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자동차 세액공제를 위한 세부지침 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지침은 잠정안으로 60일간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추후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 지침은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IRA 전기차 세액공제 백서(white paper)’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당초 IRA는 한국 등 외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차별 논란을 불러왔으나, 세부지침에 한국이 요구했던 의견 상당수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를 회원으로 둔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IRA 세부지침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같은날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전반적으로 우리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기존 백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IRA 세부지침 공개…“한국산 ‘양극·음극재’ 사용해도 보조금 지급” 😮

미 재무부는 오는 4월 18일부터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같은날 재무부는 새 규정 시행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목록과 세액 공제 규모 등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세부지침은 크게 ▲배터리 부품 ▲핵심광물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 배터리 부품: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는 부품에 포함되지 않아! 🔋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50% 이상이 북미산 부품이어야 합니다. 이는 2029년까지 100%로 높여야 합니다.

세부지침에는 배터리 부품에 대한 규정도 담겼습니다. 세부지침은 배터리 4대 부품(양극판·음극판·분리막·전해질)과 셀, 모듈 등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했습니다.

단,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양극재 속 활물질을 일컫는 양극 활물질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소재입니다.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은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는 국내에서 생산,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 공정을 바꾸거나 공장을 북미로 이전하지 않더라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핵심광물: 미국 or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추출·가공할 경우 보조금 OK! ⛏️

배터리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 광물을 한국이 가공해 부가가치 기준(50%)을 충족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단 의미입니다. 허나, 이는 2025년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됩니다. 또 핵심광물 비중은 연간 10%p(퍼센트포인트)씩 상승해 2027년까지 80% 이상을 미국 관계국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아울러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를 제조하는 과정은 핵심광물 가공 과정으로 인정됐습니다.

 

▲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 규정안이 발표되기에 앞서 지난 3월 29일(현지시각)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도미타 고지 주미 일본대사가 핵심광물 협정에 서명하는 모습. ©USTR, 트위터

“단, 전기차 북미 최종조립 규정은 그대로”…韓 전기차 업계 난색 🚗

이들 조항을 통해 각각 3,750달러씩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배터리 업계는 일단 안심한 상황이나, 전기차 업계는 상황이 다릅니다.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현대차그룹·기아의 전기차는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조금 대상이 안 된단 것.

당초 한국·일본·유럽연합(EU)은 북미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수입차에 대한 우대 적용을 IRA 세부지침에 넣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실제 발표된 지침에서는 배제됐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점을 앞당긴다는 방침입니다.

 

IRA 세부지침, 韓 배터리 업계에 마냥 유리한 것 아냐 🤔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재무부는 기존 FTA 체결국뿐 아니라 새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나라도 IRA상 FTA 국가로 규정됐습니다.

덕분에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과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일본도 법정 FTA 국가로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파나소닉 등 배터리 기업들도 핵심광물 가공과 추출 모두 자국에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기업들과 일본 업체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

마찬가지로 미국과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EU도 향후 같은 지위가 부여될 것으로 보입니다.

 

▲ 10대 전략 핵심광물 중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5종 상당수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다. ©greenium

배터리 업계, 핵심광물 다각화 전략 숙제 남아…“중국산 광물의존도 낮춰야” 🔋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도 관건입니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해외 우려 기업(FEOC)’에서 조달하지 못하도록 지침에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FEOC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세부지침에 담기지 않았으나, 전기차 업계는 최종안에 중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FEOC에 구체적으로 중국의 어떤 기업들이 포함되고, 예외로 인정받는 경우가 무엇인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핵심광물 조달 전략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리튬·코발트·흑연 등 배터리 핵심광물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산화리튬의 84%, 수산화코발트 69%, 천연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우리나라는) 배터리 핵심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IRA 시행지침의 혜택이 한시적임을 확인한 만큼 체계적인 공급망 전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 리튬 등 핵심광물 해외의존도 2030년 8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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