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기후적응 노력 시급…“건설·화학 산업 기후변화 적응 위해 관련 체계 구축 중”

“정부 및 기업 모두 기후대응 정책 활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한 장소가 우리나라 송도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닷새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기후대응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을 알리는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영문명 Korea Global Adaptation Week)’ 포럼 이야기입니다.
 
포럼은 환경부가 주최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유엔환경계획(UNEP) 그리고 인천광역시 등의 기관이 공동 주관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적응의 새로운 시대: 적응의 확대와 변혁’이란 주제로 기후적응 계획 수립 및 이행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특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될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공유돼 국제사회의 기후적응 의제에 영향을 미친단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산업계, 기후변화 가속화 따라 ‘기후적응’ 필요성 ↑” 📈

“지금까지 국가 기후적응 대책은 지방자치단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제 산업계도 기후위기에 적응을 해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산업계 적응협의체 간담회’에서 사회를 맡은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KEI KACCC)의 조한나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날 간담회는 적응주간 포럼의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산업계의 기후대응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기후대응을 넘어 산업계의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된 자리였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열린 간담회에는 4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간담회는 크게 ▲건설·화학 산업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 ▲유럽·미국 정부 및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동향 ▲종합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 지난달 31일 ‘산업계 적응협의체 간담회’에서 조한나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연구위원이 산업계의 기후위기 적응역량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그리니엄

산업계의 기후적응 역량 필요성에 대한 배경으로 조 연구위원은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될 산업계 기후공시 의무화를 꼽았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은 기후정보를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이행해야 한다”며 “(이를 기점으로) 산업계는 기후적응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선 주로 건설·화학 산업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가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건설 분야에선 국내 대형 건설 업체인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화학 분야에선 미국 테네시주에 본사를 둔 이스트만케미컬의 기후적응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 지난달 31일 ‘산업계 적응협의체 간담회’에 참석한 공병수 포스코이앤씨 차장이 기후적응 사례를 소개하기에 앞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리니엄

포스코이앤씨, 기상 예측·폭염 대응·생물다양성 보존 통해 기후적응 🏗️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공병수 포스코이앤씨 차장이 남긴 말입니다.

공 차장은 건설 산업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라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공 차장은 “태풍은 건설 구조물을 흔들리게 하고 폭염은 야외 근로자에게 온열질환을 유발하는 등 기후변화가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기후변화가 전반적인 건설 산업의 재정 및 안전 분야에서도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일례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발생한 ‘힌남노’ 태풍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겨 2조여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포스코이앤씨는 ▲기상정보시스템 구축 ▲폭염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등 총 3가지 분야로 나눠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공 차장은 밝혔습니다.

먼저 포스코이앤씨는 기상 정보를 예측하기 위해 글로벌 기상데이터 시스템 플랫폼인 ‘아큐웨더’와 협력해 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공 차장은 “건설 현장에선 공사에 차질을 불러오는 강수량 등 기후변화 요소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스템은) 기상 여건을 미리 확인해 공사 일정 조정 등에 사용된다”고 전했습니다.

 

▲ 포스코이앤씨는 폭염 속 야외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컨테이너형 이동식 근로자 쉼터를 전국 11개 협력사에 공급했다. ©포스코이앤씨

더불어 폭염이 점차 건설 현장에서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포스코이앤씨는 폭염 정보를 지역별로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공사 일주일 전부터 폭염에 대응하고자 경보, 주의 등 지역에 따라 폭염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근로자들의 열 스트레스*까지 분석하고 있단 것이 공 차장의 설명입니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지속되는 폭염 속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이동식 근로자 쉼터 ‘에코앤레스트(ECO & REST)’를 전국 11개 협력사에 공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여러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공 차장은 “공사 현장에선 어쩔 수 없이 기존의 환경을 훼손하게 된다”며 “그 훼손을 어떻게 복원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례로 포스코이앤씨는 해양경찰청과 협업해 서해안 지역에 탄소흡수능력이 뛰어난 염생식물을 심고, 아파트 단지 구축 시 생물다양성 보존이 필요한 식물 위주로 조경하고 있습니다.

*열 스트레스: 폭염이 사람 몸에 미치는 스트레스.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국제표준화기구에 등록한 지수로 기온, 습도, 일사량, 풍속 등이 반영된다.

 

▲ 곽우용 이스트만케미컬 한국지사 부장이 이스트만케미컬의 기후변화 적응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니엄

이스트만케미컬, ‘기후변화’ 시대적 과제…“2050년 탄소중립 목표” 🧪

한편, 이스트만케미컬은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를 ▲기후변화 ▲폐플라스틱 증가 ▲인구 증가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스트만케미컬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①2030년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 32% 감축 ②2030년 북미·유럽 지역에 100% 재사용 전기에너지 활용 ③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 목표를 세우고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곽우용 이스트만케미컬 한국지사 부장은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량(스코프 3)의 경우 감축 방법을 탐색하는 중”이라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공정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30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Coastalwinda

“유럽·미국, 정부 및 기업 모두 기후대응 정책 활발” 📝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유럽과 미국 내 기후대응 동향에 대한 논의도 오갔습니다.

김재윤 한화법인 독일 지사 과장은 유럽연합(EU)의 높아진 환경규제 속에서 국내 기업의 시사점에 대해 제언했습니다.

김 과장은 “EU의 환경규제 장벽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수송 및 생산 분야에서 탈탄소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EU에 상품 수출이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과장은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 문제인 만큼 국내 기업 역시 국제사회와 통일된 규제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미국 환경 컨설팅 회사 트린프라(Trinfra)의 배동찬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도 여러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간담회에서 배 대표는 미국 해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버지니아 해상풍력(CVOW)’ 프로젝트에 주목했습니다.

CVOW 프로젝트는 미국 해역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 대표는 “버지니아주에서 동쪽으로 27마일(약 43㎞) 떨어진 지역에 풍력발전 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라며 “해당 시설은 2.6GW(기가와트) 의 전기를 발전해 66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매년 5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30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 황성환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이 서울시 물재생센터의 기후적응 노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그리니엄

증가한 폭우·홍수 위험, 공공기관 기후적응 현황은? 🌊

한편, 같은날 KEI KACCC는 사회기반시설 관련 공공기관의 기후적응 노력을 논의하기 위한 ‘공공기관 적응 포럼’도 개최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내 기후대책은 2016년 자발적 수립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법제화됐습니다.

공공기관은 크게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분석 ▲위험도 평가 ▲우선순위 위험도 선정 ▲기관 전략 수립 ▲이행 등의 단계를 밟아 대책을 수립합니다. 그중에서도 위험도 평가와 이에 따른 우선순위 선정이 핵심적입니다.

황성환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물재생센터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황 연구원은 서울시 관측자료와 IPCC 시나리오 자료, 운영자 직접 심층면접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기후변화 위험도를 평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센터별 주요 기후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세부 시행 계획의 유무를 확인해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기후적응 현황이 소개됐습니다.

이기호 한국수자원공사 차장은 IPCC의 평가에 기반해 취약성·노출성 등 위험도 평가 지표를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대체수자원개발 ▲보조댐 등 치수대책 등을 진행 중입니다.

한편, 지난 8월 감사원은 환경부가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현재 과거 발생 현황을 기반으로 시설물을 설계·운영하는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적응주간 모아보기]
① UNFCCC·UNEP, 국제사회 기후적응 논의 위해 인천 송도에 모였다!
② “건설·화학 산업 기후변화 적응 위해 관련 체계 구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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