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에 있어 인공지능(AI)의 잠재력과 함께 위험성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샌들로우 전(前)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는 지난 18일 ‘2024 CF연합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조강연 주제는 ‘AI가 청정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로드맵’이었습니다.
서울 중구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산업통상자원부·대한상공회의소·무탄소에너지연합(CF연합)이 공동개최했습니다.
그는 지난 11월 발간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AI 로드맵’ 보고서의 주저자입니다. 보고서는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 산하 ‘시원한 지구를 위한 혁신 포럼(ICEF)’이 발간했습니다. 작년에 이은 개정판입니다.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AI를 둘러싼 세계적 관심이 작년보다 커졌을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생성AI, 기후대응 잠재력 커진 만큼 ‘위험성’ ↑ 🚨
AI는 기후대응에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고 평가받습니다.
AI는 기술발전을 도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도울 수 있습니다. 동시에 AI 훈련·사용 과정에 막대한 전력이 소비됩니다. 이에 데이터센터 역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 상당수가 대부분 화석연료 전력으로 운영됩니다.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지금 이순간 AI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 미만”이지만 “기후대응에서의 가능성은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AI가 다양한 층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청정에너지 발전효율을 높이고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식의 ‘작은 수준(Small Game)’부터 청정에너지 신소재 개발처럼 극적인 변화까지 가능하단 설명입니다.
다만,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AI 활용에 있어 새로운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가 더욱 정교화됨에 따라 자칫 사용자가 AI의 실수를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AI가 대표적입니다. 오픈AI의 챗GPT는 AI 활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동시에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자신 또한 최근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하며 잘못된 답변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AI가 생산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정확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AI 기술 잠재력은? “전송용량 60% 높여” ⚡
그는 전력망 개선 사례를 통해 이같은 AI의 양면성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전력망 구축은 청정에너지 전환의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청정기술이 발전해도 전력망이 원활하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2022년 기준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인해 접속 대기로 추정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은 미국에서만 1,200GW(기가와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AI를 활용하면 기존 송전망으로 더 많은 전력을 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을 위해 송전망의 최대 송전전력을 보수적으로 산정한 것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먼저 머신러닝(ML)이 가능한 센서를 사용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측정·분석합니다. 이를 반영해 송전전력을 최적화해서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희식 마이크로소프트(MS) 정책협력법무실 이사는 관련 기술에 대한 MS의 투자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영국 전력망 모니터링 스타트업 ‘라인비전’입니다.
2022년 MS는 기후혁신기금을 통해 3,300만 달러(약 478억 원) 규모의 라인비전의 시리즈 C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라인비전은 AI를 활용해 송전전력을 최적화하는 ‘동적 파동 전송용량’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윤 이사는 라인비전의 기술은 전송용량을 불과 몇달만에 최대 60%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오류부터 데이터 부족까지, 과제도 산적 📝
동시에 AI를 전력 부문에 사용할 경우 “절대적인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샌들로우 전 차관보는 피력합니다.
AI가 오류를 내거나 잘못된 값을 내놓을 경우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넷플릭스가 AI를 사용해 (소비자가) 관심 없는 영화를 추천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원자력발전소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정부·규제기관·전력사 등에서 AI를 활용할 때는 다양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데이터 부족은 현재 기후대응에 AI 활용에 있어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데이터는 AI 활용의 가장 기초 자산입니다. 데이터가 모여야 AI가 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데이터가 추가돼야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샌들로우 전 차관은 양질의 접근가능한 데이터가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원전을 꼽았습니다. 많은 원전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공개하길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개인정보 보호 ▲편향적 정보 ▲가짜정보 ▲보안문제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그는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