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를 배출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축산에 따른 기후변화 해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5%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 육류를 대신할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 등 대체단백질이 기후대응을 위한 신산업으로 주목받은 지 오랩니다.

우리나라 식품 대기업들이 대체단백질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실제로 2040년 대체육·배양육 시장이 전체 육류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는데요.

그런데 세계 대체 단백질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가 아시아에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15개 이상의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이 자리한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이야기입니다.

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어떻게 대체 단백질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니엄이 분석했습니다.

 

▲ 싱가포르는 핀란드 스타트업 솔라푸드가 만든 탄소포집 단백질 솔레인 판매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Solar foods

배양육 산업 이끄는 싱가포르, ‘세계 최초’ 타이틀 또 갱신해 🏅

지난 10월,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탄소포집 단백질의 식품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탄소포집 단백질은 이산화탄소(CO2)로 재배한 미생물로 만든 단백질입니다. 대기 중 CO2를 포집하기 때문에 기후친화적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핀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s)‘솔레인(Solein)’이란 대체 단백질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당시 솔라푸드는 단백질 가루인 솔레인을 빵, 파스타, 대체육 등으로 만들 수 있단 점을 내세웠는데요.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앞서 싱가포르 식품청(SFA)이 세계 최초로 솔레인의 판매를 허용한 것입니다.

 

▲ 에스코아스터의 상업용 배양육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Esco Aster

사실 싱가포르는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소비 및 판매를 허용한 국가입니다. 당시 승인을 받은 배양육은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와 싱가포르 생물과학기업 에스코아스터(Esco Aster)가 합작해 만든 ‘굿미트 배양육 치킨(GOOD Meat Cultured Chicken)’입니다.

잇저스트는 싱가포르 한 음식점에서 배양육 닭고기를 사용한 요리 3가지를 소비자에게 선보였는데요. SFA는 약 2년간 식품독성학, 생물정보학, 영양학, 역학, 공중보건학, 식품과학 및 식품기술 전문가 7명으로 패널을 구성해 배양육 닭고기의 모든 제조 공정과 안전성을 평가했습니다.

회사 측은 패널들에게 생물반응기에서 배양육을 생산하는 제조 공정을 20회 이상 보여준 끝에 승인받은 것.

세계 최초로 상업용 배양육 시설이 가동된 곳도 싱가포르입니다. SFA는 지난해 4월, 에스코아스터의 상업용 배양육 시설 가동을 승인했는데요. 이 시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승인을 받은 곳입니다. 잇저스트를 비롯해 네덜란드 배양육 개발 기업 미터블(Meatable) 등 세계 여러 기업이 상업용 배양육 생산을 위해 에스코아스터와 협력 중입니다.

 

▲ 싱가포르 푸드테크 스타트업 시옥미트는 해산물 소비량이 많은 아시아 시장에 맞춰 새우 등 해산물 배양육을 개발해 만두로 판매 중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카라나는 잭푸르트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었다 ©Shiok Meats KARANA

세포 배양육부터 열대과일 대체육까지, 푸드테크 기업 36곳이 싱가포르에! 🥓

스위스 다국적 기업 뷜러(Bühler)그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36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뷜러그룹 또한 싱가포르에 아시아·태평양 단백질 혁신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36개 기업이 받은 투자금만 현재까지 총 2억 1,400만 달러(약 3,037억원)가 넘습니다. 여기에는 식물성 닭고기 제조 스타트업 넥스트젠푸드(Next Gen Foods), 아세안 지역 최초로 줄기세포로 새우 등 갑각류 배양육을 개발한 시옥미트(Shiok Meats) 등이 포함됩니다.

대체 유제품 개발 또한 활발합니다. 세포 배양 대체 우유를 개발한 터틀트리랩스(TurtleTree Labs)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요. 이 밖에도 대체 유제품을 생산 중인 미국 스타트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 귀리우유 개척자인 스웨덴 기업 오틀리(Oatly) 등 여러 대기업들이 싱가포르에서 연구개발(R&D)을 수행 중입니다.

이 밖에도 열대과일 잭푸르트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든 카라나(KARANA), 재생작물 밤바라땅콩으로 단백질셰이크 등 여러 상품을 개발 중인 왓이프푸드(WhatIF Foods)도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습니다.

 

▲ 독일 다국적 농식품기업 크레머가 로우 옌 링 싱가포르 문화커뮤니티청년부 통상산업부 장관에게 식물성 대체 단백질 생산 시설에서 패티를 생산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CREMER

싱가포르가 대체 단백질 산업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던 3가지 이유는? 🤔

싱가포르가 대체 단백질 산업을 활성화시킨 비결, 크게 3가지가 꼽힙니다.

