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에 끼치는 영향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육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상당합니다. 많은 분들이 대체육을 꺼리는 이유, 바로 대체육은 ‘맛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텐데요. 질겅질겅한 식감과 특유의 냄새. 콩고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체육이 소비자에게 쉽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지방’에 있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콩고기, 배양육, 임파서블미트.. 대체육이 뭔지부터가 헷갈린다면?

 

대체육, 왜 맛이 없는 거야? 🤔

상당수의 대체육은 식물성 지방을 사용합니다.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녹는점인데요. 실온에서 고체인 동물성 지방에 비해 대부분의 식물성 지방은 액체 상태이죠. 버터는 상온에서 고체이지만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식용유들은 액체란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문제는 이 녹는점의 차이가 풍미의 차이로도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식물성 지방은 녹는점이 낮기 때문에 식물성 지방을 사용한 대체육 요리할 경우 고기 속 기름이 더 빨리 녹아서 고기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고기에서 기대하는 ‘육즙’이 다 빠져나간 상태가 되는 건데요. 당연히 입안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풍미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 대체육이 부딪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기업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로 고기 맛의 전투력, 지방까지 넘보는 대체육들을 소개합니다.

 

▲ 프라임루트가 곰팡이를 이용해 만든 베이컨 ©Prime Roots

곰팡이가 고기의 풍미를 만드는 비법 🧪

스웨덴의 정밀발효 스타트업인 멜트앤마블(Melt&Marble)은 식물성 지방이 동물성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비법을 곰팡이의 친척, 효모에서 찾았다는데요. 효모는 빵·맥주·포도주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미생물입니다.

곰팡이, 버섯과 함께 ‘진균류’에 속하죠. 그런데 빵도 맥주도 술도 아닌데 효모가 어떻게 지방의 맛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걸까요?

▲ 효모는 당분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MeltMarble

멜트앤마블은 효모 세포를 조작해 알코올을 만드는 대신 다양한 동물 지방 복제물을 생산하는데요. 효모의 신진대사를 통해 당을 지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환된 지방은 특수 효소를 사용한 덕에 지방의 구조와 특성도 결정된다는데요. 지방산의 구조에 따라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나뉘고, 녹는점까지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 용도에 맞는 지방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죠.

정밀 발효 공정으로 지방을 혁신하려는 기업은 또 있습니다. 호주 소재 스타트업인 ‘너리쉬 인그리디언트(Nourish Ingredients)’는 특히 유지방에 집중하는데요. 우유에 포함되는 유지방은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다양한 대체 동물성 식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너리시 인그리디언트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함께 유지방 특유의 풍미를 낼 수 있는 지방 구조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 이스라엘 기업 미테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농장 ©MeaTech

실험실에서 탄생한 동물성 지방 👩‍🔬

앞선 기업들이 식물성 지방을 동물성 지방과 비슷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면, 아예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기업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동물의 세포에서 지방을 배양하는 ‘세포 배양 지방’인데요. 이스라엘의 식품기업인 미테크(MeaTech)의 자회사 피스 오브 미트(Peace of Meat)는 최근 닭의 세포를 채취해 닭고기 지방을 배양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포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피스 오브 미트는 식물성 대체육 상당수가 기존 ‘고기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배양된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단백질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고기’를 생산할 예정이라 밝혔는데요. 배양 지방이 식물성 단백질의 질감과 풍미, 식감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공장에서 배양육이 만들어지는 모습 상상도 ©MeaTech

한편, 미테크는 주식 시장에 상장된 최초의 3D프린팅 배양육 기술회사이기도 합니다. 미테크의 목표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스테이크처럼 구조화된 고기 조직을 만드는 것인데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세포를 인쇄해 배양하는 기술입니다.

마지막에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를 섞는 다진고기 형태의 배양육과 달리 근육·지방·혈관 등 여러 조직이 세포 성장 단계에서부터 결합해야 하는 덩어리 고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기술인 거죠.

 

©The Creativv Unsplash

잃어버린 ‘고기향’을 찾아서 🥓

달궈진 철판 위로 뻘건 고기 한 점을 올리면 치익 소리와 함께 코를 타고 올라오는 고소한 기름 내음. 누군가에겐 섬유향수로 끝내 덮고야 마는 냄새지만 제겐 가족과의 단란한 외식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인데요.

이처럼 향기로 기억이 환기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한 용어인데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을 머금는 순간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에피소드에서 따왔다고 하죠. 향기가 가진 강력한 정서적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프루스트 효과가 아니더라도 음식의 풍미가 음식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합니다. 코를 막고 먹으면 양파인지 사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체육’에 대한 편견도 쉽게 깨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고기 한 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어왔던 고기에 대한 기억과 추억, 습관이 걸린 문제인 거니까요. 대체육이 지속가능성을 견지하면서도 고기의 풍미를 닮으려고 노력하는 점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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