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혹은 무슨 일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데요.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를 겪으며 ‘지속가능성’과 ‘환경’은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해도 이게 어떻게 나의 ‘먹고 사는 일’과 연결될 수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단 것입니다.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그리고 경제,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최근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한 편의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영국 런던에서의 순환경제 전환이 기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는데요.
보고서는 2030년까지 런던시가 순환경제 방식을 활용해 환경 전략 목표를 달성할 경우 양질의 일자리 28만 4,000개가 창출된다고 전망합니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뭐길래 런던에서만 2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단 걸까요. 그렇다면 그 일자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지속가능한 직장을 꿈꾸는 분이라면 오늘의 콘텐츠를 꼭 마지막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어떻게 일자리를 수십만 개나 만들 수 있어? 🤔
지난 12일(현지시각) ‘런던의 저탄소 미래를 위한 순환경제 일자리’란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리런던(ReLondon)은 폐기물·자원 관리를 개선하고 도시를 저탄소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인데요. 런런시 당국과 시 자치구 내 비영리단체가 공동으로 운영 중입니다.
웨인 후바드 리런던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 발간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하며 순환경제가 어디에나 있단 것을 다시 봤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재사용·재활용 부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뒷받침하는 중요한 활동이자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는데요.
후바드 리런던 CEO가 말한 순환경제란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른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쉽게 말해 자원을 낭비하지 않도록 설계하고, 자원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며, 수명이 다할 경우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회수하는 경제 모델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간 순환경제는 재활용과 폐기물 등으로 한정됐습니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순환경제 관련 일자리는 재활용·폐기물 관리·수리공 등 전통적인 3D업종으로 인식됐는데요.
이에 리런던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나, 순환경제에 대한 오해가 전환을 더디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리런던은 본 보고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관련된 일자리를 ‘순환직업(Circular job)’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순환직업은 ▲수리, ▲재생에너지, ▲폐기물 및 자원 관리 작업 등을 포함해 순환경제 목표와 직접 연계되거나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직업 모두를 포함하는데요.
리런던은 순환성 기여 정도를 기준으로 순환직업을 3가지 범주로 구분했습니다. 기존 일자리 분류 체계가 경영직, 연구직, 교육직, 예술직, 영업직 등 독립적·병렬적 구분이었던 반면, 리런던의 범주화는 동심원에 가까운데요.
리런던의 새로운 분류에 의하면, 다회용기 수거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프로그래머와 다회용기 세척 지원은 ‘핵심 순환직업’으로 묶입니다.
보고서는 기존 ‘순환직업’까지 포함해 순환경제 관련 일자리가 총 51만 5,000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순환경제 시대의 일자리,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물론, 분류 기준을 바꾸는 게 무슨 의미냐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요. 새로운 범주화는 순환경제 전환 시기에 ‘어떤 일자리’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려줍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패션 기업의 마케터를 지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기존의 패스트패션을 고수하는 패션 브랜드와 지속가능성, 순환패션으로 전환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1지망 입사 기업을 고르고 자료를 조사하고 면접을 대비해야하죠.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보고서는 순환경제가 창출할 일자리를 고려해 보면 후자의 기회가 더 많고, 따라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통찰력을 전달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면 시장 파악, 직무교육, 유사 업무 경험 등에 더 빠르게 대비할 수 있죠. 그러면 어떤 일자리들이 창출될 수 있는지 사례로 살펴볼까요.
1️⃣ 핵심 순환직업(Core circular job)
핵심 순환직업은 순환경제 목표와 직접 관련된 기업의 일자리를 말합니다. 3D업종이란 오해와 달리 재활용, 폐기물 관리뿐만 아니라 재사용, 수리, 대여, 공유 등 다양한 기업이 해당합니다.
그리니엄에서는 그간 다양한 순환기업들을 소개해왔는데요. 설계 및 생산 단계에 초점을 맞춘 순환기업에는 ▲인공지능(AI)으로 생산 공정을 최적화시켜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한 패션 스타트업 티밀, ▲옷에서 옷으로 재활용 가능한 섬유를 개발한 리뉴셀, ▲재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종이병 프루걸보틀, ▲먹을 수 있게 설계된 포장재 에보웨어 등이 있습니다.
재사용과 수리 등 사용 중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많았는데요. 사례로는 ▲가죽을 수선하고 복원하는 스타트업인 코블러와 핸드백 클리닉, ▲각각 폐기될뻔한 음식·옷을 새로운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투굿투고와 스레드업, ▲모듈화를 통해 수리와 교체의 용이성을 높인 노트북 스타트업 프레임워크 등이 해당합니다.
2️⃣ 연계 순환직업(Enabling circular jobs)
연계 순환직업은 핵심 순환경제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Value chain) 관련 일자리입니다. 디지털 기술, 디자인, 네트워킹과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등이 해당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로는 디지털화를 통해 반품 제품의 재판매 솔루션을 제공하는 옵토로와 식재료의 디지털 공급망 관리를 도와 폐기물 발생을 막는 식자재 주문 플랫폼 초코가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도 빠질 수 없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세계 최대 물류기업인 DHL은 지난 1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순환경제로의 이동’이라는 백서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3️⃣ 간접 순환직업(Indirectly circular jobs)
간접 순환직업은 핵심순환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관련됩니다. 금융, 과학 및 기술 지원, 교육 등이 해당합니다.
일례로 폐 스펀지를 활용해 해양에 유출된 미세플라스틱과 석유를 회수하고 자원화한 미국 노스웨스턴 공과대학의 연구나 하수 속 슬러지에서 황을 회수해 자원화하는 방법을 발견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가 있습니다.
순환경제로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야 나두?” 🇰🇷
이번 보고서는 런던시의 환경 전략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2030년까지 런던을 탄소중립 도시로 만들겠단 목표를 선언한 바 있는데요.
해당 계획에는 45만 톤의 폐기물 배출을 방지 및 도시 재활용률 65%까지 상향, 수리 및 공유를 통해 110만 톤의 물건을 재순환하겠단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런던시의 계획대로 목표가 달성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28만 4,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데요. 핵심 순환직업의 임금은 주당 평균 710파운드(한화 약 113만 원)로 추정됩니다. 이는 현재 런던 생활 임금의 183%로 고임금 일자리에 해당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런던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순환경제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순환경제가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드러나는데요.
당시 인수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으로 순환경제를 제시했습니다. 세부내용을 들춰보면 ▲일회용 컵 보증제, ▲공공선별장 현대화, ▲공공열분해시설 확충 등 재활용이 주였는데요. 발표 이튿날부터 재활용 만능주의에만 초점을 맞췄단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순환경제로 전환하기까지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상황. 뒤집어보면 그만큼 아직 기회가 많단 말이기도 한데요. 순환경제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순환경제 전문 미디어 그리니엄에서는 앞으로 더욱더 양질의 콘텐츠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