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폐기물 발생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중금속 등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보건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을 더욱 서둘러야 한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어린이와 전자폐기물 처리장(Children and Digital Dumpsites)’에 담긴 내용인데요. 지난 26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관이 보고서를 번역서로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WHO는 전자폐기물로 인한 보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을 더욱 서둘러야 함을 강조합니다. 구체적으로 ▲재료 폐기·복구·재사용을 위한 철저한 환경보건 관행 구축, ▲전자폐기물 감소를 위한 지속가능한 소비 증진, ▲내구성 향상된 전자제품 생산 등을 통해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WHO는 설명했는데요.

WHO는 이어 “전자폐기물 문제 대응은 전 세계 순환경제 전환을 뒷받침”할뿐더러, 이를 통해 전자폐기물 노출로 인한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WHO에서 최초로 전자폐기물 문제의 규모와 노출 경로에 따른 건강 영향 등을 다룬 것인데요.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갔는지 정리했습니다.

 

© WHO는 지난해 6월 어린이와 전자폐기물 처리장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WHO 전자폐기물 보고서 갈무리

전자폐기물 82.6%,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폐기돼 📲

보고서는 먼저 전자폐기물 발생량과 산업이 모두 급성장하고 전자제품의 수명이 점차 짧아짐에 따라 유해물질 노출도 덩달아 증가한 상황임을 지적합니다.

2019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5,360만 톤. 공식적으로는 이 중에서 단 17.4%만 수거돼 재활용됐습니다. 나머지 82.6%는 비공식 폐기물 회수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오는 2030년에는 7,47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중·저소득 국가 위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경우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63% 이상 증가했는데요.

반면, 선진국은 자국의 재활용법을 피할 목적으로 전자폐기물을 해외로 운송하는 상황. WHO는 이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인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을 어기는 사례로 간주할 수 있음을 명시했습니다.

더불어 WHO는 비공식 해체장 및 재활용장에서 전자폐기물이 폐기될 경우 유해물질이 인근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WHO는 비공식 전자폐기물 해체 시설이 아프리카·동지중해·미주·서태평양 지역 최소 15개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 2019년 기준 각국에서 생성된 전자폐기물을 색깔로 표시한 지도 붉은색일수록 폐기물이 많단 뜻이고 이어 초록색 파란색 주황색 순이다 WHO 전자폐기물 보고서 갈무리

해당 환경에서는 값비싼 부품이 들어간 장치를 주로 연소·가열·화학습식 같은 수작업으로 해체할뿐더러,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노출돼 지역사회 환경 및 작업자를 모두 위협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계은행(WB)과 국제노동기구(ILO)는 비공식 폐기물 작업자 수를 각각 1,500만 명과 2,000만 명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국가 및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자폐기물 산업 부문 비공식 종사자의 23%가 여성으로 추산되는데요. WHO는 상당수가 가임기 여성이라며, 전자폐기물 수거 및 재활용 작업자로 일하면서 납과 같이 임신 중 태아에 전달될 수 있는 축적성 독성물질에 노출될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소아·청소년은 비공식 전자폐기물 해체 시설에서 전자기기를 손으로 분류하거나 해체하는 작업에 동원되는데요. WHO는 소아·청소년은 ▲오염물질에 오염된 음식·물·모유·먼지 섭취, ▲연소 시 발생하는 입자성 물질 등 흡입,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전자폐기물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는 소아·청소년은 체구에 비해 성인보다 호흡량이 더 많고, 더 많은 음식과 물을 섭취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로 인해 성인보다 오염물질 유입량이 더 높고, 신경 발달과 폐기능 형성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WHO는 전자폐기물로 인한 직접적인 위협에 처한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파악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WHO는 전자폐기물로 인한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을 서둘러야 함을 강조한다 WHO 트위터 캡처

전자폐기물로 인한 보건 문제↑, 의료비 절감 위해선 순환경제 전환 시급 💊

WHO는 전자폐기물 노출이 소아·청소년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단 여러 연구 결과를 사례와 함께 인용했는데요. WHO는 이어 전자폐기물로 인한 건강위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순환경제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WHO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재활용 장려 정책이 전자폐기물 관련 부상과 질환을 예방해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철저한 전자폐기물 관리 해결책 도입이 보건, 환경, 폐기물 관리 부문에 ‘삼중이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면.

  • 순환디자인 도입 🔧: 먼저 보고서는 전자제품 디자인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전자제품의 제품수명주기(PLC·Product Life Cycle)를 고려해 유해물질 등 위험 부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단 내용인데요. 더불어 제조사가 내구성과 재사용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제품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 수리권 확대 🔨: WHO는 전자제품을 좀 더 오래 쓰기 위해선 수리가 용이한 제품이 설계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했는데요. 소비자 자가수리권(Right to Repair) 확대도 언급됐습니다. 이밖에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 원재료 발굴 대신 재활용 투자 확대 등의 노력이 산업군에서 필요합니다.
  • 지속가능한 소비 캠페인 진행 📢: WHO는 무엇보다 전자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감소하기 위해선 소비자 행동 변화 인식개선 캠페인이 진행돼야 함을 강조했는데요. 도시 및 지역 당국이 앞장서 관리지역 내 전자폐기물 수거·분류·재활용 개선을 감독하고, 시민 의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2019년 전자폐기물 관련 현행 법안 정책 및 규정을 시행 중인 국가를 표시한 지도 WHO 전자폐기물 보고서 갈무리

한편, 전자폐기물 관리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WHO는 세계 인구의 71%는 어떤 형태로든 전자폐기물 관리 법안이 갖춰진 국가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허나, 법안이 갖춰진 곳들도 개략적이거나 미완성인 경우가 많고 실제 효과 집행조치가 부족한 상황임을 WHO는 꼬집었습니다.

WHO는 또한 중·저소득국일수록 전자폐기물 산업에 종사하는 이가 많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가령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만 최대 20만여명이 넘는 사람이 생계수단으로서 비공식 전자폐기물 해체 시설에 의존하는 상황인데요. 이에 WHO는 강력한 폐기물 관리 및 안전한 재활용을 위해선 재활용 관련 법률 제정 및 자금 지원 이행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WHO는 유해물질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재활용 기술을 이용해 전자폐기물에서 자원을 추출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건강 위험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자원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을 모두 감소시키기 때문인데요.

WHO는 그러면서 전자폐기물 문제 대응을 위해선 밸류체인(가치사슬·Value Chian) 전반에 걸쳐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