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이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달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재원 등과 관련해서도 국가 간 견해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G20 에너지장관들은 인도 고아주 밤볼림에서 열린 에너지장관회의에 참석해 ▲화석연료 감축 방안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 ▲기후재원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들 주제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회의는 주요 의제에 대한 G20 회원국 간 의견 대립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성명(코뮤니케· Communiqué)’을 발표하지 못한 채 종료됐습니다. 공동성명은 회원국이 모든 의제를 완전히 합의했을 시 발표됩니다.

그 대신 합의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 ‘성과 문서’가 정리됐습니다.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부분은 올해 의장국인 인도가 의장 요약문의 형태로 발표했습니다.

지 쿠마르 싱 인도 전력부 장관은 “총 29개 가운데 22개 문항에서는 완전한 합의가 도출됐다”며 “나머지 7개 문항은 의장 요약문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인도가 1년간 G20 의장국을 맡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 등 9개국도 주요 회의에 초청돼 참여 중이다. ©G20

G20 에너지회의, 화석연료 감축 등 대립…“공동성명 발표 못 해” 📝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의장 요약문에는 “일부 회원국 사이에서 다양한 국가적 상황에 따라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명시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화석연료 감축에 대해 반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의장국인 인도는 구체적으로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에 반대 입장을 표한 국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으로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 및 퇴출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주도했고, 과거 협상부터 지속적으로 화석연료 감축을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도 반발에 합세했다고 보도 했습니다.

주요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또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의에서 반대 입장을 내비친 국가들은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화석연료 사용 단계적 감축에 반대했습니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설명하는 표현을 놓고도 국가 간 치열한 격론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싱 장관은 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의 경우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대신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길 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탄소포집 기술은 아직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일부 회원국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G20 회원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 등을 놓고 분열했다. ©Andy Aitchison

G20, 재생에너지 확대·기후재원·수소 관련 논의 모두 ‘합의’ 실패 😢

이번 회의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인도 신재생에너지부(MNRE)가 공동 작성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저비용 자금 조달(Low-Cost Finance for Energy Transition)’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됐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연간 비용을 4조 달러(약 5,102조 원)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기후대응을 위해선 개발도상국을 위한 재정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및 기후재원 필요성을 위한 주요 근거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나 이들 주제 또한 국가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사우디·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남아공 등 5개국 모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는 안에 반대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가 목표는 독일·덴마크·유럽연합(EU)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연구를 기반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에 따르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필요한 핵심광물에 대한 협력 강화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우 자국 내 에너지믹스(발전원) 상당수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안에 반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 기후재원 등을 놓고도 G20 회원국 간 의견차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UN

개도국 기후대응을 위해 선진국이 약속한 1,000억 달러(약 127조 원)를 지원하는 기후재원도 합의되지 못했습니다. 2009년 덴마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약속한 재원입니다.

나아가 이번 회의에선 재생에너지 전환을 용이하게 하는 ‘수소 생산’의 정의를 놓고도 논쟁이 일었습니다.

일부 회원국은 청정수소를 ‘그린수소’가 아니라 ‘저탄소수소’라는 용어로 대체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사용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합니다. 이와 달리 저탄소수소에는 화석연료로 만든 수소에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이산화탄소(CO²)를 포집·제거해 생산하는 블루수소, 원자력을 이용해 만든 핑크수소 등이 포함됩니다.

 

“G20 에너지 회의 결과, 에너지 전환 둘러싸고 첨예한 분열 보여줘” 🥊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G20 지도자들이 기후문제에 미온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연합(Global Renewables Alliance)의 브루스 더글라스 최고책임자는 “이번 에너지 회의의 결과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큰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의 앨든 마이어 선임연구원 역시 FT에 “이번 회의에선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 등으로) 공정·신속·공평하게 전환될 필요성을 두고 첨예한 분열이 나타났다”고 꼬집었습니다.

마이어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G20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분명한 결론을 도출해야 했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등 G20이 합의하지 못한 주요 안건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주요 의제로 다시 논의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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