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는 COP27 불참했지만…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보고와 경험을 들어야 한다.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확성기를 넘겨줘야 한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막식 이튿날인 지난 7일(현지시각) 스웨덴 TT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밝힌 말입니다. 툰베리는 COP27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 비난하며 불참했습니다.

툰베리는 인터뷰에서 기후문제가 이미 사람들의 삶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툰베리는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휘봉을 넘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툰베리는 COP27에 불참했지만, 많은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론도니아(Rondônia) 출신 기후활동가 샤이 스루이, 폴란드 기후활동가 도미니카 라소타, 우간다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 독일 기후활동가 루이자 노이바우어 등이 참석했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 COP27 유스 파빌리온에 모여 토론 중인 모습(왼),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가 유스 파빌리온에서 연설 중인 모습(오). ©CYPavilion, 트위터

COP27서 가장 떠들썩한 ‘유스 파빌리온’…총회 역사상 처음 설치돼 ✌️

COP27은 이집트 남부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 있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모든 당사국총회(COP)가 그렇듯 COP27 총회장 또한 그린존(Green Zone)블루존(Blue Zone)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린존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업 홍보 부스, 워크숍, 공연 등 여러 기후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블루존은 각국 대표단의 공식 행사가 이뤄지는 장소인데요. 각국 대표단, 유엔 및 국제기구 관계자, 언론 등 입장 인원도 제한적이며 삼엄한 통제가 이뤄집니다.

올해 총회 블루존에는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파빌리온(홍보관)이 설치됐습니다. ‘유스(Youth) 파빌리온’이 COP에 공식적으로 설치된 것은 총회 역사상 처음입니다. 블루존에 파빌리온이 설치됐단 뜻은 활동가들이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과 관련해 토론 및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단 것입니다.

 

▲ COP27 유스 파빌리온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 모습. 기후활동가 3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왼쪽부터 브라질 출신 활동가 푸에르 템베, 우간다 출신 활동가 바네사 나카테, 파키스탄 출신 활동가 아이샤 시디카의 모습. ©CYPavilion, 트위터

앞서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연단에서 말할 시간만 있을 뿐, 재정·정책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단 점을 지적했는데요.

청소년·청년의 목소리가 COP27에 반영될 환경이 조성됐단 측면에서 COP27은 COP26보다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유스 파빌리온에는 거대한 벽화와 함께 각양각색의 기후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프랑스 유로뉴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유스 파빌리온을 COP27에서 “가장 떠들썩한 장소 중 하나”로 소개했습니다.

 

👉 지난해 COP26에서 울려퍼진 ‘유스워싱’ 멈춰!

 

▲ YOUNGO ACE 워킹그룹 공동 리더인 헤일리 캠벨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본인의 트위터에 올린 글(왼), ACE 워킹그룹(오)은 COP27에서 일찍이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Hailey Campbell, 트위터

UNFCCC 산하 어린이·청년 지원기관, 기후정책 이해관계자로 공식 인정돼 ⚖️

아울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공식 어린이·청년 지원기관인 YOUNGO는 기후정책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이해관계자로 공식 인정됐습니다.

YOUNGO의 ACE(Action for Climate Empowerment)* 워킹그룹 공동 리더인 헤일리 캠벨은 지난 11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마지막에 우리 모두 환호하고 울었다”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YOUNGO는 작년 COP26에서 세계 4만 명 이상의 기후활동가들의 견해를 대변한 ‘COY16글로벌유스포지션(COY16 Global Youth Postion)’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에는 ▲기후재원 ▲생물다양성 보호 등을 위한 정책 우선순위가 담겼는데요. YOUNGO는 당시 성명서를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습니다.

UNFCCC의 이번 결정에 대해 캠벨은 “(청소년·청년들이) 각국 대표단에 포함되길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됐다”고 밝혔는데요. 캠벨은 청소년·청년이 미래 모든 기후 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전(前) UNFCCC 사무총장 또한 젊은 목소리가 기후정책에 반영된단 것은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하는 방법”이라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ACE: 기후 역량강화를 위한 행동(Action for Climate Empowerment) 줄임말이다. ACE는 ▲기후교육 ▲대중 인식 ▲훈련 ▲정보에 대한 대중 접근 ▲공공참여 ▲국제협력 등 6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 폴란드 출신 기후활동가 도미니카 라소타가 COP27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난 모습(왼), 유엔사무총장 최연소 고문인 미국 기후활동가 소피아 키아니가 COP27서 연설을 하는 모습(오). ©Dominica Lasota·Sophia Kianni, 트위터

COP27 참석한 기후활동가들 무슨 말 했나 들어보니 📢

COP27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청소년·청년들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책임을 묻기 위해 끈질지게 노력해 왔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COP27에 참석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여러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폴란드 출신 기후활동가인 도미니카 라소타는 COP27서 각국 정부에 화석연료 투자를 멈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다른 기후활동가들과 함께 금세기말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로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파리협정을 달성해야 함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란 출신 미국 기후활동가이자 유엔사무총장의 최연소 고문인 소피아 키아니 또한 COP27서 1.5℃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 파키스탄 출신 기후활동가 아이샤 시디카가 유스 파빌리온 앞에 있는 모습(왼), 유니세프 친선대사이자 우간다 기후활동가인 바네사 나카테가 COP27서 연설을 하는 모습(오). ©Ayisha Siddiqa·Vanessa Nakate, 트위터

파키스탄 출신 기후활동가인 아이샤 시디카는 유스 파빌리온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COP27에 방문했습니다. 시디카는 툰베리가 COP27에 불참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후변화의 현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시디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파키스탄을 덮친 홍수를 언급했는데요. 시디카는 홍수로 인해 1,700명 이상이 죽고,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너무 크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우간다 출신 기후활동가이자 유니세프(UNICEF) 친선대사인 바네사 나카테는 기후대응을 위해 미국이 앞장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COP27에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 1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카테는 “미국은 기후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기후 리더가 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요.

 

▲ 10일(현지시각) 아프리카 현지 환경단체가 COP27 총회장 캠퍼스 안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Rise up Movement, 트위터

나카테는 또 개발도상국 등 기후취약지역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나카테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방문한 ‘아프리카 뿔(The Horn of Africa)’ 지역의 상황도 전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동북부 일대는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중인데요. 나카테는 이러한 비극은 개인의 일생 동안, 심지어 여러 세대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도움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COP27 개막 엿새째인 11일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Firday For Future)’ 회원 100여명을 포함한 600명의 시위대가 총회장 캠퍼스에서 기후정의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시위대는 손실과 피해 보상, 기후정의를 요구하며 총회장 캠퍼스에서 짧게 행진했는데요. “모든 것을 해방하라”, “인권 없는 기후정의는 없다”라는 구호가 울려퍼졌습니다. 행진에는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를 주도한 알라 압둘 파타흐의 누이인 사나 세이프가 함께 행진했습니다.

 

*아프리카 뿔(The Horn of Africa):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 케냐 북동부 일대가 있는 아프리카 지역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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