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스텔란티스 등 美 완성차업체서 동시 파업…韓 배터리 기업 영향 불가피

미국 3대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가 동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들 3대 완성차업체를 대변하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사측과의 협상 시한 종료로 동시 파업을 시작했다고 14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3대 완성차업체가 동시 파업에 들어간 것은 노조 8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UAW, GM·포드·스텔란티스 공장 3곳에서 동시 파업…“추후 규모 확대” 🗺️

현재 미국 미주리주 웬츠빌의 GM 픽업트럭 조립공장, 미시간주 웨인에 위치한 포드 브롱코 조립공장, 오하이오주 톨레도에 있는 스텔란티스 지프차 조립공장 등 3곳에서 파업이 진행 중입니다.

UAW는 3개사 모두에서 일부 공장을 대상으로 게릴라식 파업을 시작하되 추후 상황에 따라 파업 규모를 확대한단 방침입니다.

페인 위원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파업 규모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예고하며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AW는 지난 7월부터 ▲4년간 임금 최소 40% 인상 ▲주 32시간 근무 ▲저연차 노동자에 불리한 임금 체계 폐지 ▲복지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 교섭을 벌여왔습니다. 이들 주장의 사측은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당초 사측은 4년간 임금을 17.5~20% 올려줄 것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36%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美 싱크탱크, 완성차업체 3곳 동시 파업 시 10일 이내 7.5조 손실 💰

앞서 UAW가 마지막으로 파업을 벌인 것은 2019년입니다. 당시 GM만 겨냥해 40일간 이어진 파업으로 GM은 36억 달러(약 4조 7,8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습니다.

이번 UAW의 동시 파업은 지난 파업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위기감이 조성됐습니다.

실제로 3대 완성차업체가 위치한 미시간주 등 일부 중서부 지역 주정부는 지역 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합니다.

일례로 미시간주에 위치한 ‘브롱코 조립공장’에서는 포드 입장에서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생산되는 곳이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공급망 내 다른 협력사 및 지역들도 영향을 받아 일대 경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단 분석입니다.

미 싱크탱크 앤더슨이코노믹그룹(AEG)는 UAW 동시 파업 돌입 시 10일 이내 56억 달러(약 7조 5,200억원)에 달하는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14일 미국 미시간주 웨인에 위치한 포드 브롱코 조립공장 앞에서 피켓 시위 중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의 모습. ©UAW

UAW 동시 파업, 전기차 전환 과정서 ‘정의로운 전환’ 문제 대두된 것 ⚖️

이번 UAW 동시 파업은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미국 자동차 산업 재편 흐름과 연결돼 있단 것이 주요 분석입니다.

AP통신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가운데 이번 동시 파업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이 청정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UAW를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에 기반해 전기차 전환이 이뤄져야 한단 인식이 확산하고 있단 것.

내연차 공장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이전보다 불리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단 것이 UAW의 우려입니다.

 

▲ 2025년 미국 주별 완성차 조립공장 및 생산 능력 추정 전망치를 시각화한 지도. ©Nicholas Lutsey, ICCT

IRA, 전기차·배터리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UAW “내연차 노동자 소외돼” 🚘

여기에 기존 자동차 산업이 미국 중서부에서 남부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는 흐름도 UAW를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포드의 경우 남부 테네시주에 전기차 제조 단지를 건설 중입니다. 이와 관련된 배터리 공장도 조지아주 등 남부에 대거 건설되고 있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남부 주정부가 완성차업계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금 혜택과 저렴한 가격의 부지 제공을 한 영향입니다.

비영리단체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2018년 이후 미국에 1,100억 달러(약 146조원) 이상의 전기차 관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이중 절반이 미 남부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미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 중서부 오대호 일대 자동차 제조업 관련 고용 인원은 약 38만 2,000명으로 지난 20년간 34% 감소했습니다.

반면, 미 남부에서는 같은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해 현재 21만 3,000여명이 자동차 제조업에서 근무 중입니다.

UAW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에 막대한 보조금을 풀었으나, 정작 제조업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에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단 점도 지적합니다.

앞서 바이든 정부가 2032년까지 신규 판매자동차의 67%를 전기차로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차량 배출가스 감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UAW는 이를 완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일명 바이드노믹스의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탄소규제 및 재생에너지 전환 강화를 위한 정책들이 꼽힌다. ©백악관

“2024 대선 앞둔 美 백악관 노조 표심 달래기 나서” 🤔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표심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UAW는 전통적으로 민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2020년 대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UAW는 2020년 대선과 달리 내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류한 상태입니다.

더욱이 3개 완성차업체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경합주란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표심을 놓쳐선 안 되는 지역입니다.

제이슨 코스노스키 미시간대 교수는 주요 외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들이 민주당원의 투표를 방해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청년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내년 미국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를 내건 상태입니다.

 

 

美 진출한 韓 배터리 3사 영향은? 🤔

한편, UAW의 동시 파업이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입니다. SK이노베이션(SK이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같은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미국 내 공장을 건설했거나 추진 중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UAW의 파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나, UAW는 이들 공장 직원들을 노조원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GM과 LG엔솔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대표적입니다. 앞서 얼티엄셀즈는 약 8개월간 노사 협상 끝에 직원 임금 25% 인상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완성차업체 3곳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시간주에서 생산되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은 SK온, GM의 ‘볼트 EV’는 LG엔솔이 배터리를 공급합니다.

동시 파업이 장기화돼 이들 공장의 가동이 멈추면 국내 업체의 배터리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진단 뜻입니다.

이밖에도 노사협상으로 완성차업체 인건비가 상승할 경우 배터리업체에 대한 납품 단가 조정 압박도 이뤄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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