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의 노동자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자동차 전환 정책 등에 불만을 느끼고 동시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3개 완성차업체 노동자 15만여명을 대변하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회사 측과 처우 개선 등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사 간 협상 시한은 오는 14일이나 현재까지 쟁점이 해소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지원금을 약속하며 노사 간 합의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부(DOE)는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내연기관차 업체에 총 155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DOE는 “그중 120억 달러(약 16조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제조 공장 개조에 쓰이고 나머지 35억 달러(약 4조 6,000억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DOE의 지원금은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노동조합(노조)의 단체 교섭 협약을 유지하는 업체에 먼저 지급될 예정입니다.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초읽기’…“美 정부, 달래기용 지원금 발표” 💰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모듈화한 제품이 많아 제작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편입니다.

내연차 공장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이전보다 불리한 노동환경에 놓일 우려가 크단 주장이 나옵니다.

UAW는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생산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면 노동 인력 수요가 현재보다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때문에 UAW는 3대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전기차 전환 시 발생한 수익을 노동자와 나눌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임금 인상과 감원 반대 나아가 전환 훈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UAW를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에 기반해 전기차 전환이 이뤄져야 한단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

UAW는 지난 7월부터 ▲4년간 임금 최소 40% 인상 ▲주 32시간 근무 ▲저연차 노동자에 불리한 임금 체계 폐지 ▲복지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 교섭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UAW의 요구에 대해 GM과 스텔란티스는 아무런 제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포드 또한 9%에 그친 임금 인상 등을 제안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사측은 전기차로 나아가는 추세에서 테슬라와 같은 선도적인 전기차 업체와 경쟁하기에 이들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 싱크탱크 앤더슨이코노믹그룹(AEG)에 의하면, UAW가 파업에 돌입하면 10일 이내 56억 달러(약 7조 5,200억원)에 달하는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미국 노동절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에 참석해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Joe Biden, 트위터

전미자동차 노조 위원장 “지원금 환영”…전기차 전환 과정서 상생 필수 🚘

이처럼 UAW가 파업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제시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지원은 전기차 전환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회유책으로 해석됩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지원에 대해 ‘UAW의 대규모 파업 경고에 대응하려는 백악관의 노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바이드노믹스(바이든+이코노믹스)에 따른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은 수십 년간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자동차업체와 노동자에게 상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돼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를 두고 숀 페인 UAW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금 정책을 환영한다”면서도 “고용주들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높은 임금 체계와 명확한 안전기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UAW 노조원의 97%가 14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즉각 시위에 돌입할 것을 찬성한 상태입니다. 오는 14일은 UAW와 3개 사가 맺은 임금 협약(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입니다.

 

전기차 지원금 정책, 2024년 미국 대선과도 관련 있어! 🇺🇸

이같은 상황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UAW의 협상 과정과 파업 진행 여부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UAW를 비롯한 노조의 지지가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전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임을 표방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대선 승리를 위해 40만 명에 달하는 UAW의 지지가 필요한 것.

그러나 2020년 대선 때와는 달리 전기차 전환 정책 등을 이유로 UAW는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를 내걸고 노조 표심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 지난달 2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에 노동자 현지 고용·교육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캡처

美 대선 앞두고 UAW 영향력 ↑…“국내 기업 ‘노조리스크’ 부담 ↑” 📈

한편, UAW와 사측 간의 협상 결과가 미국에 투자한 국내 완성차·배터리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따른 혜택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친노조’를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더욱 지지하면서 노조의 권위 또한 더 높아졌습니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의하면, UAW는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등 대형 노조와 함께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에 ▲노동자 현지 고용·교육 ▲환경 보호조치 강화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노조가 없는 현대차 미국 공장에선 노사 간 단체협약이 불가능하므로 구속력 있는 민간 협약을 맺자는 취지입니다.

이외에도 지난달 24일(현지시각)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GM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의 노사가 약 8개월간 협상 끝에 직원 임금 25% 인상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UAW 등 미국 내 대형 노조의 입김이 강해진 가운데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노조리스크’가 커진 상황입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리스크가 미국에 진출한 업체들에 큰 부담이라며 사회·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노조를 대응하고 관리하는 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내연기관차 업체에 총 155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보조금 및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Ford

美 에너지부, 전기차 생산 전환 공장에 보조금·대출 지원 🚗

한편, UAW 협상 진행 중에 발표된 이번 지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인 ‘인베스팅 인 아메리카(Investing In America)’의 일환으로 시행됩니다.

문자 그대로 ‘미국에 투자하라’는 기조 아래 여러 지원금이 대거 배정된 상태입니다.

이번 지원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기존 내연차 제조 공장을 개조 시 제공되며, 크게 보조금과 대출로 구분됩니다.

전기차 생산 보조금으로 할당된 120억 달러 중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미국 제조 전환 보조금 프로그램’입니다. 나머지 100억 달러(약 13조원)는 DOE의 ‘첨단기술 차량 제조 대출 프로그램(ATVM)’에 따른 대출 형태로 지원됩니다.

 

1️⃣ 전기차 제조 전환 보조금|“지역사회서 좋은 일자리 유지하는 업체 우선 제공” 🤝

전기차 제조 전환 보조금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수소연료전지차 등을 생산하는 업체에 제공됩니다.

지원을 희망하는 업체들은 팀을 이뤄 프로젝트 단위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조 공장 외 차량 및 부품을 조립하는 시설도 해당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DOE는 “보조금은 전기차로 나아가려는 지역사회와 근로자에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 때문에)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업체에 우선 지급된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보조금을 받은 업체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Justice40 Initiative)’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DOE는 밝혔습니다.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는 미국 행정부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의 환경정의 프로그램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과도한 부담을 지닌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 ATVM|“좋은 일자리 제공·유지 업체, 최대 100억 달러까지 대출 지원” 💰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유지하는 업체(프로젝트)들은 DOE의 ATVM에 따라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최대 100억 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DOE는 지역 경제 기여도, 고용 이력 등을 기반으로 경제적 영향을 평가해 대출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 여기에는 ▲기존 근로자 유지 ▲높은 임금 지급 등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에 한해 새로운 전기차 제조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기존 시설을 유지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외에도 DOE는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배터리 제조업체에 35억 달러의 보조금을 별도로 편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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