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세계 기후대응 노력 위협”…인플레이션·고유가 위협 속 COP28 행방은?

“기후협력 잠재적으로 난항”

지난 10월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함으로써 발발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일(현지시각) AFP통신에 의하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8,525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부는 사망자 상당수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기간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인 사망자는 1,4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양측을 합한 사망자는 1만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부상자는 2만명을 넘은지 오래입니다.

이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개입하겠단 뜻을 공식화했습니다. 더불어 이스라엘 접경지대인 시리아와 레바논 부근에서도 국지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되며 중동 정세가 바로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국제사회의 기후대응 노력도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 오른쪽 사진 속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가자지구다. ©그리니엄

세계은행 “하마스 전쟁 중동 전체로 확산 시 유가 최대 75% ↑” 📈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더 부추길 위협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계은행(WB)은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대되면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중동 산유국의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씩 급감합니다. 이 경우 유가는 56~75% 치솟아, 배럴당 140~150달러(18만~20만원)에 달한단 것이 세계은행의 전망입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 세계 경제가 에너지 충격을 받는단 것이 세계은행의 경고입니다.

 

 

COP28 주요 안건,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놓고 이해관계 더 복잡 😵‍💫

무엇보다 이번 전쟁을 둘러싼 각국의 복잡한 외교 상황도 국제사회 기후대응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입니다.

앞서 자베르 의장은 지난 5월 독일에서 열린 고위급회의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전쟁 여파로 유가가 상승하면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안건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진단 것.

당초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에 찬성한 국가들이 유가 상승으로 인해 돌연 반대할 수 있단 분석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미국의 경우 유가 상승 시 자국 내 석유 시추를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 UAE 국영석유기업 애드녹의 CEO이자 COP28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이 지난 2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COP28 UAE, Facebook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기후재원 모금 ↓·인플레이션 ↑ 우려” 💰

기후재원을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단 분석도 나옵니다. 유엔재단에서 과학정책 고문을 맡아온 칼리 크레이더는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Axios)에 이번 전쟁은 국가들이 기후재원을 모으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각국이 기후대응이 아닌 군사지원에 재원을 쏟아부을뿐더러, 고유가로 인해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 기후대응에 더욱 재원을 투입하기 어려워집니다.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 또한 재원확보 난항으로 인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더 늦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더욱이 폭격 등 이번 전쟁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도 문제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는지는 아직 데이터가 없습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진보정책연구소(PPI)는 “중동의 뒤엉킨 정치와 외교 관계로 이해 기후문제에 대해 만장일치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번 전쟁이 COP28 회담에서의 진전을 방해해선 안 된단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COP에서 나온 결의안은 당사국들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통과됩니다.

COP28 주최 측은 “안전하고 포괄적인 총회 개최를 위해 준비 중”이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 가자기구 일대 이스라엘군의 공중폭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Ahmed Zakot, WHO

英 채텀하우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기후협력 잠재적으로 난항” 🤝

뉴욕타임스(NYT) 또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기후대응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환경·사회프로그램 부문장인 팀 벤튼은 NYT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다자주의가 붕괴되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해) 협력이 잠재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잇따라 러시아와 기후협력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북극 환경보호와 기후대응을 골자로 한 국가간협의체 ‘북극이사회’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이 협의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1년여 넘게 과학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올해 9월에야 러시아 과학진과 협력이 재개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갈등 등을 계기로 국제사회 기후협력 자체가 더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이번 전쟁의 여파가 더 커지면 안 된단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미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르도프 소장은 현재의 분쟁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더 시급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안보 및 자립을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답이란 것이 보르도프 소장의 말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고문이이었던 보르도프 소장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에너지안보에도 도움이 된단 사실을 극명하게 상시시킬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기후·환경, 산업

주요 화석연료 기업 36개사,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절반 차지

기후·환경, 정책

미국 환경보호청, 200억 달러 ‘그린 뱅크’ 보조금 전격 취소

그린비즈, 정책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의 이면, 서방 제재에도 전쟁 자금 확보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