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과 토지 사용 등 축산업의 환경 영향이 알려지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식물성 대체육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대두, 완두콩, 병아리콩 같은 다양한 콩들이 주목받는데요.

그런데, 여기 지금까지 종자 대부분이 소를 위해 길러져왔다“앞으로는 사람이 먹기 위한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애그리테크 스타트업 에퀴놈(Equinom)인데요.

오늘은 ‘농장에서 식탁으로’를 넘어 ‘종자에서 식탁으로’를 추구하고 있는 스타트업, 에퀴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에퀴놈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없이 단백질 함량 35%의 노란완두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_iStock

업계 최초로 단백질 35% 완두콩 개발 성공한 에퀴놈 🌿

에퀴놈은 대두, 병아리콩 등 다양한 콩과식물(Legumes)의 종자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에퀴놈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 없이 단백질 함량이 35%에 이르는 노란완두콩 개발에 성공했는데요.

이 노란완두콩의 단백질 함량은 기존 노란완두콩의 단백질 함량(21~25%)에 비해 1.5배가량 더 높습니다.

에퀴놈이 고단백 노란완두콩을 개발한 이유, 단순히 원료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우선, 더 적은 콩으로 더 많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농사에 사용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는데요.

노란완두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덕에 단백질 정제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정제하고 나오는 부산물 또한 줄어들어 폐기물도 줄어드는데요. 결과적으로 식품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에퀴놈은 식품가공업체와 협약을 맺어 단백질 건조, 분쇄 등 전 가공을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가공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50%가량 줄였다고 에퀴놈은 설명했습니다.

에퀴놈의 고단백 노란완두콩은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7월 13일(현지시각) 국제식품기술박람회(IFT First 2022)에서 열린 피칭대회*에서 에퀴놈은 2022 베스트 스타트업상을 받았는데요.

*피칭데이: 스타트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여기서 피칭(Pitching)은 스타트업이 본인의 비즈니스 아이템을 소개하는 자리를 뜻한다.

 

© 길 샬레프 에퀴놈 CEO가 현재 개발 중인 콩 종자를 보여주고 있다_Ofer Chen

“전 세계 낟알과 종자의 80%는 식용이 아니라 (가축) 사료와 바이오디젤을 위해 재배됐다.”

에퀴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길 샬레프

에퀴놈이 종자에 주목한 이유, 바로 그간 잊혀졌던 종자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길 샬레프는 그간 많은 종자가 가축 사료를 목표로 개발돼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희생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일례로 콩과식물이 수확량만을 고려해 개량되는 과정에서 단백질 함량이 낮아졌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더불어 샬례프 CEO는 그간의 콩과식물 기술 개발 및 투자가 가축용 사료에 맞춰 이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종자시장이 농부-시장-공장을 거치는 일방향 시장이었고, 이 때문에 식품기업과 소비자의 요구가 종자 개발에 반영될 수 없단 것입니다.

이에 샬레프 CEO는 앞으로 수확량이 아닌 햄버거, 대체우유 등 활용 목적에 맞춰 맛·지방·향미 등 다양한 기능적 특성을 고려해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는 ‘종자에서 식탁으로(Seed-to-table)’란 슬로건(구호)에서 에퀴놈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는데요. 이를 위해 에퀴놈은 완두콩을 넘어 대두, 렌즈콩 등 다양한 콩과식물 종자를 연구 중입니다.

에퀴놈은 최근 아이스크림에 적합한 완두콩을 개발하기 위해 블라인드 시식 테스트와 전자코(Electric nose)를 이용한 화학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영양분은 높이고 물소비량 줄인 ‘스마트 참깨’도 개발했다고! 🌾
에퀴놈은 2021년엔 참깨를 고단백 종자로 개발해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멕시코 참깨 가공업체와 협업해 단백질 함량은 높이고, 물과 자원소비량은 줄인 참깨 품종 ‘더 똑똑한 참깨(Smarter sesame)’를 개발한 것인데요.

기존 콩 단백질은 특유의 향으로 일부 소비자 외면을 받았는데요. 에퀴놈은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닌 참깨를 단백질원으로 개발함으로써 식물성 단백질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했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 에퀴놈은 자사의 만나 성분 플랫폼이 종자 간의 데이트 매칭에 같다며 ‘식물용 틴더’ 앱으로 비유했다_Equinom, Facebook

만나 플랫폼으로 더 빠르게 적합한 ‘짝’을 찾아낼 수 있어!💕

에퀴놈이 높은 평가를 받은 또 다른 이유. 유전자 변형(GM)* 없이도 원하는 특성의 식물 종자를 빠르게 길러 내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에퀴놈은 유전자 선택과 인공지능(AI)을 결합했습니다. 먼저 에퀴놈은 25만 개 이상의 종자 품종의 유전자 형질을 데이터베이스화했는데요. 그다음 AI와 머신러닝이 적용된 ‘만나 성분 플랫폼(Manna Ingredient Platform)’을 사용해 종자 간 교배 조합을 찾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만들 종자를 개발할 수 있단 것인데요.

예컨대 이 플랫폼은 100년 전 단백질 함량이 더 높은 콩과식물, 200년 전 영양가가 높은 이국적인 품종, 정원에서 자생하는 변종 식물 등 다양한 종자의 교잡 결과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5,000만 가지 이상의 교배 조합이 도출되는데요. 에퀴놈은 이 작업이 마치 데이트 매칭과 같다며 ‘식물용 틴더’ 어플리케이션(앱)에 비유해 설명했습니다.

*유전자 변형(GM) :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삽입해 병·해충 저항성·저장성·수확량 등의 특성을 갖게 하는 기술.

 

© 미국 인디애나주 라피엣에서 재배되는 더똑똑한대두(Smarter Soybean)(왼)과 캐나다 매니토바주에서 재배되는 고단백 노란완두콩을 탐방 중인 에퀴놈 직원들의 모습(오)_Equinom, Facebook 갈무리

머신러닝을 통해 도출된 이상적인 종자는 실제 밭에서 재배되는데요. 실험실과 밭을 오가며 여러 실험과 최적화를 거친 끝에 원하는 형질의 종자가 만들어집니다. 최종 선택된 종자는 콩과식물 수요가 높고 토지가 넓은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대량재배된다고 에퀴놈은 밝혔습니다.

에퀴놈은 플랫폼 덕분에 신품종이 과거와 달리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덕분에 식품회사들은 기존 육종* 방식보다 2배는 빠르고 10배는 더 정확한 식물성 원료를 얻을 수 있는데요.

길 샬레프 CEO는 “지난 150년의 재배기간 동안, 종자들은 품질이 아닌 수확량과 내구성만 향상되었다”며, 에퀴놈은 ‘영리한 중매인’의 역할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육종: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