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회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순환경제의 핵심입니다. 일전에 그리니엄은 폐기물을 ‘자원’으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을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요. 전자폐기물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부터 농업폐기물에 가치를 더한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낡은 옷을 분해해 새 섬유로 업사이클링한 순환패션 기업들까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여러 기업이 생각지도 못한 폐기물에서 새 가치를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죠.

심지어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 하수* 및 폐수** 슬러지(찌꺼기)에도 알고 보면 사용 가능한 자원들이 숨어 있는데요. 오늘은 더럽다고만 취급해왔던 하수 찌꺼기 속 숨은 자원을 재발견해봅니다.

*하수: 빗물이나 집, 공장, 병원 따위에서 쓰고 버리는 더러운 물.
**폐수: 공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쓰고 난 뒤에 버리는 물.

 

우리나라는 지금, 하수도 찌꺼기로 발전(發電)하는 중! ⚡

하수 슬러지(찌꺼기)란 하수처리장에서 하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침전물 덩어리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중금속과 유기오염물질이 포함돼 있는데요.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는 약 421만 톤에 다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소각 혹은 건조를 통해 처리되는데요. 건조 처리를 거친 슬러지는 발전소나 시멘트 제조업체 등에 고형연료(SRF)로 판매됩니다. SRF처럼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에너지 회수’도 자원 회수 방법 중 하나인데요.

문제는 SRF 연소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단 사실! 그뿐 아니라, SRF의 발열량은 화석연료의 절반 수준이며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SRF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지자체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오염물질’로 처치곤란인 하수와 찌꺼기 속에 사실 귀중한 자원이 들어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 연구원들이 하수도 속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Elke Suess Eawag

하수 속 금 함유량, 세계 1위 금광보다 높다고? ⛏️

2009년, 일본 나가노현에 위치한 스와 건설은 스와시의 하수처리장에서 슬러지를 태우고 남은 재에서 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재에서 1미터톤당 약 2kg의 금이 들어있었는데요. 이는 금광석 1톤당 20~40g이 들어있는 세계 1위 금광인 일본 히시카리 광산보다 훨씬 높은 함량이라는 사실!

일본 이외에도 세계 곳곳에서 하수에서 금을 추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2021년 스위스 연방 수산과학기술연구소(EAWAG)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연간 금 43kg이 하수도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이는 당시 환율로 22억여 원 이상으로 추산됐죠. 연구진은 스위스 시계제조업체와 금 제련소에서 나온 금 조각이 하수도에 흘러간 것으로 분석하고, 이를 추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또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한 연구진이 도시 하수에서 금과 은을 채굴하고 있단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슬러지에서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금속을 추출하는 법을 연구 중인데요. 현재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활용해 금속을 세척하는 방법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보고서를 통해 하수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속의 가치를 연간 최대 110만 파운드(한화 약 17억 7,000만 원)로 추산했는데요. 이런 금속들은 채굴·전기도금·전자제품 및 보석 제조 산업 등에서 나온 조각이 하수구로 유입된다고.

 

© ACS EST Engg 2022

악취도 알고 보면 ‘자원’의 흔적이라고! 👃

하수 슬러지가 풍기는 악취, 사실 하수 속 자원이 남긴 흔적이라는데요. 하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는 혐기성 세균이 슬러지를 분해하면서 황화수소(H₂S) 같은 황화합물이 생깁니다. 황화수소는 악취의 원인이면서, 인체에 흡입 시 호흡곤란과 눈 떨림, 심하면 사망까지 일으킬수 있죠.

황(S)성분은 인체에 위험할 수 있으나, 산업 부문의 핵심 원료입니다. 비료의 주성분이며 최근 들어 주목받는 리튬 황 배터리의 주원료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황화합물이 녹아있는 하수 속에서 더 적은 에너지로 황을 좀 더 쉽게 추출할 방법을 발견해 주목받았는데요. 미국화학학회(ACS)에 소개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전기분해를 통해 황 회수 기술을 연구했다고.

해당 연구를 주도한 샤오한 샤오 박사는 연구 발표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회수하는 동시에 수자원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 도입 가속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바이오 연료용 조류를 채취하고 있다 DOE 제공

보일러, 비료, 바이오연료까지? 재사용 자원 무궁무진해! 💸

앞서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하수·폐수 속에는 다양한 자원이 숨어있는데요. 크게 3가지만 설명하면.

 

1️⃣ 유기자원 🌾
특히, 하수 속에는 풍부한 유기물질이 함유돼 있습니다. 미생물은 유기물질을 먹고 분해하며 바이오 가스(Bio Gas)를 생성하는데요. 바이오 가스에는 약 50%의 메탄(CH4)이 함유된 덕에 난방이나 전력 생산 등 재생가능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가스를 개질시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이때 만들어진 수소가 그린수소입니다.

이밖에도 암모니아(NH3)·인(P)·칼륨(K)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도 다량 함유돼 있는데요. 이런 유기자원은 직접 추출해 비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바이오제품, 에너지의 재료가 되는 조류를 재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류는 종류에 따라 의약품에 사용 가능한 화합물을 만들거나 바이오매스, 바이오플라스틱의 원료로도 사용이 가능하단 것!

 

2️⃣ 무기자원 🔥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이 협력해 반도체 공정에서 나온 폐수 침전물을 재활용했단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반도체 폐수의 침전물 속에 있는 플루오린화칼슘(CaF2)이란 성분이 제철소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석과 비슷하단 점에 착안했다고. 현대제철은 형석을 대체효과로 반도체 폐수슬러지를 활용하여 철강재를 생산할 계획인데요. 현대제철은 연 2만톤의 형석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3️⃣ 열에너지
하수에는 또 다른 보물이 있는데요. 열에너지 입니다. 특히 겨울철 등 목욕물이나 뜨거운 온수들은 하수로 배출되는데요. 이때 하수의 열에너지를 회수하여 지역난방, 냉방의 보조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수된 열에너지량 만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례로 광역상수망의 수열을 활용하는 방안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하수의 경우, 상당한 열에너지가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강연 중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모습 groucho Flickr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더욱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자원 고갈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총, 균, 쇠>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자원 고갈을 꼽기도 했는데요.

특히,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자원 보유국인 러시아에 경제 제재가 가해지며 공급망 문제와 인플레이션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 적절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폐기물을 버리는 대신 자원을 회수하고 재사용하는 순환경제적 접근법이 확산 돼서, 우리 주변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가치들을 재발견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