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탄소컨설팅 기업 사우스폴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레나트 호이베르거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사임했습니다.
2006년 설립된 사우스폴은 50여개국에서 850개 이상의 탄소배출권 관련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한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를 넘겨 탄소시장 내 세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사우스폴은 별도의 후임자를 찾기 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업 이사인 존 데이비를 임시 CEO로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프 그로벨 회장 역시 경영진에서 물러납니다.
사우스폴 이사회는 신임 CEO 선출을 위한 후보 위원회를 운영 중이라라고 덧붙였습니다.
호이베르거 전(前) CEO는 당분간 비상임직 고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진행 중인 ‘카리바 레드플러스(Kariba Redd+)*’ 프로젝트의 논란이 본격화된 지 불과 한달여만입니다.
*REDD+: 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사업.
사우스폴 경영진 물러난 카리바 프로젝트 논란, 핵심은? 🤔
카리바 프로젝트는 짐바브웨 북부 카리바 호수 인근 778만 5,000㏊(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을 벌채·농업·산불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외부에서 상쇄한 배출량을 기반으로 탄소상쇄크레딧(이하 크레딧)으로 발행하는 구조입니다.
카리바 프로젝트는 사우스폴의 가장 큰 수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2011년부터 이어진 카리바 프로젝트로 사우스폴이 얻은 수익은 1억 달러(약 1,360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카리바 프로젝트는 지난 수개월 간 여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먼저 미국 시사주간지 더뉴요커는 사우스폴이 크레딧 과대 산정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단 점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10년간 실제 상쇄된 배출량은 카리바 프로젝트에서 판매한 크레딧 2,300만여개 중 1,500만여개에 불과했다고 더뉴요커는 주장했습니다.
더뉴요커 보도에 앞서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스위스 국영방송네덜란드 탐사매체 팔로우더머니 등 유럽 언론 3사는 카리바 프로젝트 현장을 취재한 결과, 현지 운영사가 약속과 달리 프로젝트로 얻은 수익을 지역사회에 공유하지 않았단 점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또 현지 운영사가 카라바 프로젝트 내에서 야생동물 사냥 면허권을 판매한단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카리바 프로젝트, 크레딧 과대산정 논란 속 사우스폴 거래 중단 잇따라 💸
크레딧 과대 발행에 대해 사우스폴은 즉각 부인했습니다. 다만 사우스폴도 더뉴요커 보도에 앞서 지난 1월 “최종 감사 및 재검증 결과에 따라 이러한 판매를 조정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각) 사우스폴은 카리바 프로젝트 참여를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카리바 프로젝트 논란이 시작된 직후 주요 고객들이 사우스폴과의 거래를 중단·재고하고 있단 것.
예컨대 명품 브랜드 구찌는 사우스폴로부터 크레딧 구매를 중단했고, 로레알·바클레이 등은 추가 구매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규모 구조조정 나선 사우스폴…“탄소프로젝트 전면 재검토 나서” 🚨
카리바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란이 회사 수익과 신뢰까지 악화시킨 가운데 회사 주요 경영진이 이를 책임지고 물러난 것.
더불어 사우스폴은 “탄소배출권 등 기후프로젝트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고위험책임자(CRO)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 검토 및 추가 계획 등은 몇 달 이내에 발표될 것이라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스위스 현지매체에 의하면, 현재 사우스폴은 전체 직원의 20%인 200여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사우스폴 지속가능성 고문이자 녹색당 정치인인 바스티앙 지로드는 최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언론보도를 통해 나온) 정보들을 주의 깊게 검토했다”며 “그 결과, 사우스폴에서의 업무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날이 발전하는 탄소시장에 더 많은 무결성을 가져오기 위해선 기후 및 탄소배출권 전반에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데이비스 사우스폴 신임 CEO는 “사우스폴은 탄소시장 업계 표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탄소시장에서 세계적 수준의 위험 및 품질 보증 시스템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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