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최를 앞두고, COP28 개최를 준비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인 ‘피터스버그 기후대화(PCD·Petersberg Climate Dialogue)’가 지난 2일부터 5일(현지시각)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는 2010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의 주도로 시작된 비공식 고위급 회의체입니다. 당사국총회(COP)의 협상 진전을 위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매년 열립니다.

올해로 제14회째를 맞은 회의에는 40개국 각료급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한국은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수석대표로 환경부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회의에서는 COP28에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재원 ▲전지구적 이행점검(GST)과 변혁을 위한 이행계획(로드맵) 등이 폭넓게 논의됐습니다.

특히, 회의에서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시점 및 CCS(탄소포집·저장) 기술 상용화를 놓고 국가간 의견 차이가 선명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제14회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연설하는 모습. ©독일 정부

독일, 녹색기후기금에 3조 출연 약속…“선진국들에게 모범 될 것” 💰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독일은 기후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회의 폐막식일 5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녹색기후기금(GCF)에 20억 유로(약 3조원)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해당 자금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에 걸쳐 분할 지급될 예정입니다.

GCF는 2010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등 기후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국제금융기구입니다. 2022년 12월 기준, 209건 사업에 총 114억 달러(약 15조 3,200억원)가 기후대응 사업에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이 GCF에 약속한 공여액 납부금 지급을 미이행해 사업재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야닉 글레마렉 GCF 사무총장은 “추가 자원 여부에 따라 일부 사업의 중단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독일의 GCF 추가 지원 약속이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 지난 2일부터 5일(현지시각)까지, 나흘간 독일에서 열린 제14회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 참석한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발언하는 모습. ©독일 외무부

한편,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40개국 각료급 대표들과 함께 1,000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기후재원 이행 시기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1,000억 달러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기 약속한 재원입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언급됐고,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됐습니다.

선진국들은 2025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내기로 약속했습니다. 허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기후재원은 2020년 833억 달러(약 111조원)에 그쳤습니다.

사실 1,000억 달러는 개도국이 실제로 필요한 기후재원에는 훨씬 못 미치나, 선진국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3배 ↑…사우디 등 산유국 ‘반대’ 📢

베어보크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전 세계적인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로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알 자베르 COP28 의장 또한 이 제안을 지지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칠레, 콜롬비아 등이 해당 목표 설정에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올해 3월 43개국 대표급 인사들이 참석한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장관회의에서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습니다.

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COP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전 세계의 특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국가뿐만 아니라 시장에 보내는 매우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4월 ‘에너지·기후 주요 경제국 포럼(MEF)’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COP28에서 지구촌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세울 것을 제안했습니다.

 

▲ 지난 14일(현지시각) 독일 아헨에서 열린 ‘2023 아헨 국제 샤를마뉴상’ 시상식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설하는 모습. ©Ursula von der Leyen, 트위터

독일, 덴마크, EU가 내놓은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제안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연구에 기반한 것입니다. 2022년 10월, IEA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재생에너지 약 1,000GW(기가와트)를 추가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COP28 결의안에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설정 목표가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결정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은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설정하잔 제안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사우디가 이끄는 산유국들은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초반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저소득국가들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IEA는 2020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이 세계 대부분에서 화석연료 가격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해졌다는 연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ADNOC의 최고경영자(CEO)이자 COP28 의장인 술탄 알 아베르는 제14회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COP28 UAE, 트위터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CCS 기술 상용화 놓고 국가간 이견 다툼 보여 🌐

한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시기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터스버그 기후대화에서 각국은 크게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CO2 배출을 단계적으로 없애자’는 입장으로 나뉘었습니다.

EU, 칠레, 콜롬비아 등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어보크 장관은 “COP28의 목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OP28 의장국인 UAE와 미국 등 산유국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이들은 “화석연료 퇴출이 아닌 화석연료에서 나온 CO2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CCS 기술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에서 나온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CCS를 놓고도 국가간 의견 다툼이 있었습니다. 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해서는 CCS 같은 탄소제거 기술이 상용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P통신에 의하면, 덴마크는 CCS가 시멘트 산업 등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 국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국가는 CCS 기술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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