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23일 인권위는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변화로 침해되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인권위는 관련 의견을 제출하기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 기본권 보호의무 ▲포괄위임 금지원칙 ▲의회유보원칙 ▲평등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가 제출한 의견서는 현재 헌재에서 진행 중인 4건의 헌법소원, 즉 기후소송에 대한 의견 표명입니다.

헌재에서 심리 중인 4건의 헌법소원 모두 법령이 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과소 설정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단 취지로 제기됐습니다.

구체적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해 11월 중학생 2명 등이 제기한 기후소송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2022년 6월 태아 및 유아 등 아기기후소송단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입니다.

 

“미래세대에게 온실가스 불균등한 부담 전가”…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 ⚖️

인권위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는 총 43장.

먼저 헌법소원 적법 요건을 검토한 결과, 청구인들이 말한 국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인권위는 설명합니다.

인권위는 “기후변화는 생태계와 사회·경제 등 다방면에서 복잡하게 발생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4건의) 헌법소원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미래 예상되는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현재성을 인정하는 법리를 확립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미래세대에게 불균등하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적 취급”이라며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한 주요 근거 자료로 인권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그간 발간한 보고서와 파리협정 속 내용 등을 모두 의견서에 담아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4건의 헌법소원 모두 법령이 정한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단 취지로 제기됐다. ©greenium

한편,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의하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NDC 감축목표로 규정했습니다.

시행령 제3조 1항에선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을 40%를 말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우리나라 NDC가) 현재 ‘매우 불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미흡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는 포괄위임 금지원칙*과 의회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인권위는 덧붙였습니다. 중장기 NDC 감축목표를 행정부에 위임하여 자의적으로 설정한 것이 문제란 것.

인권위는 이 목표가 국제기준 및 기후문제 시급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국가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포괄위임 금지원칙: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의회유보원칙: 국민의 권리 및 의무와 관련된 영역에서 그 본질적 사항을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