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과 함께 ‘자라는’ 헤드폰? 모듈식·재활용 PLA 소재로 만든 ‘키부 헤드폰’

최소 부품으로 분해·수리 용이성 ↑

세계 각국에서 전자폐기물이 급증하는 가운데 고장 난 전자제품을 수리해 사용하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상황.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최근 수리용이성을 높인 아동용 헤드폰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초 영국 런던의 산업디자인 컨설팅 기업 모라마(Morrama)와 3D프린팅 전문 스타트업 배치워크스(Batch.Works)가 선보인 ‘키부(Kibu) 헤드폰’입니다.

이 헤드폰은 모듈식(조립식)으로 설계된 덕에 수리가 용이합니다. 아동용으로 제작된 키부 헤드폰은 5세부터 11세까지 아동의 성장 속도에 맞춰 헤드폰 크기를 늘릴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키부 헤드폰은 올해 말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디자인 개선을 위해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편의성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모라마·배치워크스, 전자제품 수명주기 확대 위해 협력” 🤝

앞서 언급한 대로 키부 헤드폰은 모라마와 배치워크스가 합동으로 제작했습니다.

양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 전 주기에 걸쳐 순환성을 추구한단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5년 설립된 모라마는 사용자경험(UX)과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기업입니다. 주로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분해성 소재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모라마가 순환디자인 설계에 중점을 뒀다면, 배치워크스는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018년 설립된 배치워크스는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사무용품·조명 등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제작하고, 수명주기가 끝난 제품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주력 중입니다.

 

▲ 조 버나드 모라마 창립자는 수명주기가 끝난 제품을 버리려는 소비자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배치워크스와 협력해 키부 헤드폰을 만들었다. ©Jo Barnard, 링크드인

이들 기업이 협력해 제품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큰 교류가 없던 두 기업이 손을 잡은 이유, 바로 전자제품이 일정 수명주기에만 사용되고 버려져선 안 된단 사실을 입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조 버나드 모라마 창립자는 “수명주기가 끝난 제품을 버리려는 소비자의 사고방식을 자원 순환성과 수리용이성을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배치워크스와 협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키부 헤드폰과 같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물건과의 상호작용성을 높이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일로 맥러플린 배치워크스 연구개발(R&D) 책임자 역시 이에 공감하며 “전자제품이 일회용품으로 간주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수리할 수 있는 헤드폰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키부 헤드폰은 머리밴드를 제외하고 재활용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로 만든 3D 프린팅 필라멘트 소재가 사용됐다. ©Morrama, Studio Don

재활용 PLA 소재 활용된 키부 헤드폰…“농업용 포장 폐기물 사용돼” ♻️

모라마가 디자인하고 배치워크스가 제조한 키부 헤드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헤드폰 자체는 일반 헤드폰과 유사하게 부드러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머리밴드와 이어패드로 구성됐습니다. 머리밴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재활용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배치워크스는 키부 헤드폰 본체가 재활용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으로 만든 3D 프린팅 필라멘트 소재로 제작됐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배치워크스는 “키부 헤드폰은 네덜란드에서 수집한 농업용 포장폐기물로 만든 재활용 PLA가 활용된다”며 “(해당 폐기물은)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3D 프린팅 기업 리플로우(Reflow)에서 필라멘트로 변환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두 기업은 재활용이 어려운 TPU 소재 머리밴드까지 재활용하고자 대체 소재를 탐색 중입니다.

이는 헤드폰 출시 전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모든 부분에서 재활용 소재가 사용된 헤드폰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 키부 헤드폰은 수리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분해 가능한 모듈식 구조로 설계됐다. ©Batch.Works

최소 부품으로 분해·수리 쉽게 설계…“폐 헤드폰은 새 제품 제작에 사용” 🎧

키부 헤드폰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이 조립하고, 아동의 성장속도에 맞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단 점입니다.

한마디로 키부 헤드폰은 모듈식으로 고안됨으로써 파손된 부품을 쉽게 교체하고 수리해 제품 수명주기를 늘릴 수 있는 것.

이를 위해 키부 헤드폰은 수리 과정에서 분해를 용이하게 하고자 총 8개의 부품으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헤드폰 부품은 나사, 접착제 등 복잡한 고정장치 없이 결합돼 조립 및 분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앤디 허트 모라마 부이사장은 “부품 수가 적으면 제조 및 수리 과정을 보다 간편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허트 부이사장은 이어 “이외에도 안전 차원에서 아이들이 실수로 부품을 삼키지 않도록 크기가 크고 적은 수의 부품으로 헤드폰을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헤드폰 부품이 손상됐거나, 제때 크기를 늘려야 할 경우 소비자는 배치워크스 측에 부분 수리를 맡겨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사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비교적 손상에 취약하다”며 “손상된 부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 모라마와 배치워크스는 전자 회로 기판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위해 분리가 용이한 생분해성 인쇄 회로 기판인 솔루보드를 사용했다. 사진은 솔루보드가 뜨거운 물에서 녹아 기판이 분리되는 모습. ©Jiva Materials

한편, 키부 헤드폰은 5~11세 아동용으로 제작돼 아이들이 그 이상의 나이대로 성장했을 때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양사는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을 회수 및 분해해 새로운 헤드폰을 만드는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때 기업들은 헤드폰에 포함된 전자 회로 기판마저 쉽게 회수하고자 분리가 용이한 기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국 소재 회사 지바머티리얼스(Jiva Materials)가 개발한 생분해성 인쇄 회로 기판(PCB) ‘솔루보드(Soluboard)’가 사용됐습니다.

에폭시 수지·유리섬유 등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로 구성된 기존 PCB와는 달리 솔루보드는 천연 섬유 등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솔루보드는 뜨거운 물에서 흐물흐물하게 녹는 특징을 지녀,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기물질과 회로 기판만을 쉽게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부품별 활용 현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모든 부품에 개별 고유 식별번호를 부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배치워크스는 밝혔습니다. 즉, ‘디지털 제품 여권(DPP)’ 기술을 개발 중인 것.

 

키부 헤드폰, 전자폐기물 감소 기대…“수리 공간 확대해 접근성 높일 것” 🔧

이처럼 수리용이성을 높여 제품의 자원 순환성을 제고할 키부 헤드폰.

허트 부이사장은 “키부 헤드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된다면 교체형 전자제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매년 심화하는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양사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키부 헤드폰과 같은 수리 가능한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소비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맥러플린 R&D 책임자는 헤드폰 출시 후 목표에 대해 “소비자가 헤드폰을 구매한 지역에서 쉽게 수리 받을 수 있도록 수리 공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들 기업은 키부 헤드폰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제품 수명주기를 확대하는 제품을 함께 생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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