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기후협력 재개를 논의했습니다. 중국 측은 반도체 및 태양광 등 대중 규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나 향후 양측은 정기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19일(현지시각)까지, 나흘간 중국을 방문한 케리 특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의 회담을 끝으로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을 마쳤습니다.

케리 특사는 일정을 마무리한 후 회견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과학을 따를 뿐이라며, 여기에는 정치나 이념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중 기후회담은 일회성 회담이 아닐 것”이라며 향후 몇 주 안에 다시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케리 특사는 전했습니다.

 

“美 기후협력 재개 vs 中 수출 규제 등 외교 관계 개선 먼저” 🤝

미중 양국간 기후협력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전(前)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단됐습니다.

같은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간 기후협력 논의는 재개됐으나, 올해 2월 미 본토에 침입한 중국 정찰풍선을 계기로 논의는 전면 연기됐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한달 새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찾아 양국간 기후협력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케리 특사는 기후와 외교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면 안 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 양국간 관계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여러 외부 요인이 양국의 기후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그는 “기후문제는 보편적인 위협으로 광범위한 외교 문제와는 분리해 다뤄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습니다.

 

▲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의 회담을 끝으로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ClimateEnvoy, 트위터

반면,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은 외교 관계 개선이 동반돼야 기후협력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한 부주석은 “기후대응은 양국간 중요한 측면”이라면서도 “양국 정상은 (작년 11월) 발리 공동인식(합의)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거론한 발리 공동인식에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동맹 강화를 통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 등 이른바 ‘5불(不)’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기후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양국의 고위급 기후대화가 재개되고 긍정적인 출발을 한 것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이 중국 측에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중국 태양광 패널 등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 문제 해결을 거론했습니다.

2022년 6월부터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에 따라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을 강제노동에 따른 결과물로 간주하고 수입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중국을 방문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Ash Center

케리 특사 “솔직한 대화 오갔다”…폴리티코 “양국 공동성명 채택 안 해” 🤔

케리 특사 방중 다음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각) 중국 생태환경부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미중 양국이 기후문제 관련 소통채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생태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양국은 크게 ▲청정에너지 전환 ▲저탄소·탄소중립 기술 ▲기후협력 메커니즘 추진 등에서 교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밖에도 케리 특사는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특사 등 고위급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간 기후협력 우선순위로 석탄 및 메탄 오염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의하면, 방중 일정 중 석유·가스정·탄광 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실행을 놓고 중국 측에 거듭 촉구한 케리 특사의 설득은 실패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케리 특사의 방중 일정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단 평가가 나옵니다.

미 대선후보와 국무장관까지 지낸 케리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고도 시진핑(习近平) 주석과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는 말이 나옵니다.

시 주석은 케리 특사가 떠난 이튿날(20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향한) 경로, 수단, 속도, 강도 모두 다른 이들이 아닌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미중 양국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은 점을 짚었습니다. 이어 “케리 특사가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면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습니다.

 

美·中 기후협력 COP28 전후로 재개될까? 🌐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또한 케리 특사의 이번 방중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허나, 양국간 기후협력이 당초 회담 하나로 재개될 가능성은 낮았다고 CSIS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케리 특사도 방중 일정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미중 기후회담이 일회성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기후문제는 한 국가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단 점을 분명히 하며 미중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31%)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2위인 미국(14%)과 합치면 양국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45%를 차지합니다.

더욱이 중국은 가뭄으로 인한 수력발전소 급감과 에어컨 전력소비 급증이 맞물려 전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 승인을 확대했습니다.

양국은 오는 11월 아랍에리미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케리 특사는 “미국과 중국이 힘을 모아 COP28을 준비한다면 (기후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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