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벤처 재단 X프라이즈(XPRIZE)가 인구 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미래의 단백질’을 구현해낼 후보 6곳을 발표했습니다.
대체단백질 개발을 주제로 하는 ‘X프라이즈 피드 더 넥스트 빌리언(XPRIZE Feed the Next Billion)’ 대회의 결선진출자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됐습니다.
2020년 12월 1,500만 달러(약 196억원)의 상금을 걸고 출발한 이 대회는 ▲지속가능성 ▲동물권 ▲영양 및 건강 ▲맛과 식감 등을 기준으로 기존 닭고기와 생선을 대체하는 대체단백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4년간의 대회 끝에 결선진출자로 총 6개 팀이 선정됐습니다. 한국 기업 1곳도 결선진출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종우승자는 2024년 상반기에 발표됩니다.
2050년 세계 인구 97억…“차세대 10억 명 먹일 식량 기술 필요해” 🍽️
X프라이즈는 경쟁을 통해 혁신 기술을 촉진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경진대회를 진행 중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원으로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상금이 걸린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도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X프라이즈가 대체단백질을 주제로 대회를 진행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대회는 엑스프라이즈가 지구촌 식품시스템 문제를 심층 분석한 ’미래 식량 영향 로드맵(Future of Food Impact Roadmap)‘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연구는 대체단백질이 기술적 진전과 가격 인하 그리고 소비자 선호도의 변화가 필요한 매우 중요한 영역이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문제도 대회 개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작년 11월 14일(현지시각) 유엔은 세계 인구가 공식적으로 80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1974년 40억 명 달성 이후 단 48년 만에 2배로 급증한 것입니다. 유엔은 2050년 전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인구 증가에 따라 육류 등 고단백 식품 수요가 증가한단 것. 이는 곧 가축 사료 재배 등을 위해 삼림벌채, 생물다양성 손실 등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전망과 이어집니다.
이에 X프라이즈는 10억 명이 넘는 인구의 식량 수요를 지속가능하게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대체단백질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인데요.
X프라이즈, 하필 닭고기·생선에 주목한 이유는? 🤔
물론 현재도 식물성 대체단백질, 배양육, 하이브리드 대체육 등 다양한 대체단백질 대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닭고기 배양육 안정성을 인정하며 배양육 산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다만, 이 대회는 이름 그대로 ‘10억 명의 인류’를 먹일 정도로 생산 규모의 확장과 유통을 요구한단 점에서 기술적 난도가 높습니다.
X프라이즈는 이번 대회에서 닭고기 또는 생선의 특성과 구조, 다용성, 영양 성분을 재현한 닭가슴살·생선 필렛 대체품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닭가슴살 또는 생선 필렛의 모양과 식감, 영양 성분에서 90%까지 재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안전성 ▲동물복지 ▲경제성 ▲환경발자국 등도 해결해야 합니다.
2024년 상반기에 발표되는 최종우승자에게는 700만 달러(약 91억원)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2위와 3위는 각각 200만 달러(약 26억원)와 100만 달러(약 13억원)가 수여됩니다.
한편, X프라이즈는 여러 동물성 단백질 중 닭고기와 생선만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종교나 지역적인 문제로 수요가 갈리는 소나 돼지와 달리, 닭과 생선은 전 세계에서 두루 사용되는 단백질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X프라이즈가 선정한 대체단백질 결선진출자 6개 팀은 어디일까요?
+ X프라이즈, ‘배양육’의 접근성 문제에도 진심이라고? 💰
X프라이즈는 본상과 별도로, 최저 생산 비용으로 ‘비동물유래 배양 배지(whole animal-origin-free growth media)’를 개발한 팀에게는 보너스 상으로 200만 달러가 수여합니다. 배양육은 유망한 대체단백질이지만, 고가의 동물유래 배양 배지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가격이 높습니다. X프라이즈는 경쟁과 혁신을 통해 이러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1️⃣ 닭고기
🇨🇳 셀엑스 | 배양육 닭고기
2020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배양육 스타트업 셀엑스(CellX). 중국 내에서는 배양육 상업화에 도전하는 최초의 중국 기업인데요. 설립 1년 만인 2021년 9월 첫 돼지고기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셀엑스는 이를 시작으로 현재 소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대체단백질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내 최초의 배양육 파일럿 시설의 건설에 착수하며 주목받았습니다.
