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공개한 차량 배기가스 규제안에 완성차 기업 상당수가 난색을 보인 가운데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Telsa)만 환영을 표했습니다.
EPA가 내놓은 규제안은 향후 6년간(2027~2032년) 신규 승용차 및 트럭의 온실가스(GHG)와 미세먼지 등 배출허용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가 EPA에 제출한 논평에서 기존 더 강화된 규제를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테슬라 “EPA 전기차 보급 목표치 67% → 69% 상향 촉구” 🚗
EPA는 해당 규제안이 도입될 경우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가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EPA는 지난 5일(현지시각)까지 해당 규제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지난 5일 EPA에 규제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의견서에서 테슬라는 순수전기차(BEV)로의 신속한 전환을 위해 EPA가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테슬라는 “2032년까지 미국 내 신차의 69%가 전기차가 되도록 EPA는 더 엄격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는 EPA가 제시한 전기차 보급 목표치인 67%보다 2%p(퍼센트포인트) 더 높은 수치입니다.
테슬라, EPA 목표치 신흥 전기차 제조업체 판매량 증가 고려 못 해! 📈
테슬라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첫째, 테슬라는 현재에도 이미 2026년 온실가스 배출 표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로 자사가 이미 EPA의 2023~2026년식 승용차·경트럭의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규정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1년 8월 EPA는 2026년 기준 승용차 및 경트럭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마일당 161g으로 제한했습니다.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는 이미 그 이상의 CO2를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3 차량의 경우 약 1마일(약 1.6㎞)당 137g의 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둘째, EPA가 자사의 BEV 생산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테슬라는 “EPA가 자사의 연간 판매량을 10만 대 미만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지난해 테슬라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이미 50만 대에 육박했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는 작년 8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단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테슬라만 해도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치보다 더 높은 수준을 설정하고 있단 지적입니다.
셋째, EPA가 제시한 목표치에 신흥 전기차 제조업체의 판매량 증가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테슬라는 꼬집었습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 및 루시드(Lucid), 베트남 전기차 제조업체 빈패스트(VinFast) 등에 대한 EPA의 미국 판매 추정치가 과소 평가됐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테슬라, 오프사이클 크레딧(Off-Cycle Credit) 중단 촉구하기도 🚨
한편, 의견서에서 테슬라는 2027년 이후 경차·중형차 대상 ‘오프사이클 크레딧(Off-Cycle Credit)’* 제도가 중단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내연기관(ICE)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에만 제도가 계속 적용될 경우 보상받는 차량 유형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 해당 제도가 주로 ICE 차량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능동제어 변속기·엔진 조기 예열 장치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대자동차 등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2031년 이후 단계적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프사이클 크레딧: 실제 차량의 운전상태에선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나타나지만, 표준 시험모드에선 측정 불가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에 크레딧(CO2 배출량 차감)을 부여하는 제도.
주요 자동차 업체 EPA 규제안 우려…AAI “사실상 전기차 의무화 조치” 🙅
반면, 테슬라를 제외하면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는 EPA 규제안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토요타·현대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업체를 대변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EPA 규제안에 반발했습니다.
AAI는 해당 규제안이 ‘사실상 전기차 의무화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치는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달성할 수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AAI는 이에 대해 크게 3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을 근거로 내놓았습니다.
AAI는 “지난해 BEV 전체 판매량은 ICE 경차 판매량의 6% 미만을 웃돌았다”며 “규제안은 전기차 판매에만 초점을 맞출 뿐 충전기 보급 등 운전자를 위한 조치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둘째, ‘친환경 승용차와 자동차의 미국 리더십 강화에 관한 행정명령’에 의해 충분히 공격적인 조치가 설정됐다고 AAI는 지적했습니다. 이 행정명령은 2021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됐습니다.
행정명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보급하겠단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셋째, AAI는 EPA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효과를 과도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단 것.
현대차 “EPA, 자동차 업체 고려하지 않은 낙관적 규제 내놓아” 😥
국내 기업인 현대차도 지난 5일 EPA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AAI와 마찬가지로 “IRA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필요한 전력망·충전소·소비자 수요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자동차 업체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낙관적인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차는 또 EPA가 전기차 보급 목표를 계산할 때, BEV만 고려한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21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선 전기차 보급 목표에 BEV와 PHEV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BEV 외에도 PHEV과 수소연료전기차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포드, 토요타 등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 역시 공급망과 비용 문제 등으로 EPA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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