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자동차 비중을 67%로 높일 계획입니다. 기존 목표였던 2030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50%에서 대폭 강화됐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차량 배기가스 기준 규제안을 공개했습니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신규 승용차·트럭의 온실가스(GHG)와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차량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해 전기차 전환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규제안에 대해 “헨리 포드가 시운전을 위해 ‘말 없는 마차’를 타고 미국의 삶과 산업을 변화시킨 1986년 6월 아침만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까지 살펴봤습니다.

 

▲ EPA는 이번 배출기준 규제 강화안이 확정될 경우, 미국 내 신규 판매 승용차 중 전기차의 비중이 2030년 60%, 2032년 67%로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Miranda Smith, Visual Capitalist

美 자동차 배출기준 급 강화…“2032년 신차 중 67% 전기차 될 것” ⚡

앞서 지난 9일 NYT 등 주요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2032년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67%까지 늘릴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기차 판매 의무 비중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는데요.

전기차 판매 의무 비중 설계 대신 EPA는 차량의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EPA는 규제안이 확정되면 2032년까지 ▲신규 승용차 및 경트럭의 67% ▲신규 사업용 차의 50% ▲신규 화물트럭의 25~35%가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먼저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차량까지 이산화탄소(CO₂),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연평균 13%씩 감축해야 합니다.

2032년식 승용차의 경우, CO2 배출 허용량은 1마일(1.6km)당 82g으로 제한됩니다. 2026년 대비 56% 이상 감축하는 셈입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거는 이유, 수송 부문이 미국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기 때문입니다.

EPA에 따르면,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 전체 배출량의 27%를 차지하는 가장 큰 배출원입니다. 특히, 일반 승용차는 수송 부문 배출량에서 58%를 차지합니다.

미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번 규제안이 실행될 경우 205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억 톤가량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PA에 의하면, 이는 미국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에 달합니다.

 

▲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이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 통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초당적 인프라법으로도 불리는 해당 법안에는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건설을 위한 75억 달러 예산이 포함됐다. ©백악관

클린에너지 전환 박차 가하는 바이든 대통령…“당근에 이은 채찍 꺼내” 🥕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부터 청정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전기차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앞서 2021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2030년까지 미국 역내 신규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2021년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을 통해 연방 고속도로에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를 구축하는데 75억 달러(약 9조 7,7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작년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대대적인 전기차 보조금 등 여러 지원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당근에 이은 채찍을 꺼내 들고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규제안에 대해 EPA 관계자 출신인 토마스 보이런 무공해운송협회(ZETA)의 규제책임자는 “(지금까지) 당근과 같은 세금공제를 받았다”며 이번 제안이 “그간의 보조금을 뒷받침하고 (전기차) 업계를 발전시키는 채찍(Stick)”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선 11일에는 미 에너지부(DOE)가 새로운 석유환산연비계산법(PEF)을 공개했습니다. PEF란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계산해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새로운 PEF에 따르면, 전기차의 환산 연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환산 연비가 줄어든 만큼, 기업들이 벌금을 피하기 위해선 전기차의 판매 비중 확대가 불가피합니다.

 

▲ 미국 정부는 전기차의 장점이 많다고 역설하지만,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Fitment Industries, 유튜브 썸네일

탄소감축·가계부담·에너지안보까지 1석3조…“문제는 소비자 반응” 👛

백악관은 규제안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뿐만 아니라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미국의 에너지안보를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백악관은 기대했습니다.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내연차에 비해 연료·유지보수·수리비용을 평균 9,000달러(약 1,172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EPA의 분석에 따른 것인데요. 또한, 전기차 전환에 따른 석유 사용량 감소로 20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줄어든단 점이 에너지안보 향상의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됩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신차의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합니다. 즉, 앞으로 10년 안에 현재의 11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인데요.

여론은 부정적입니다. 최근 AP통신 등이 미국인 5,400여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설문자의 47%가량이 전기차 구매에 부정적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유로는 높은 가격과 충전소 부족 등이 꼽혔는데요.

AP 통신은 IRA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해도 미국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PA는 규제안 공개 이후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해당 규제안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당황한 현대차vs기회 노리는 배터리 3사…한국은? 🇰🇷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에도 한국 완성차 기업은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은 IRA 세액공제 격차로 인해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배출 규제 강화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67% 목표가 현대차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기존 2030년 미국 판매차 중 전기차 비중 목표치는 현대차 58%·기아차 47%였습니다. 기아차의 경우 더욱 급격한 생산량 확대가 요구됩니다. 실제로 2022년 한해 현대차·기아차의 판매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3.9%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정책을 펼침에 따라 미국 전기차 확대가 국내 배터리 3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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