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생동물 복원을 통해 지구온도 1.5℃ 상승 제한에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 95%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예일대 환경대학원과 글로벌재야생화연합(GRA)이 공동으로 발표한 ‘영양 재야생화는 자연기후솔루션을 확장할 수 있다(Trophic rewilding can expand natural climate solutions)’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연구진은 9종의 야생동물 보호 및 복원을 통해 연간 이산화탄소(CO2) 64억 1,000만 톤을 포집·격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생동물 복원이 어떻게 이 많은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 세렝게티 초원을 거닐고 있는 누떼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누 복원을 통해 세렝게티 초원은 탄소흡수원으로 바뀌었다 ©perventuator Unsplash

탄소배출원→탄소흡수원 된 세렝게티…“누 복원 덕분이었다고?” 🦌

연구진은 야생동물이 환경과 여러 상호작용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소과의 포유류인 누(Wildebeest)입니다. 연구진들은 누 개체수의 증가 또는 감소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이 탄소흡수원(격리)이 될지, 탄소배출원이 될 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합니다.

역사적으로 세렝게티에서는 100만 마리가 넘는 누가 초원을 대이동하며 풀을 섭취합니다. 이는 배설물로 바뀌어 다시 초원의 흙으로 돌려보내지는데요. 그러나 20세기초 누의 개체수가 30만 마리로 감소하면서 이 순환이 중단됐습니다.

누의 개체수 감소로 마른 잔디가 증가하면서,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지며 세렝게티 초원이 탄소배출원으로 바뀌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누의 개체수 증가는 자연적인 탄소격리로 이어집니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노력끝에 1960년대 들어 누의 개체수 약 150만 마리가 복원됐습니다. 그 결과, 최대 440만 톤의 CO2가 격리 되는 효과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 야생동물의 토양 짓밟기나 씨앗 퍼트리기 등의 활동은 다양한 지구화학적 효과를 통해 생태계 탄소순환에 기여한다 ©NICOLE FULLER SAYO ART

“탄소순환 활성화 핵심 주역, 야생동물!” 🐘

이렇듯 야생동물 복원을 통해 생태계의 탄소저장 능력을 강화해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아이디어를 ‘탄소순환 활성화(Animating the Carbon Cycle)’이라 부릅니다. 야생동물이 생태계와 대기 중의 탄소 교환을 제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는 환경보호와 복원을 통해 인류에게 다친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개념인 자연기반솔루션(NBS)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떠오른 개념입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누를 포함해 ▲고래 ▲둥근귀코끼리 ▲해달 ▲해수어 ▲상어 ▲아메리칸 들소 ▲회색늑대 ▲사향소 등 9종의 야생동물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동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순환 활성화에 기여한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는 먹이 활동을 통해 씨앗과 영양을 재분배하고, 땅을 짓밟아 퇴적물을 땅에 혼합해 탄소 밀도를 향상시키며, 미생물에 영향을 미쳐 토양 탄소저장 효과를 개선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됩니다.

 

▲ 해초를 감싸고 있는 해달 해달은 해양의 주요 탄소흡수원인 다시마를 먹는 성게를 먹어치움으로써 자연적인 탄소포집격리에 기여한다 ©WWF

고래·코끼리·해달 등…“존재만으로도 탄소격리에 기여한다고!” 🙏

실제로 많은 야생동물들이 탄소순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 고래: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고래는 일생동안 평균 33톤의 탄소를 격리합니다. 죽은 후에는 해저에 퇴적물로 가라앉아 심해에 장기간 저장되는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또 고래의 배설물은 해양 탄소 격리의 역할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 🐘 코끼리: 아프리카의 둥근귀코끼리는 나무의 씨앗을 분산시키고 지표식물을 짓밟음으로써 나무의 성장을 돕는데요. 덕분에 나무가 더 크고 밀도 높게 성장함으로써, 더 많은 탄소가 바이오매스 형태로 격리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 🦦 해달: 다시마는 광합성을 통해 성장하는, 해양의 주요 탄소흡수원입니다. 해달은 다시마를 먹는 성게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성게 개체수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2012년 밴쿠버섬 인근 해초 숲에서 진행된 연구는 해달의 존재가 탄소포집·격리 효과를 12배 높인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이 조사한 9종의 동물 외에도 여러 야생동물들이 탄소순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북극에서는 순록 등 대형동물들이 눈을 밟아 압축해 영구동토층 해빙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일을 먹는 원숭이도 앞서 둥근귀코끼리와 같은 방식으로 씨앗을 퍼트려 나무의 탄소격리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그러나 탄소격리에 대한 야생동물들의 기여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왔습니다. 오히려 식량이나 가죽을 얻기 위한 트롤링(저인망어업), 사냥으로 남획되며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종들을 잃으면 생태계가 탄소흡수원에서 탄소배출원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복원된 회색늑대 모습 연구진은 회색늑대의 경우 초원지대에서는 탄소격리를 돕는 엘크를 잡아먹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부추길 수 있어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Hanna may Unsplash

생물다양성과 기후 사이 잃어버린 연결고리…‘야생동물에 관심 필요해’ 🧬

한편, 일부 야생동물들은 서식지에 따라 탄소격리에 기여할 수도 반대로 탄소배출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북미 회색늑대는 아한대 지역에서는 사슴의 일종인 ‘무스’를, 초원 지대에서는 ‘엘크’를 잡아먹는데요. 무스는 탄소격리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엘크는 탄소격리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즉, 어느 지역의 회색늑대를 복원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연구진들은 야생동물과 환경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연구 주저자인 오스왈드 슈미츠 예일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구 기후 공동체가 자연기반기후솔루션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연)보전 논의에서 가장 큰 비극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이 서로 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물론 UNFCCC 논의를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강화하기 위해 자연기후솔루션(NCS·Nature climate solutions)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전히 이러한 솔루션이 산림과 초원 복원, 재조림, 습지 복원 등 ‘식물’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슈미츠 교수는 탄소순환 전체에 ‘동물’에 대한 관점을 수용하고, 야생동물 복원을 자연기후솔루션의 하나로써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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