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만든 세포배양 생선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세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이 세포배양 생선은 이스라엘 생명공학 스타트업 스테이크홀더푸드(Steakholder Foods)가 열대어인 ‘능성어’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것입니다. 해당 세포는 싱가포르 대체 해산물 개발 스타트업 우마미미츠(Umami Meats)가 제공했습니다.
이날 시식회에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식 생선 요리가 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식회에 직접 참석해 세포배양 생선이 3D프린터에서 제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 해당 제품을 시식했습니다.
참석자들을 세포배양 생선 요리가 식감과 맛에서 모두 실제 생선과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는 세계적인 혁명”이라며 “이스라엘이 대체 단백질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 계속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식용 해양생물 개체 수 ‘붕괴’ 직면해…“남획·서식지 파괴 등 복합적” 🐟
현재 대체 해산물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됩니다. 해조류, 콩 등을 활용해 만든 ‘식물성 대체 해산물’과 어류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제조하는 ‘세포배양 대체 해산물’입니다.
기존에는 식물성 대체 해산물이 상당수였으나, 현재는 세포배양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보다는 세포배양 방식이 기존 해산물의 식감과 맛을 유사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대체 해산물이 개발되는 이유, 바로 전 세계 모든 어장에서 식용 해양생물 수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6년 캐나다 댈하우지대학교의 보리스 웜 생물학과 교수는 2048년 세계 식용 해양생물이 ‘붕괴’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붕괴는 한 종의 개체 수가 90% 이상 줄어 어획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 뒤 발표된 연구에서도 어획량과 함께 해양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단 연구 결과들이 제시됐습니다.
2021년 호주 비영리기관 민더루재단(Minderoo Foundation)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어획량이 붕괴 직전에 직면했다”며 “어류 개체 수 감소가 이전에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어류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남획을 비롯해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세포배양 생선살 만들어! 🍣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스테이이크홀더푸드는 대체 해산물 개발을 위한 연구에 오랫동안 매진해 왔습니다.
이 기업은 미국 장외주식시장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최초의 3D프린팅 배양육 기술회사로 유명합니다. 사명 변경 이전에는 미테크(MeaTech)란 이름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스테이크홀더푸드는 실험실에서 능성어 세포를 배양해 수를 늘렸습니다. 이후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잉크에 능성어의 근육과 지방세포를 섞었습니다. 그 다음 3D프린터가 바이오잉크를 층층이 뿌려 생선살을 찍어낸 것.
일명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사용된 것입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합니다. 스테이크홀더푸드는 앞서 같은 방식으로 연어·참치 같은 해산물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추가 배양과 숙성 과정 없이 바로 조리가 가능한 대체 해산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대체 해산물, 미세플라스틱·항생제 등으로부터 자유로워…“문제는 가격” 🧪
스테이크홀더푸드는 3D프린터로 만든 세포배양 생선이 영양 면에서 기존 생선과 거의 똑같다고 설명합니다. 또 양식업과 달리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그리고 항생제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은 올해 싱가포르에서 세포배양 생선의 시판 허가를 받고, 이르면 2024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는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소비 및 판매를 허용한 국가로 대체 단백질 산업에 있어 규제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스테이크홀더푸드는 또 능성어 이외 다른 멸종위기 어류 3종도 배양방식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2017년 미국 대체 해산물 개발 스타트업 핀리스푸드(Finless Foods)는 배양 잉어살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작은 크로켓 크기의 생선살의 당시 가격은 1,000달러(당시 한화 약 120만원). 고가의 배양 장비로 만든 탓에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넘어섰는데요.
이에 대해 아리크 카우프만 스테이크홀더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시간이 흐르면 세포배양 생선 생산에 필요한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여러 기관과 협력을 통해 더 다양한 종의 대체 해산물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해산물 시장 급성장…“싱가포르서 잇따라 시판 허가 준비 중” 📈
한편, 대체 해산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MR)에 의하면, 세계 대체 해산물 시장 규모는 2021년 4,210만 달러(약 546억원)로 평가됐습니다.
이 시장은 2031년까지 연평균 42.3%씩 성장해 총 13억 달러(약 1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AMR은 “어류자원 고갈과 해양오염 등이 심화되고 있다다”며 “중금속 중독 등의 우려가 적은 대체 해산물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세포배양 대체 해산물을 개발하거나, 시판 허가를 준비 중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줄기세포로 대체 해산물을 개발한 싱가포르 기업 시옥미트(Shiok Meats)는 세포배양 새우를 올해까지 시판 허가를 받을 계획입니다. 이 기업은 우리나라 CJ제일제당과 우아한형제들로부터 투자받은 바 있습니다.
독일에 소재한 블루시푸드(Blue Seafoods) 또한 세포배양 생선으로 만든 제품을 선보였으며, 마찬가지로 올해 말까지 싱가포르에서 시판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스몰푸드(Small Food)는 2,000만 달러(약 266억)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인근에 대체 해산물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을 곧 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지난 4일(현지시각) 대체단백질 전문 벤처캐피털(VC) 클리어커런트캐피털(Clear Current Capital)은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의 대체 해산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