크게 1️⃣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2️⃣ 풍부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3️⃣ 지리적 특성입니다. 각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1️⃣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푸드테크 산업 최대한 키워!” 🍖

신산업 성장에 있어 정부의 우호적인 환경 조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싱가포르는 배양육 판매 및 상용화 시설을 최초로 승인한 국가입니다.

또 테마섹(Temasek), 씨즈캐피털(Seeds Capital) 등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관이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자 중입니다.

특히, 지난해 테마섹은 향후 3년간 대체 단백질을 포함한 푸드테크 기술 상업화 가속을 위해 ‘아시아 지속가능식품 플랫폼(ASF·Asia Sustainable Foods Platform)’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플랫폼은 테마섹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데요. 약 3,000만 달러(약 427억원) 이상이 투자됐고, 아태 지역 내 푸드테크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합니다.

 

2️⃣ 풍부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대체 단백질 VC 6곳 중 3곳 싱가포르에 위치해” 💰

푸드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싱가포르는 창업자들을 위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자금 지원, 멘토링, 네트워킹 등이 풍부한데요.

이와 별개로 아시아 지역 내 대체 단백질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벤처캐피털(VC) 6곳 중 3곳이 싱가포르에 소재해 있습니다.

유명 대체 단백질 VC이자 엑셀러레이터인 빅아이디어벤처스(BIV), 그로우(Grow), 이노베이트360(Innovate 360) 등인데요. 이 3개 VC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자금은 최소 5만 달러(약 7,000만원)에서 최대 20만 달러(약 3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언급한 스위스 뷜러그룹의 아태지역 단백질 혁신센터도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을 지원합니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생산 시설 구축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요. 이 밖에도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엑셀러레이팅 기회가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3️⃣ 지리적 특성: “대체 단백질이 떠오르는 시장, 아시아” 🌏

아시아는 대체 단백질 산업의 후발주자입니다. 미국, 이스라엘 등에 비하면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 수와 시장 규모 면에서 모두 뒤처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곳곳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육류, 해산물 등 아시아의 식습관에 맞는 대체 단백질을 개발 중인데요. 중국은 막 정부 투자가 시작됐고, 인도는 애그테크(AgTech)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대체 단백질 산업에 집중하는 상황인데요.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기준 세계 6위입니다. 즉, 대체 단백질의 높은 가격대를 감당할 수 있는 구매력을 보유했단 것인데요. 이런 점들 덕에 싱가포르의 대체 단백질 산업이 급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 2019년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필요한 영양의 상당수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내용의 30by30을 발표했다©싱가포르 정부

싱가포르가 대체 단백질 산업에 진심인 이유? ‘낮은 식량자급률’ 때문! 🥚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한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대체 단백질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이유는 ‘식량안보’ 때문입니다. 국토 면적이 서울보다 약간 큰 싱가포르. 농토가 부족해 식량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싱가포르 식품청(SFA)은 지난해 전체 식량의 90%를 수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FA가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채소류 4%·해산물 8%·계란 30%만 자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싱가포르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싱가포르는 해산물과 채소류 생산량이 각각 14%, 6%로 일시 감소했는데요. 지난해 8월에는 항구가 2주간 폐쇄돼 해산물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지 사용 최적화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 싱가포르 정부는 식량자급률 향상을 골자로 한 ‘30by30’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 비전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식량자급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단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 싱가포르 스타트업 스카이그린의 버티컬팜 모습 3만 6500㎡의 온실 안에는 9m 높이의 32개 층으로 구성된 선반 구조물이 있다 이 버티컬팜의 연간 채소 생산량은 약 360톤에 이른다 ©Nigel Dickinso SkyGreen

구체적으로 채소, 달걀, 생선 등 기존 농식품 산업을 ▲옥상농장 ▲버티컬팜(수직농장) ▲순환양식 등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배양육·대체육 같은 푸드테크 산업 육성이 포함됐습니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식품 관련 연구개발(R&D)에 1억 4,4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440억원), 기업 농업생산성 향상 위한 기술 도입 지원에 6,300만 싱가포르 달러(약 630억원)를 투입했습니다.

또한, 기존 식품안전과 동물 위생규제를 통합해 관리하던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AVA)의 개편을 통해 식품 안전 및 보안 감독기관인 SFA가 비슷한 시기 신설됐습니다.

한편, 싱가포르는 추가 지원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헹스위킷 싱가포르 부총리는 ‘30by30’에 1억 6,5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650억원)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헹 부총리는 “이 프로그램이 미래 식품을 위한 혁신 노드가 되기 위한 싱가포르의 능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이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든 새우요리를 싱가포르 노점(hawker stalls)에서 흔히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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