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물·식량 관련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I (물·식량 분야) 주요 감사 결과’에 담긴 내용입니다.
앞서 감사원은 정부의 기후대응 실태를 우선 점검하기로 하면서, 기후문제로 인한 파급력 등을 감안해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물·식량 분야를 선정해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감사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16일까지 진행됐습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국토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행정안전부(행안부) ▲해양수산부(해수부) 등 총 5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부처 모두 관련 정책 수립 시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중장기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이들 5개 부처는 감사원 지적에 동의하며 향후 정책 수립 시 기후변화 위험을 반영할 것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번 감사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있어 부처별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이상기후로 식량위기 가시화…“식량 정책서 기후변화 고려 여부 감사” 🌾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물가가 급등하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세계 각지에서 보고된 상황.
이런 가운데 주요국이 자국 내 식량안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 규제 등을 시행함에 따라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물과 함께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식량안보’ 분야에서도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관련 정책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단 것이 감사원의 설명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곡물자급률은 2011년 24.3%에서 2020년 20.2%로 감소했습니다. 그중에서 밀·콩·옥수수 같은 작물은 자급률이 10% 미만이고 나머지는 미국과 호주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현실입니다.
이들 국가의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식량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단 것.
아울러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도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1986년 172만 톤을 기록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이후에는 연간 생산량이 100만 톤을 넘지 못하고 상황입니다.
이에 감사원은 식량 관리 분야서 ▲국내외 식량안보 ▲수산자원 관리 등으로 나눠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1️⃣ 국내외 식량안보: 세계 7위 곡물 수입국 韓, 기후영향평가 필요 🌾
🔹농식품부 현행: 미래 기후변화 영향, 국제 곡물 수급 위기 대응 위한 시나리오 X
🔸감사원 감사: 기후변화 영향으로 국내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 2020년 457㎏ → 2060년 366㎏
감사원 감사 결과, 농식품부는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내외 식량수급을 예측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농식품부는 과거 쌀 생산성을 토대로 목표 재배면적을 잡고 있을뿐더러, 국제 곡물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없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쌀 생산성을 재산정한 결과, 저감 배출 노력 없이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하는 RCP 8.5 시나리오에서 국내 쌀 생산성은 2020년 10아르(a)당 457㎏에서 2060년 366㎏로 감소했습니다.
단위면적 당 쌀 생산량은 재배 면적과 함께 공급량을 결정하는 요인입니다. 다만, 분석에서 영농기술 발전·종자 개량 등 사회적 변수로 인한 생산량 증가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덧붙였습니다.
감사원은 “당초 농식품부는 지난해 중장기 식량 안보 강화방안을 수립하면서 쌀 생산성을 10a당 526㎏으로 설정했다”며 “재산정 결과를 참고해 목표 재배 면적 상향을 검토할 것”을 농식품부에 주문했습니다.

한편, 감사원은 특정 국가에 기후재난으로 인한 작황 부진 등이 발생할 경우 국내 식량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긴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연간 1,700만 톤의 곡물을 수입해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감사원이 RCP 8.5 시나리오를 적용해 2035~2036년 세계 주요 밀·콩·옥수수 등 수출국의 생산량 등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세계 생산량이 ▲밀 9.3% ▲콩 30% ▲옥수수 5.1%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밀과 콩 상당수를 생산하는 중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 국가의 생산량 감소율이 다른 대륙보다 대체로 높아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2️⃣ 수산자원 관리: 수온 상승으로 한반도 연안 수산자원 변화 불가피 🐟
🔹해수부 현행: 수산관리 정책서 미래 기후변화 영향 반영 X
🔸감사원 감사: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어업량 2013년 104만 톤 → 2100년 52만 톤
감사원은 수산자원 관리 정책을 추진하는 해수부에 대해서도 미래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수는 현재 수산자원 상태 진단과 미래 자원량·어획량 변화 예측 시 자원생태학적 특성 등은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도 변화 등의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감사 결과 그러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잡히는 어종과 어획량 모두 변화가 빠른 상황일 뿐더러, 이로 인한 피해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난 상황입니다.
일례로 지난 22일부터 전남 여수 일대 가두리 양식장에서 162만여마리의 양식 어류가 집단 폐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수시는 기후변화 현상으로 올해 첫 고수온이 먼바다에서 가까운 연해로 오는 이상현상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감사원은 이러한 수온 상승 문제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감사원이 RCP 8.5 시나리오를 적용해 수온 상승 정도를 분석한 결과, 2100년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의 표층 수온이 연평균 3℃ 이상 상승할 전망입니다.
제주도, 전남 진도, 동해 북부 일부를 제외한 해역 대부분은 3.5℃ 이상 상승하고 서해는 4℃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감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어업생산량 또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RCP 8.5 시나리오 기준, 2013년 104만 톤이던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2050년 82만 톤에서 2100년 52만 톤으로 줄어든단 것이 감사원의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기후변화로 향후 수산자원량에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한 수산자원 평가를 수행해 수산자원 회복 목표 및 대상을 선정하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해수부에 권고했습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사회기반시설 분야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감사는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증가로 인한 댐이나 교량의 피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항만배후지 침수 가능성 등을 연구해 재해 예방을 위한 대비책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감사원 기후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 모아보기]
① “정부, 물·식량 정책 추진 시 미래 기후변화 영향 반영 안 해”
②: 감사원, 농식품부·해수부 기후변화 요소 미반영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