 규모의 탄소를 가두는 것과 맞먹는단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소속 토머스 크라우더 박사 등 연구자 200여명은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지난 13일(현지시각)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숲을 유지·성장할 수 있도록 보전(61%)하거나 황폐해진 숲이나 개간된 지역을 복원(39%)함으로써, 산림의 대기 중 탄소 흡수·저장능력을 최대 226기가톤, 즉 2,260억 톤 증대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2년 미국의 연간 탄소배출량이 약 47억 톤인 것을 고려하면, 약 50년 치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와 별개로 연구진은 2,260억 톤이 산업혁명 이후 대기에 방출된 이산화탄소(CO₂)의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허나, 이 연구결과가 과장됐단 지적도 나옵니다.
‘1조 그루 나무 심기 이니셔티브’ 영감 준 크라우더 박사 연구 🌲
앞서 2019년 크라우더 박사 연구팀은 약 9억㏊(헥타르) 면적의 척박한 땅을 재조림할 시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에 도움이 된단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9억ha는 중국(9억 6,000만㏊)이나 캐나다(9억 8,798만㏊) 면적과 비슷합니다. 이만한 면적에 심을 수 있는 나무는 약 1조 그루로 추산됐습니다. 실제로 재조림이 이뤄질 시 인간 활동으로 나온 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단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습니다.
당시 크라우더 박사는 “재조림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이에 대해 투자를 정당화하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크라우더 박사팀의 이 연구는 2019년 언론에서 2번째로 가장 많이 다룬 기후 논문이었습니다.
그의 연구는 이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1조 그루 나무 심기 이니셔티브 ‘원트릴리언트리(One Trillion Tree)’에도 영감을 줬습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도 수십억 그루의 나무를 기부하겠단 약속으로 WEF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했습니다.

사이언스 발표 직후 과학계 넘어 정치권 첨예한 논쟁으로 불거져 🤔
그러나 크라우더 박사팀의 연구는 발표 직후 과학계 내에서 첨예한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부 생태학자들은 크라우더 박사팀의 연구가 화석연료업계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시급성을 호도할 수 있단 점을 우려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재조림 가능 지역을 과대산정했단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구글어스 엔진의 지도제작 프로그램과 결합해 현재의 기후조건 아래 재조림 가능한 지도를 도출해 내는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재조림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단일한 묘목을 심도록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가 스스로 재생되도록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일부에서는 단일 수종이 되려 지역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기후회복력을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약 40명의 과학자들이 이 연구에 반박하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나무 심기’의 효과를 두고 2020년 다보스포럼(WEF)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간의 설전으로 이어지자 이 논란은 정치적 문제로 비화합니다.
이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2020년 5월 크라우더 박사와 연구팀은 “재조림이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란 해명과 함께 연구결과 일부를 수정한 자료를 사이언스에 발표합니다.

과거 연구 개선한 2023년 연구, “배출량 감축·환경 보존 동시에 이뤄져야” 🍃
이번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2019년 크라우더 박사팀이 진행한 연구에 뒤를 이은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연구팀은 숲을 보전하고 황폐해진 지역을 복원할 경우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이 최대 2,260억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조사에는 지상 및 위성데이터가 광범위하게 사용됐습니다. 백만여개가 넘는 산림 구역에서 지상 정보가 수집돼 탄소저장능력을 추정하는 통계 모델이 구축됐습니다. 또 위성 기반 지도를 활용해 탄소저장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고사목·낙엽·토양 속 탄소추정치를 추가하여 전체 숲의 탄소저장능력을 계산했단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농업에 꼭 필요하거나 도시화가 충분히 진행된 지역은 숲 복원 대상에 제외됐습니다.
연구 주저자인 크라우더 박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자연 환경을 보존하는 일은 반드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크라우더 박사는 “나무를 심는 동시에 온실가스도 계속 배출하면 그 나무들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배출량 증가로 인해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되면 가뭄·폭염 같은 기상이변 빈도수가 잦아져 재조림한 숲을 손상시키고, 숲의 탄소흡수능력을 해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크라우더 박사는 “숲이 미래에 배출될 온실가스를 완전히 상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에 그는 재조림을 탄소상쇄를 위한 복원이 아닌 지역사회 주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습니다.
크라우더 박사는 “(탄소상쇄를 목적으로) 외부에서 토지에서 대규모로 남는 심는 일은 일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해당한다”며 “지역사회가 재조림을 주도할 시에는 탄소격리 효과가 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생태계 고려한 여러 수종 식목 필요…“생물다양성 복원도 필수” 🦦
재조림 시 단일품종 묘목이 아닌 지역 생태계에 필요한 수종을 다양하게 심어야 한단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생태계 복원까지 이뤄지면 추가 탄소격리가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논문에서는 그 예시로 습지보호와 생물종 복원 등이 언급됐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역주민들이 선호하는 생태계 복원 계획만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또 무엇보다 현재 남아있는 숲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2,260억 톤에 이르는 산림의 탄소저장잠재량 중 39%만이 재조림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61%는 기존에 있는 숲을 보전하고 성장함으로써 탄소흡수가 가능하단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이번 연구 또한 과장됐단 지적도 나옵니다. 텍사스 A&M대학의 생태학자인 조셉 벨드먼은 2,260억 톤이란 수치에 대해 “고지대 지역처럼 나무를 심는 것이 적절하지 않는 장소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크라우더 박사는 “모든 곳에 나무를 반드시 심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크라우더 박사와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세계 산림보호 및 복원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크라우더 박사는 오는 30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연구결과를 설명한단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