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먼지로 차양막 띄워 기후대응? “기후문제 심각성 보여주는 것”

달 먼지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미국 과학자들이 우주 공간에 달 먼지로 ‘차양막’을 만들어 지구에 닿는 햇빛을 일부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이 경우 지구로 향하는 햇빛의 약 1~2%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을 보입니다.

벤자민 브롬리 미국 유타대 물리천문학 교수와 미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관측소 연구팀은 지난 8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행성 형성과정에서 흔히 이용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응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도출했습니다. 이후 이 시나리오들을 실험하며 효율성을 따진 것. 그렇게 연구팀은 햇빛 차단에 이용할 수 있는 입자와 필요한 양 그리고 궤도 등을 도출해 냈습니다.

 

“달 표면 먼지로 햇빛 가릴 수 있어!” 🌕

연구 결과, 크게 두 가지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제1라그랑주점(L1)에 우주 플랫폼을 띄우고 지구에서 가져간 물질을 쪼개 뿌리는 방법입니다. L1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중력 균형을 이뤄 안정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다만, 이 경우 태양풍·복사 에너지·중력 등의 영향을 받아 먼지가 쉽게 흩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두 번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달 표면에 기지를 구축한 이후 L1 방향으로 달의 먼지를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여러 입자 중 40억 년에 걸쳐 형성된 달 먼지가 햇빛 차단에 가장 적합한 속성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지구보다 낮은 중력 덕에 먼지를 쏘아 올리는 에너지도 적게 든단 장점도 있습니다.

 

▲ 벤자민 브롬리 미국 유타대 물리천문학 교수와 미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관측소 연구팀은 달 표면에 있는 먼지를 ‘제1랑그랑주점(L1)’에 보내 차양막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해 연구했다. ©Ben Bromley, University of Utah

발사를 위한 최적의 장소와 궤도도 조사됐습니다. 달의 북극에서 초당 2.8km의 속도로 L1을 향해 달 먼지를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약 100만 톤의 달 먼지를 L1을 향해 쏘아 올리면 차양막 생성에 약 5일이 소요됩니다.

이 차양막이 1년간 유지될 경우 지구로 오는 햇빛의 약 1~2%를 감소되는 것이며, 이는 지구로 오는 햇빛의 약 6일분에 해당합니다.

달 먼지 차양막은 태양풍 등의 영향으로 그 형태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엔 연구팀은 차양막 유지를 위해서는 달 먼지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며 “(차양막이) 1년간 유지되기 위해선 약 1,000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달 표면에서 연속적으로 발사된 먼지가 ‘제1랑그랑주점(L1)’ 부근에 뭉쳐진 모습이 시뮬레이션으로 확인(왼)됐다. 다만, 달 표면에 있는 먼지 등 자원을 쏘아올리기 위해선 여러 장비(오)가 필요하다. ©PLOS Climate ·Lockheed Martin Space Systems

달 먼지 차양막, 지구에 피해 줄 수 없어…“온실가스 감축이 최우선순위” 🌡️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춘단 점에서 이 계획도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에 속합니다. 성층권 내 에어로졸 입자 살포 등 여러 공학적 기술을 사용해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자칫 지구에 예기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단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달 먼지 차양막이 태양지구공학의 우려점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합니다. 우주에 뿜어진 달 먼지 입자가 지구에 닿는 햇빛을 영구적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고, 며칠 이내로 다른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달 먼지가 지구 대기를 뚫고 떨어지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다만, 연구팀은 해당 계획의 잠재적 영향을 탐구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달 먼지 입자를 우주로 쏘아 올릴 물류적 실현 가능성을 평가한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스콧 켄연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관측소 연구원은 “달에 필요한 장비를 가져오는 등 물류 및 비용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브롬리 교수는 “우리는 기후변화 전문가도 아니고 물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에 옮기는데 필요한 로켓 과학 전문가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궤도의 여러 종류의 입자를 올려놓고 이런 접근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들여다봤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 전략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서 달 먼지 차양막을 소개했는데요. 브롬리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첫 번째 작업이 돼야 한다”면서도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게임체인저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카를로 라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제안한 ‘태양빛 차단막’의 상상도. 우주에 브라질 크기만한 차양막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키는 구상이다. ©MIT

우주 차양막? 또다른 법적 분쟁 소지 충분해! 🛰️

우주에 차양막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이번에 처음 제시된 건 아닙니다. 이 아이디어 자체는 1989년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성간협회저널’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미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의 얼리 제임스 연구원은 달 암석에 포함된 소재로 2,000km 길이의 얇은 유리 차양막을 우주에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2012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을 폭파시켜 먼지 차양막을 만드는 방법을 조사했습니다. 지난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브라질 면적과 맞먹는 차양막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키는 구상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우주 차양막’과 관련해 지난 30여년간 제시된 모든 아이디어는 ‘실현가능성’이란 벽에 직면했습니다. 건설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기술·정치·사회·법 등 전 부문에서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023년 2월 기준 23개국이 가입한 아르테미스협정(Artemis Accords)은 우주조약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우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러시아는 아르테미스협정이 우주조약에 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NASA

가령 1979년 체결된 ‘달 조약(Moon Treaty)’의 제11조 3항은 달 자원이 국가·기업·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단 점을 명시합니다. 그러나 이는 우주 자원의 상업적 활용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미국·중국·러시아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이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2015년 미국은 민간기업의 우주 자원 소유를 인정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룩셈부크크와 아랍에미리트(UAE)도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2021년 일본도 천체에서 채굴된 우주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을 가결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미국을 포함해 23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협정(Artemis Accords)’은 우주 자원의 추출과 활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이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즉, 우주 자원 활용 등에 대해 각국이 독자적으로 법과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달 자원 활용이 또다른 분쟁을 낳을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우주 차양막, 현재 실현성 가장 낮은 프로젝트” 🗣️

이에 대해 차르 바움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우주 차양막은) 현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면서도 “어떤 이들은 이런 종류의 기후 해결책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처한 상황의 긴급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대의 대기물리학과 교수인 조안나 헤이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칭찬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지구공학에 의존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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