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지구온난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연구를 추진 중입니다. 해당 연구에는 지구 성층권의 에어로졸 분사나 구름을 더 밝게 표백해 햇빛을 반사하는 기술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이른바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의 타당성 평가를 위해 5개년 연구계획을 수립 중인 상황입니다.

일명 ‘기후개입 연구(Research on Climate Intervention)’로 불리는 이 계획은 ▲기후개입 연구 목표 정의 ▲대기 조성 모델링 분석·관찰·모니터링에 필요한 능력 ▲기후개입 방법 평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해 햇빛을 다시 우주로 반사시키는 기술 등이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진행됩니다.

태양지구공학은 태양빛의 일부를 차단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대표적으로 성층권에 에어로졸 같은 입자를 퍼뜨리거나,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반사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양지구공학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이 방식이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기상 및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란 논란도 여전합니다.

그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관련 분야 논의 자체가 터부시됐던 상황. 미국은 왜 이 연구를 추진 중인 걸까요?

 

▲ 1960년대 처음 언급된 태양지구공학. 현재는 크게 3가지 기술(SAI, MCB, CCT)이 거론된다. ©Solar Geoengineering Non-Use Agreement

태양빛 반사할 3가지 방법 ☀️

태양지구공학 아이디어는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가 린든 B.존슨 전 대통령에게 보낸 ‘지구 환경 회복하기(Restoring the Quality of Our Environment)’란 보고서에서 언급된 것인데요. 이후 60여년간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습니다.

현재 태양지구공학은 크게 3가지 기술이 거론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대기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는 방법입니다. SAI(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로도 불리는데요. 항공기가 대기 중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면, 에어로졸이 태양빛의 입사를 막아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에어로졸은 그 자체만으로도 태양빛을 산란시키거나 흡수해 기온을 내리기 때문인데요. 성층권 내 에어로졸 같은 물질의 대기수명은 6개월에서 2년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로졸 후보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이산화황(SO2)입니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약 2,0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는 에어로졸 역할을 했는데요. 미 지질조사국(USGS)에 의하면, 그 영향으로 당시 지구 평균온도가 0.5℃ 떨어졌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2001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한 이후 온난화 추세가 약화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호주 서던크로스대학이 대보초 일대에서 실험 중인 MCB 프로젝트. 연구용 선박이 바닷물을 빨아들인 후 안개와 같은 형태로 뿜어내는 장치가 장착돼 있다. 이 물방울들은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Southern Cross University

SAI와 함께 언급되는 기술 중 하나는 이른바 ‘구름표백(Cloud Brightening)’이란 기술입니다. MCB(Marine cloud brightening)로 불리는 이 기술은 해양 표면과 가까운 구름의 태양빛 반사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소금 입자를 구름에 넣으면, 구름의 밀도를 높여 더 오래 유지되는 원리인데요. 즉, 구름이 더 오래 유지돼 햇빛을 많이 반사하는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CCT(Cirrus cloud thinning)는 지표면에서 5~13km 높이에 있는 권층운의 구름을 옅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구표면에 갇힌 열이 좀 더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권운(Cirrus clouds·새털구름)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대류권 수증기와 적외선 방사가 감소해 기온이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 지난해 3월 미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이 발간한 태양지구공학 보고서(왼). 보고서는 크게 SAI, MCB, CCT 같은 기술(오)을 소개하며 미 정부에 관련 연구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NASEM, UCS

NASEM, ‘태양지구공학 연구 추진 방향 미 정부에 제시해’ 🗺️

사실 태양지구공학은 미국 내에서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과 비영리기관에서만 소규모 연구가 진행됐을 뿐입니다. 미 정부 차원에서도 연구에 거의 지원을 하지 않았는데요.

미 정부가 돌연 태양지구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3월 미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이 발간된 보고서 때문입니다. NASEM은 기후문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태양지구공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앞서 설명한 SAI, MCB, CCT를 차례로 소개했는데요. NASEM은 보고서에서 태양지구공학 관련 연방 프로그램이 다른 국가와 협력을 통해 진행돼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미 정부가 향후 5년간 지구공학 연구에 2억 달러(당시 한화 약 2,200억원)를 투입하는 것을 제안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태양지구공학 연구 목적, 사회배경, 모델링 시나리오와 의사결정 전략 설정 ▲투입 분자 특성 및 대기 물질간의 상호관계, 잠재적 결과와 생태계에 대한 영향 등 기술적인 측면 분석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인식과 참여, 효과적인 거버넌스 등 사회적인 측면 등 3가지 우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IRA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제임스 킬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White House

美 백악관, 태양지구공학 5개년 연구계획 수립 중 🇺🇸

NASEM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태양지구공학과 관련해 연구계획 수립 착수를 주문했습니다. 미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태양지구공학 관련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3월에 서명한 ‘2022년 연방예산법’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미 항공우주국(NASA)·국립해양대기청(NOAA)·에너지부(DOE)와 협력해 기후개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기관 간 단체’를 구성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들 기관 간 단체는 ‘태양지구공학 연구를 위한 투명성, 참여도, 위험관리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7월 OSTP는 성명을 통해 연방예산법에 따라 기관 간 단체를 구성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10개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포함됐는데요.

이들은 다른 기관 및 과학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5개년 연구계획 윤곽을 합의하고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OSTP는 이들 기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태양지구공학 연구 수행에 필요한 연방의 투자 수준을 5개년 연구계획에 반영합니다.

현재 OSTP는 해당 계획에 대한 대중 의견수렴 설문조사까지 마무리한 상황입니다.

 

▲ 카를로 라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제안한 ‘태양빛 차단막’의 상상도. 우주에 브라질 크기만한 차양막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키는 구상이다. ©MIT

태양지구공학, 기후솔루션vs도덕적 해이…온실가스 감축이 최우선과제” 🤔

태양지구공학을 향한 시선은 엇갈립니다. 과학계·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 안에서도 팽팽한 의견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일부 환경단체는 태양지구공학을 도덕적 해이로 간주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대안을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관련 기술이 농업, 생태계, 인간의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 인디애나대 지구 및 대기과학부의 벤 크라비츠 조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아무도 지구공학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아이디어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요. 크라비츠 조교수는 “(다만) 이 연구계획의 요점은 의사결정자가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사용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스웨덴 우주국(SSC)이 에어로졸 분사를 위해 성층권에 열기구를 날려보내는 장면. ©SSC

태양지구공학을 연구 중인 데이비드 하버드대 기계응용공학부 교수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과제인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키스 교수는 “가능하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기술을 논의하는 장”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키스 교수는 CNBC에 “전례없는 기후문제에 직면한 일부 국가가 태양지구공학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초자료가 되는 연구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테크 투자펀드 로워카본캐피탈(Lowercarbon Capital)의 설립자인 크리스 사카는 백악관이 연구를 주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시도할 가능성은 100%”라며 “백악관이 미래 기후문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과학에 근거해 대비할 수 있도록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스웨덴 성층권에 에어로졸 뿌려 태양빛 차단 실험, 환경단체 반발로 중단돼 🇸🇪
지난해 4월 스웨덴 우주국(SSC)은 성층권에 기구를 띄워 에어로졸을 분사하려고 했는데요. 고도 20km 성층권을 향해 실험용 기구를 띄워 올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환경단체 및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로 시험 비행이 취소됐습니다. 같은달 미 뉴욕대 연구진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구공학 기술이 생물다양성 감소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생태계를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단 논문을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