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본질적으로 에너지의 전환은 원자재의 전환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은 기본적으로 원자재의 순환이어야 한다.”
2022 서울국제기후환경포럼에 참석한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의장이 기조연설에서 밝힌 말입니다.
이번 포럼은 서울특별시가 주최해 1일부터 2일까지 양일간 열렸습니다. ‘지구를 위한 동행-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인 도시별 사례를 공유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온실가슥 감축을 위해선 “순환경제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리니엄은 순환경제가 기후변화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순환도시 전환을 이룰 수 있는지, 두 차례로 나누어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PACE “순환경제 전환 더딘 이유?…너무 광범위해” 🤔
“순환경제로의 전환, 왜 가속화되지 못하는가?”
1일 2022 서울국제기후환경포럼에 참석한 순환경제가속화플랫폼 PACE의 라모나 리베로프 사무국장이 세션 발표에서 이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PACE는 순환경제 전환 가속화와 관련된 의제 개발 및 프로젝트 추진을 목적으로 2018년 설립된 민관협력 플랫폼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주도하에 설립됐고 엘렌맥아더재단(EMF), 유엔환경계획(UNEP) 등 여러 기관이 설립에 참여했는데요.
이날 리베로프 국장은 순환경제와 관련해 데이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더딘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순환경제를 재사용·재활용으로 오해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꼬집었는데요. 그러면서 “순환성(Circularity)을 재사용·재활용과 동일시 해서는 안 된다”며 “제품의 마지막 단계에서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것만이 순환경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리베로프 국장은 제품 폐기가 아닌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사용·재활용·수리용이성 등 순환디자인 원칙이 도입돼야만 “순환경제라 정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어 순환경제란 “실험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순환경제 전환과 관련해 급히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리베로프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PACE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는데요.
PACE와 WRI는 건축·운송·식품시스템·플라스틱·섬유·전자제품 등 6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소재 추출 ▲에너지 사용에 따라 어떻게 배출되는지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6개 분야에 순환경제 전략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와 기대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그 결과, 순환경제 전략이 6개 분야에 적용될 경우 물질(광물·원자재) 사용에 따른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에 따른 배출량 모두 줄일 수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디지털 제품 여권(DPP), 순환성평가, 순환디자인 도입 등의 정책이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단 것도 명시됐습니다. 6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순환경제 전략을 간단히 언급한다면.
- 건축 🏗️: 바닥 면적 감소, 재료 효율성 고려한 건물 설계, 순환자원 재활용
- 운송 🚗: 카셰어링(car-sharing)˙라이드셰어링(ride-sharing) 활성화, 자동차 경량화
- 식품 시스템 🌽: 식품 손실 및 폐기물 감소, 푸드 업사이클링 활성화
- 플라스틱 🥤: 불필요한 플라스틱 제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기계적 재활용 활성화
- 섬유 🧶: 수명 연장한 섬유 사용, 재활용 활성화
- 전자제품 📺: 수명 연장한 전자제품 사용, 재활용 활성화
리베로프 국장은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목표가 아닌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제품이나 도시 설계에서부터 전생애주기를 감안해야 한다”며 “순환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리베로프 국장은 그러면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선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PACE의 경우 여러 오픈소스로 세계 곳곳의 순환경제 프로젝트 정보가 공유되는데요. 그는 “진행 중인 사례가 만큼 시행착오가 많다”며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로 인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기후대응·순환경제 대응 위해선 도시간 솔루션 공유해야 해 💬
한편, 기후대응 및 순환경제 전환에 있어 도시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1️⃣ 스페인 바야돌리즈: 순환경제 프로젝트만 100개 이상 진행 중 🇪🇸
이날 포럼에 참석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도시 간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며 “(도시 간의) 여러 솔루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이날 모국인 스페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북부에 위치한 바야돌리드 소도시 이야기에서만 “현재 100개 이상의 순환경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도시 전역에 설치한 웨이스트 관리랩(lab), 순환경제 랩 등이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밝혔는데요. 시 당국이 순환경제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및 현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핵심이었다고 페르난데즈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2️⃣ 미국 샌프란시스코: 폐기물 매립률 20%↓…“폐기물 관리 교육 중요해!” 🇺🇸
타이론 쥬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청 환경국장대행은 폐기물 관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2020년까지 도시에서 나온 폐기물의 매립을 ‘제로(0)’로 하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2010년에는 폐기물 매립률을 20%로 낮췄는데요.
이에 대해 쥬 국장대행은 “샌프란시스코는 9살 때부터 재활용 처리 및 제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며 “20여년간의 교육 덕에 이제는 목표 이행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에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매수자 ▲매수 시장 확보 ▲제품 순도 보장 등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3️⃣ 일본 도쿄·핀란드 헬싱키: 디지털 기술 통한 순환경제 전환 가속화 🇯🇵·🇫🇮
야스오 후루사와 일본 순환경제수석전문가는 도쿄에서는 “재난대비용 빵의 유통기한이 다가올 경우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맥주로 만든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또 디지털 기술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핀란드 혁신기금 시트라(Sitra)의 팀 포슬런드 순환경제 전문가도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꼬집었습니다. 포슬런드는 그 예로 공유 플랫폼 기업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유휴 공간을 거래하는 아이디어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로 가시화, 즉 시각화된 정보를 공유하는데요.
포슬런드는 “에어비앤비는 기존 자원에 가시성을 더해 높인 것”이라며 “(순환경제는) 기존 자원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취약계층을 기후대응 담론에 포함시켜야 한단 말도 나와! 🌡️
밀락 산호세 발레스테로스 C40(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 지역국장이 한 말인데요. 발레스테로스 국장은 “취약계층은 경제·에너지 등 여러 다른 위기로 인해 더 취약해진다”며 “기후취약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대응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취약계층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그는 피력했는데요. 최근 기후정책을 상향 발표한 미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의 경우 정책 형성 과정에 취약계층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