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양국이 기후위기 공동 대응 강화를 약속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7월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지 약 5달만의 성과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이하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 앞서 케리 기후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에서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회담과 함께 지난 7월 베이징 회담에서의 내용이 모두 서니랜드 성명에 반영됐습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5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됐습니다.
양국은 성명에서 “2021년 4월 미중 공동성명과 2021년 11월 미중 공동 글래스고 선언의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이행”을 재확인하고 이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하 모두 현지시각
정치적 갈등으로 기후협력 중단·재개 이어온 美·中 ⏱️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배출량에서 중국은 27%·미국은 11%를 차지해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습니다.
기후대응을 위해선 미중 양국간 기후협력이 절신한 상황. 그러나 미중 기후렵력은 양국의 정치적·외교적 갈등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습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며 양국간 기후협력은 중단됐습니다. 같은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을 기점으로 미중 협력관계가 회복되며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2월 미국 본토의 중국 정찰풍선 침입을 계기로 다시금 중단됐던 것.
이 가운데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방중을 시작으로 기후협력 재개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같은달 케리 특사는 셰 특사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아 양국간 기후협력 재개를 위한 베이징 회담도 진행됐습니다.
당시 대중규제 해제에 대한 이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양국은 정기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서니랜드 성명으로 이어진 것.
美·中, 11월 열릴 COP28 중요성 강조…“실무그룹 가동할 것” 🌐
미중 양국은 이번 성명에서 “기후위기가 전 세계 국가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과 다자주의 촉진에 있어 양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단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면서 파리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중 양국은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 만큼, 미중 협력 재개가 COP28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 미중은 기후협력 실무그룹 회의도 재가동합니다. 양국은 성명에서 ‘2020년대 기후행동 강화에 관한 실무그룹’을 가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출범한 실무그룹은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의 여파로 활동이 무산됐습니다.
서니랜드 성명의 주요 내용은? “메탄 감축·국제논의 협력 강조돼” 📝
실무그룹은 미중 양국 기후특사가 공동으로 주재하고, 양국 관계부처가 참여합니다.
실무그룹은 서니랜드 성명을 포함해, 양국이 합의한 분야를 중심으로 기후행동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 서니랜드 성명에서 합의된 분야는 ①에너지 전환 ②메탄 ③순환경제 및 자원효율성 ④지속가능한 지방협력 ⑤삼림벌채 ⑥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감축 시너지 ⑦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⑧COP28 등입니다.
주요 분야의 핵심 협력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에너지 전환: ▲2030년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2030년 5개 이상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협력 프로젝트 추진
2️⃣ 메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메탄 감축 조치·목표 개발협력 ▲각국 메탄 국가행동계획 이행** ▲각국 메탄 국가행동계획 기반 정책 대화·기술 교환·기술실무그룹 협력 개시
3️⃣ 순환경제·자원효율성: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에 협력
4️⃣ 삼림벌채: ▲2030년까지 산림손실 중단 및 회복 노력 약속
5️⃣ COP28: ▲메탄 및 비CO2 온실가스 정상회담 개최 ▲지구 평균기온 1.5℃ 억제 목표 유지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채택 협력
한편, 에너지 절약 및 탄소감축 정책 교류를 심화하기 위해 미중에너지 효율 포럼도 재개됩니다. 지방정부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2024년 상반기에 관련 고위급 행사도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적응목표(GGA)의 프레임워크 개발 가속화, 선진국의 적극적인 기후재원 동참 등이 성명에서 강조됐습니다.
**COP26 당시, 미중 양국은 COP27까지 메탄 감축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설립하고 2030년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COP28 협상 토대 마련”…화석연료 폐지·국제메탄서약 등 쟁점 여전 🤔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될 COP28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기후협력을 재개했단 소식에 전문가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데이비드 센델로우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센터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두바이 협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번 성명이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 슈어 중국기후허브 이사 또한 “COP28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을 하나로 만드는, 시의적절한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리 이사는 이번 성명이 ‘기본설정’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문제와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폐지 등 민감한 내용은 빠졌단 것입니다. 이들 논의가 가능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리 이사는 강조했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메탄 감축이 부각됐으나 중국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서니랜드 회담 마지막날이던 지난 7일 중국 정부는 메탄 감축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메탄 감축 목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또, 국제사회로부터 국제메탄서약*** 가입에 대한 요구가 계속됐으나 이번에도 가입 의사를 밝히지 않았단 점도 지적됩니다.
***국제메탄서약: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메탄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한다. COP26 당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05개국이 서명했다. 서명국은 150여개로 증가했다.
소통 재개에도 갈등 불씨 여전…바이든 대통령, 돌발 발언까지? 😰
서니랜드 성명 발표 다음날(15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됐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기후협력 재개 외에도 펜타닐 밀매 근절, 군사대화 재개 등이 합의됐습니다.
이에 대해 미중이 각국의 난색을 타개하기 위해 양국간 갈등은 우선 내려놓자는 합의를 이룬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은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경기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중 관계 개선이 언제 또다시 중단될 지 모른단 불확실성은 남아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그간 미중 기후협력은 여러 정치·경제적 갈등을 계기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후협력의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갈등의 불씨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하며 논란이 됐습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중요한 진전을 이룬 건설적 대화”였다고 평가한 것과 배치되는 언급입니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연설은 극히 잘못됐고 무책임한 정치적 조작”이라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논평했습니다.
다만, 비판 대상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 대변인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불화를 훼손하고 불화를 심으려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