🇦🇷 이터널 | 발효 기반 닭고기
201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설립된 생명공학 스타트업 이터널(Eternal)도 결선진출자로 뽑혔습니다. 이전 사명은 ‘커널 마이코푸드(Kernel Mycofoods)’입니다. 식용 곰팡이를 배양해 만든 발효 기반(Fermentation-derived) 대체닭고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육류의 근섬유와 유사한 질감을 가진 곰팡이 균사로 만든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더플랜잇 | 식물성 닭고기
한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The PlantEat)도 결선진출자로 선정됐습니다. 2017년 설립돼 식물성 마요네즈와 식물성 우유를 사용한 음료 등 순식물성 대체단백질 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식품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동물성 식품의 맛과 식감을 조합하는 기술을 사용하는데요. 이번 대회에서도 해당 기술을 사용했고, 땅콩과 마카다미아를 조합해 순식물성 닭가슴살을 개발했습니다.
2️⃣ 생선
🇨🇦 프로필렛 | 식물성 생선
결선진출자 중 유일한 프로젝트 팀인 ‘프로필렛(ProFillet)’. 캐나다 푸드업사이클링 스타트업 테라바이오(Terra Bio)와 생명공학 스타트업 스몰푸드(Smallfood)가 참여했습니다. 먼저 테라바이오의 기술로 양조장 내 곡물부산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했는데요. 여기에 스몰푸드의 미세조류 발효 공정으로 만든 오메가-3 DHA가 더해졌습니다. 덕분에 생선의 영양 성분과 흡사한 대체연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 레보푸드 | 식물성 생선
2020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된 레보푸드(Revo Foods)는 3D프린팅을 사용해 식물성 해산물을 생산합니다. 완두콩 단백질, 조류 추출물, 식물성 오일을 사용해 연어의 질감을 모사했습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균사체 기반 생명공학 스타트업 마이코레나(Mycorena)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레보푸드는마이코레나의 마이코프로틴을 활용해 생선의 질감과 더욱 흡사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TFTAK | 식물성 생선
‘에스토니아 식품 및 발효 기술 센터(TFAK)’는 식물성 대체연어에 도전하는 또다른 팀입니다. 6명의 식품과학자가 참여해 1년간 연구한 끝에 완두콩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연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업사이드푸드·블루날루 등 유명 대체육 스타트업, 대회 기권한 까닭 😢
한편, 대체육 업계를 선도했던 유명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대회 결선진출자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2022년 발표된 준결승 31곳 목록엔 포함됐단 점도 의문을 키웁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최초로 FDA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은 배양육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 뒤이어 두 번째로 안정성을 인정받은 굿미트 브랜드를 보유한 배양육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도 대회 준결승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밖에도 2021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100대 발명품에 이름을 올린 대체수산물 스타트업 커런트푸드(前 쿨레아나), 한국 풀무원이 투자한 대체수산물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대체단백질을 생산한 에어프로틴(Air Protein) 또한 모두 결선진출자에서 제외됐습니다.
다수 기업들이 기권을 선택한 이유, X프라이즈 주최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대회는 아랍에미티르(UAE) 수도 아부다비의 첨단기술연구위원회(ATRC) 산하 프로그램 개발 기관인 아스파이어(ASPIRE)가 자금을 지원합니다.
미국 식품전문 언론 푸드네비게이터(Food Navigator) 보도에 따르면, 대회 중도였던 2022년 아스파이어가 대회 참가 조건에 우선청약권(ROFO)*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기업 상당수가 참가를 철회했습니다.
아스파이어에게 우선청약권이 부여될 경우, 참가기업들은 향후 투자나 라이선스 계약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니퍼 해슬립 X프라이즈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여러 팀이 기권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대체단백질 개발에 대한 그들의 지속적인 혁신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선청약권(ROFO·Right of First Offer): 주식 등 투자자에게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