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주요20개국(G20) 중 최초로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나, 캐나다 정부는 향후 1년 이내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위한 체계를 확정 지을 방침입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스티븐 길보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캐나다 연방정부는 석유·가스 산업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며 “매년 정부 차원에서 지급된 약 10억 캐나다달러(약 9,600억원) 규모의 화석연료 보조금이 폐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날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프레임워크를 공개했습니다.
앞서 G20은 2009년 각각 영국 런던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두 차례의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시행하고 있는 G20 회원국은 전무합니다.
이 가운데 캐나다 정부가 기후대응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합의한 사안을 시행한단 점에서 호평이 나옵니다.
동시에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내용을 담은 프레임워크 상에서 여러 허점이 발견돼 비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세계 4위 산유국, 캐나다가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선언한 이유는? 🤔
2021년 기준 캐나다는 세계 4위 선유국으로 국가 경제에서 화석연료 산업 중요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캐나다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화석연료 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IISD)에 의하면, 캐나다 정부는 석유·가스 산업에 연간 48억 캐나다달러(약 4조 6,000억원)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IISD는 “(다만) 캐나다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를 투명하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전제를 달았습니다.
이 가운데 기후대응 차원에서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 이에 작년 12월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 정부와 공기업 등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새로운 공적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번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속한 자유당과 신민주당(NDP)이 지난해 체결한 협약의 후속 조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초 트뤼도 총리는 2025년부터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했으나, 그 시점을 올해로 앞당겼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에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G20 국가간 합의를 이행하고자 2023년부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을 관련 부서와 논의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캐나다 화석연료 보조금, 탄소배출량 대폭 줄이는 프로젝트에 한정” 💰
지난 24일(현지시각) 공개된 문서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캐나다 정부는 석유·가스 부문에서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프로젝트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나온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당사국들은 2022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지 않는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을 종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청정에너지 지원 ▲소외된 지역사회에 필수 에너지 제공 ▲긴급 대응을 위한 단기 지원 ▲화석연료 활동에 원주민 참여 지원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반한 경우 등에만 정부 지원이 이뤄집니다.
쉽게 말해 향후 화석연료 부문에서 캐나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6가지로 한정된단 것.
CCS 기반 프로젝트 보조금 지속…“‘반쪽짜리 조치’ 비판과 환영 뒤섞여”🥊
캐나다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단 계획을 발표하자 캐나다 주요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이를 환영했습니다.
캐나다 주요 환경단체인 ‘캐나다 환경보호국(EDC)’은 “이번 지침이 G20 국가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이 됐다”고 총평했습니다.
조나단 아놀드 캐나다 기후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는 캐나다의 경제 정책을 기후 목표에 부합시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와 캐나다 신민주당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옵니다. 캐나다 정부가 CCS(탄소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한 석유·가스 프로젝트에는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로렐 콜린스 신민주당 환경·기후분야 전략가는 “(캐나다 정부의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는) 반쪽짜리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로라 카메론 IISD 정책 고문 또한 “CCS 기술을 통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길보 환경부 장관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CCS를 활용한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많은 공적 자금이 지출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CCS 기술이 화석연료 산업 탈탄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지난해 CCS 투자 세액공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향후 5년간 26억 달러(약 3조 3,259억원)의 세액 공제를 제공합니다.
작년 2월 IISD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에선 총 7개의 CCS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공기업 화석연료 보조금 유지…“2024년에 공기업 보조금 폐지 계획 발표” 📢
캐나다 수출개발공사(EDC) 같은 공기업이 제공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이 당분간 유지된단 것도 논란입니다. EDC는 캐나다 연방정부가 100% 출자해 설립한 공적수출신용기관입니다. 캐나다 기업의 수출 및 해외사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캐나다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대부분 EDC와 같은 공기업에 의해 제공되므로 공공기관이 지급하는 화석연료 보조금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IISD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8~2020년)까지 캐나다 정부가 EDC를 통해 지급한 화석연료 보조금은 연간 평균 110억 캐나다달러(약 10조 6,000억 원)에 달합니다.
기자회견에서 향후 공기업 등이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계속 지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길보 장관은 관련 정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길보 장관은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조달하는 주체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2024년 말까지 공기업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화석연료 생산지 앨버타주 우려 표해…IEA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 되려 ↑” 📈
캐나다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이 가시화되자 캐나다 내 주요 화석연료 생산지역인 앨버타주에선 우려가 나왔습니다.
레베카 슐츠 앨버타주 환경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두고 연방정부의 초점이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슐츠 장관은 “화석연료 자체가 아니라 ‘탄소배출량’이 문제라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캐나다 산업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세계 각국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되레 확대하는 실정입니다.
지난 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공개한 보고서 ‘화석연료 소비 보조금 2022’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은 1조 달러(약 1,279조원)를 넘었습니다.
이에 대해 IEA는 “(COP26에서 나온)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따라 세계 197개국은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약속했지만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위기로 화석연료 보조금이 되레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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