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넘게 이어진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의 탄소중립 달성 노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발 에너지위기로 인해 유럽의 탄소중립 및 녹색 전환이 난항을 겪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대러 제재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축소로 맞서는 상황인데요. 이로 인해 올해 유럽 LNG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았을뿐더러, 가정과 기업의 연료비 부담이 가중돼 경기침체 우려도 커졌습니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위기로 인해 유럽 내 기후대응 정책이 기로에 섰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 유럽 및 러시아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러시아발 에너지위기 덮친 유럽, 석탄발전소 재가동·석탄소비량 ↑ 🇪🇺
러시아발 에너지위기에 맞서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부가 탈석탄 정책 기조를 뒤집고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다시 가동했습니다.
최근 독일은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체코 에너지 기업 EGH가 소유한 석탄발전소를 내년 4월까지 가동하는 긴급 허가를 받았는데요. 독일은 러시아가 북해 노르트스트림1(Nord Stream1)을 통한 LNG 공급량을 평상시의 20% 수준까지 줄이면서 전력난 위기에 몰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력난 위기에 몰린 프랑스도 가동을 중단한 석탄발전소를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도 석탄발전소 운영 재개를 준비하거나, 석탄 채굴량 및 발전 생산량을 늘릴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발전용 석탄, 즉 유연탄은 발열량이 높은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높은데요. 이로 인해 유럽 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일부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의 2023년 석탄수입량이 올해보다 43%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EU의 석탄소비량이 지난해보다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영국 선박중개기업 브레이마르(Braemar)에 의하면, 지난 6월 유럽의 발전용 석탄수입량은 790만 톤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또한, 유럽이 인도네시아·모잠비크·나미비아·나이지리아 등 석탄수출량이 적은 국가에서도 석탄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석탄발전으로 인한 유럽의 추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0만 톤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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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 서두르는 EU…실제 사업 속도 느린 점 지적돼 ☀️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등 4개 기후변화 연구기관이 참여한 기후행동추적(CAT)은 EU가 에너지 및 기후 정책 측면에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설명합니다.
CAT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은 유럽의 기후 행동에 새로운 시급성을 더했다”고 밝혔는데요. 즉, 이번 침공을 계기로 유럽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를지 혹은 후퇴할지 기로에 섰단 것.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스페인·네덜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에서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최대 1년 정도 지연된 상황을 지적합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재생설비 필수 부품 부족 같은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일부 EU 회원국의 사업 속도가 느린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가령 이탈리아의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에도 불구하고 관료주의로 인해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과 관련해 인허가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 이렉스(Irex)는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에 제출된 풍력·태양광 설치 프로젝트 264건 중 70% 이상이 여전히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임을 지적합니다. 여기에 사업이 허가를 받은 후에도 이탈리아 문화부가 별도로 경관에 대해 영향평가를 하는 것도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더한다고 이렉스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재생에너지협회 엘레트리치타푸투라(Elettricità Futura)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러시아 LNG를 끊을 필요성”에도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신속한 인허가 절차 구축에 실패한 상황임을 꼬집었습니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EU 기후대응 정책 퇴행 우려 과장돼’ 📢
EU의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지정학적 변수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이번 러시아발 에너지위기가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에너지 부족과 높은 연료 가격이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부각해 길게 보면 유럽의 녹색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가속화시킨단 뜻인데요.
앞서 지난 5월 EU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45%까지 올린 리파워 EU(REPower EU)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리파워 EU는 태양광, 수소, 바이오메탄가스 생산 확대 등을 통해 2027년까지 EU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겠단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EU는 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기간을 2년 이하로 단축하고, 1년 안에 인허가 절차를 끝낼 수 있는 특별 구역(Special zones) 설치를 27개 회원국에게 요청했습니다. 또한, EU는 유럽기후법 중간목표인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GHG) 최소 55%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 대응 정책 패키지 마련에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그린딜 집행부위원장은 “EU가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는 여전히 고정돼 있다”며 “이 패키지를 통해 우리가 약속한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또한 EU의 기후대응 정책이 퇴행했단 우려는 과장됐다고 설명합니다. 연구소의 기후·에너지정책연구원인 마이클 파흘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후퇴가 아닌 일시적인 정지일 뿐이다”라고 밝혔는데요. 연구소 더 급격한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는 법안이 EU 각 회원국에서 발의된 상황을 전했습니다.
러시아, 서방 대러 제재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 어려워 🇷🇺
한편, 러시아 정부는 서방 대러 제재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2020년 유엔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90% 감축하기로 했는데요. 러시아는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60년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러시아 에너지부는 제재로 인한 자국 내 에너지 산업 감세 지원금을 준비하면서 “서방의 제재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GHG) 감축 목표 달성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서방 대러 제재로 인한 자본 및 인력 유출도 러시아의 탄소중립 달성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정책문제연구소(IPS)는 자본 및 인력 유출로 인해 러시아의 녹색전환이 퇴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IPS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풍력발전 시장 참여기업 3곳 중 2곳이 신규 투자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황임을 밝혔습니다.
핀란드 에너지 기업 포텀(Fortum)은 이미 러시아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철수했고, 이탈리아 전력회사인 에넬(Enel) 역시 올 하반기에 러시아를 철수할 계획인데요. 러시아 현지에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를 생산 중인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Vestas)도 철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IPS는 에너지,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의 경우 해외 기술 및 투자에 가장 민감한 분야임을 강조합니다. IPS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현대화, 수소 생산을 공장 건설, 히트 펌프 설치 모두 보류됐다”고 밝혔는데요. IPS는 러시아의 탄소중립 및 녹색전환이 최소 수년에서 최대 수십년간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의 기후 정책을 놓고 서방과 협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IPS는 올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협상할 것이라 보았는데요.
IPS는 향후 몇 년간 러시아의 기후 정책이 서방과의 몇 안 되는 협력안이 될지 모른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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