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습니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은 러시아의 전명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철군을 압박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렸습니다. 동시에 러시아 수출입 통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등 금융거래 제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같은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했단 소식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침공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의 나라별 천연가스 수입 의존 그래프 (2019~2020)_ 유럽통계청(Eurostat) 갈무리

EU, 전체 천연가스 수입 절반가량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에 의존 ⛽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곳은 유럽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러시아산 에너지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을뿐더러, 이번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을 가속화할 수 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EU 집행위원회가 2019년에 발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 따르면, EU는 에너지·산업·건물·교통 등 전분야의 2050년 기후중립(탄소중립)을 향해 전진하는 중인데요. 허나, 유럽 내 재생에너지 전환이 충분치 않은 상황으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에 따라 과도기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의존이 높아져 있었는데요. 유럽 국가들은 지나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통계청(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러시아(약 23%)는 노르웨이(약 24%)에 이어 유럽에 두 번째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약 13%)는 세 번째로 높은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37%. 여기에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목을 연 벨라루스(약 10%)까지 합한다면, EU는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약 47%를 옛 구소련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사태에 유럽은 미국과 카타르 등 다른 지역에서 선박을 통해 LNG 등을 수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일본도 유럽 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유럽에 LNG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발트해 해저를 따라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운송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_Euronews 갈무리

독일, 러시아와 직결된 가스관 사업 중단 발표 🇩🇪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수입국인 독일. 22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을 저질렀다”며 노르트스트림 2(Nord Stream 2) 가스관 승인 절차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노르트스트림 2는 발트해 해저를 통과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로 독일로 직접 보내는 1,230km 길이의 가스관입니다. 독일은 2012년 해당 사업을 개시한 후 지난해 9월 완공됐는데요. 독일은 에너지 공급 안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단 의견과 함께, 국제적인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자 노르트스트림 2 사업의 승인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죠.

이 가운데 독일 내에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가속화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에너지원별 EU 내 전력 생산 비율 비교 그래프_ 유럽통계청(Eurostat) 제공

러시아, 유럽의 탄소중립 달갑지 않은 상황 ☀️

EU는 2020년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화석연료 발전을 추월했습니다. 유럽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EU 전체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38%), 화석연료(37%), 원자력 발전(25%) 순으로 높았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여러 변수가 있으나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있단 것이 충분히 증명된 것이죠.

물론 EU 내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에너지 안보에 취약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이를 더욱 부추기는 행태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사회기반시설 투자 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행보가 장기적으로 오늘날 러시아 경제의 버팀목인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러시아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죠.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철광석, 알루미늄 등 광물과 농업이 러시아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죠. 러시아는 절대적인 선형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인데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그리 반갑지 않은 상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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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동쪽(러시아)가 아닌 서쪽으로 가야 한다 🛣️

지금과 같은 러시아의 야욕을 부추긴 것은 유럽 국가들일 것입니다. 그간 에너지 의존도에 대한 경고를 수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막대한 수익을 러시아에 제공했습니다.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 천연가스 구입 대가가 러시아가 있는 동쪽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유럽이 서둘러 재생에너지, 원전 등 탈탄소·탄소중립에 투자를 한다면, 러시아의 야욕은 앞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아직까지 러시아의 산업기반이 1차 산업에 편중돼 있는 만큼, 유럽의 발빠른 탄소중립이 러시아의 야욕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