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 붕괴는 에코사이드”…체르노빌 이래 최대 환경 재난, 복구액만 693억 필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위치한 노바 카호우카 댐이 지난 6일(현지시각) 폭발로 파괴됐습니다.

12일(현지시각)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카호우카 댐 폭파로 드니프로강 인근 지역 41개 도시와 마을이 침수됐습니다.

이번 댐 폭파로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에서만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실종됐습니다. 러시아 점령지역에서만 최소 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재민도 최소 4만여명에 달하며,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는 카호우카 댐 붕괴가 상대방의 공격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댐 붕괴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댐 파괴가 “잔인한 에코사이드(Ecocide·생태학살)”라고 언급했습니다.

같은날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ICC 검찰청에 러시아를 ‘에코사이드’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 폭파에 대해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며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렸습니다.

 

▲ 지난 6일 플래닛랩스 스카이샛 위성이 우크라이나 남부 노바 카호우카 댐이 무너지는 모습을 전후로 촬영했다. ©Planet Labs

카호우카 댐 폭파로 지뢰 수만여개 유실…“위험 심각” 🚨

카호우카 댐이 있는 드니프로강은 러시아 스몰렌스크에서 발원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흘러 흑해에 이릅니다. 무려 2,290㎞를 흐르는, 유럽에서 세 번째로 긴 강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곡창지대’란 별명이 붙을 수 있던 까닭도 이 강 덕분입니다.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각)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약 15개월이 지난 현재. 드니프로강은 전쟁에서 치열한 전선이 됐습니다. 강을 경계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강 인근에는 무수한 양의 지뢰가 매설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번 카호우카 댐 폭파로 인해 강 인근에 매설돼 있던 지뢰 수만여개가 모두 민간인 지역으로 떠내려갔단 것.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무기오염부 책임자인 에릭 톨레프센은 “15개월 간의 전쟁 기간 중 셀 수 없이 많은 지뢰가 뿌려졌을 것이고 대인지뢰 외에도 방대한 양의 대전차 지뢰가 사용됐을 것”이라며 “정확하게 지뢰가 얼마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톨레프센은 이어 댐 폭파로 인해 지뢰가 어디 있는 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황을 중대한 위험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 당국 모두 드니프로강 하류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지뢰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 플래닛랩스 스카이샛 위성이 노바 카호우카 댐 붕괴 전후로 러시아 점령지 우크라이나 헤르손을 촬영했다. ©Planet Labs

“체르노빌 이후 최대 환경 재난”…피해복구액만 최소 693억 필요 💣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댐 폭파가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 최대의 환경 재난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건 당일인 지난 6일(현지시각) 루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부(환경보호 및 천연자원부) 장관은 댐 붕괴 여파로 드니프로강 하류 인근에 있는 연료 150톤이 유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니프로강 하류 인근에 있던 농장과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이 흑해를 오염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前)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댐 파괴로) 강이 범람하면서 주변 석유시설과 농장이 침수돼 강이 농약과 석유제품 등으로 오염됐을 수 있다”며 “이들 오염물질은 흑해까지 떠내려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 영향은 루마니아, 조지아, 튀르키예(터키), 불가리아에도 미칠 수 있다”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 최악의 재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 6일 노바 카호우카 댐 붕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 ©DFR Labs

올렉산드르 크라스놀루츠키 환경부 차관 또한 이튿날(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에코사이드(생태학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크라스놀루츠키 차관은 드니프로강 인근 멸종위기종의 피해를 우려하며 ‘흑해 생물권 보호지역’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환경 피해 복구에만 최소 5,000만 유로(약 693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PF)에 의하면 전쟁범죄 전문가들은 카호우카 댐 폭파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환경파괴 행위가 생태 범죄에 관한 로마규정 제8조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환경피해액 66조 이상…“러시아에 에코사이드 책임 물을 것”

 

▲ 노바 카호우카 댐 붕괴 직후 드니프로강 상류 수위도 지속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 또한 냉각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트위터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 수위도 위험…WFP·FAO ‘식량위기’ 우려 경고 📢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는 이번 댐 폭파에서 화를 면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 상류에 있습니다.

다만, 카호우카 댐 붕괴로 인해 드니프로강 상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강을 냉각수 수원으로 활용하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상태입니다. 실제로 댐 파괴 직후 드니프로강 상류 카호우카 저수지의 수위는 하루에 약 1m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향후 몇 달간 타 공급원에서 냉각수를 대체할 수 있으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이 위태로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댐 부근 수위를 측정한 데이터 간에 상당한 불일치가 확인됐다며, 빠른 시일 내로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해 안전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 6일 노바 카호우카 댐 파괴로 침수된 러시아 점령지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모습. ©Alexsey Filippov, UNICEF

이밖에도 카호우카 댐 파괴로 인해 세계 식량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단 경고도 나옵니다. 댐 파괴 직후 세계식량계획(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일제히 댐 파괴가 세계 기근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이는 강 범람으로 드니프로강 일대 농경지가 침수됐을뿐더러, 일부 관개시설 또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곡물 수출을 위한 흑해 항구 또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카호우카 댐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던 5,000㎢ 면적의 농지가 황무지로 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WFP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세계 3억 4,500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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