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IRA에 맞불 작전’ 탄소중립산업법 추진..“韓 기업 불똥 걱정”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제정을 추진합니다. EU 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와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친환경 기술 산업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기업들은 허가가 너무 느리고 장벽이 너무 많다는 것을 불평한다”며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탄소중립산업법은 EU의 반도체법(Chips Act)과 동일한 형태로 설계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언급한 반도체법은 EU의 반도체 생산 확대에 공공과 민간 자금 430억 유로(약 57조원)가 투입됩니다. 또 생산시설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관련 규제가 대폭 개선됩니다.

달리 말하면 탄소중립산업법도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 지난 17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탄소중립산업법이 포함된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greenium

다보스포럼서 처음 언급된 ‘탄소중립산업법’…“핵심 키워드, 속도·접근성” 🏃‍♀️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회 본회의 개최 전날인 17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연설에서 탄소중립산업법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정확히는 총회에서 발표된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산업법이 담겼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그린딜 산업계획이 크게 4개의 기둥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 기둥은 ‘속도와 접근성’입니다. 친환경 기술 생산시설의 확장 및 산업 성장 속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단 뜻인데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은 필수라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밖에 3개의 기둥으로 ▲친환경 기술 생산에 대한 투자와 자금 조달 강화 ▲기술개발 및 인력 양성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등이 제시됐습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Ursula von der Leyen, 트위터

EU 집행위원장 “美 IRA 대응·中 녹색산업 도전서 경쟁 우위 확보 모색” 📢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IRA 때문입니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간 EU를 포함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판받았는데요.

특히, EU는 IRA의 시행 여파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투자가 미국으로 몰려 역내 친환경 산업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총회에서 미국의 IRA에 대해 “IRA의 보조금 제공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유럽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처럼 친환경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IRA에 대한 대응책이자 중국의 녹색산업 부문에서의 도전에 대응해 경쟁우위를 갖기 위한 EU 차원의 대응”으로서 그린딜 산업계획과 탄소중립산업법을 발표했습니다.

 

EU판 IRA ‘탄소중립산업법’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세제혜택 등 추진 💰

아직 초안이 나오지 않았으나 탄소중립산업법은 규제 완화 및 보조금 지급 방식으로 EU 내 친환경 산업을 키우는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특히, 새로운 친환경 기술 현장에 대한 허가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탄소중립산업법의 집중 육성 분야로는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시설, 청정수소, 히트펌프 등이 꼽힙니다.

이는 탄소중립산업법이 EU의 재생에너지 가속화 정책 패키지인 ‘리파워EU(RepowerEU)’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월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시킨 리파워EU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히트펌프만 해도 2030년까지 5,000만 대가 EU에 설치돼야 합니다.

 

▲ 재생에너지 기업 EWT가 이탈리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 중인 모습. 유럽의 경우 유적지 및 관광지를 중심으로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 설기바 들어서는 것에 지역사회가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경우가 잦다. ©EWT

문제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단 것입니다. 그간 EU 집행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재생에너지 설비의 신속한 발급과 행정절차 간소화 방침을 표명했는데요.

이에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통한 에너지 설비 신속 허가 등을 통해 EU 내 급증하는 재생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겠단 것입니다.

EU 집행위는 또 청정기술과 관련해 ‘EU 공통 중요 이해관계프로젝트(IPCEI)’ 지정 절차를 신속화할 계획입니다. IPCEI는 보조금 지급이 용이하나, 승인이 최대 2년까지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계기로 다른 규제 정책들도 신속화한단 것이 EU 집행위의 설명입니다.

한편, EU 집행위는 역내 친환경 산업 지원을 위해 ‘유럽 공동의 국채담보부증권(European Sovereignty Fund)’을 조성하겠단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EU 27개 회원국 간 재정 불균형에 따른 보조금 지원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EU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만, 해당 기금의 구체적인 조성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별개로 EU 집행위는 역내 모든 회원국 및 중소기업의 간편한 접근 및 자금지원도 간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 변천사. EU는 지난해 5월 리파워EU(RepowerEU) 정책패키지를 발표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을 40%에서 45%로 높였다. ©EC 제공, greenium 번역

탄소중립산업법, 2월 EU 이사회에서 논의 예정…“한국 기업 예의주시 중” 👀

EU 집행위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산업법은 핵심원자재법(CRMA)과 함께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등을 EU 역내 생산 및 재활용·재사용 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U 집행위는 두 법안을 통해 친환경 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한단 계획입니다.

EU 집행위가 신규 법안을 입안할 때는 유럽의회와 합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다음날 유럽의회에서 해당 법안 제정 추진 뜻을 재차 밝히며 공식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탄소중립산업법 관련 논의는 오는 2월 EU의 상원 역할을 하는 EU 이사회 특별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의 탄소중립산업법 제안 조치에 우리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IRA와 마찬가지로 EU의 탄소중립산업법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미에서 조립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결정된 IRA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대응책을 고민 중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EU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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