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카페의 테이크아웃 종이컵에서 평균 20개가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단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경재단과 매일경제의 의뢰로 시행된 한국분석과학연구소(KIAST) 조사에 의하면, 7개 브랜드의 커피전문점 종이컵에서 최소 7.3개에서 최대 51.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단 것!

종이컵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단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었던 ‘종이’컵이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은 보고서를 통해 한 사람당 일주일에 약 2,000개, 무게로는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인 5g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분석했는데요.

너무 작고 편재해 있는 탓에 제거조차 어려운 미세플라스틱. 그런데 이 미세플라스틱을 더 쉽고, 제거하는 솔루션(기술)이 개발되고 있단 소식이 들려옵니다. 비법은 다름 아닌 ‘스펀지’에 달렸는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니엄이 알아봤습니다.

 

© 미국 노스웨스턴 공과대에서 개발한 미세플라스틱 제거용 스펀지 Northwestern University 제공

특별할 것 없는 스펀지도 ‘이것’만 바르면 미세플라스틱 제거기! 🧽

사진 속 스펀지가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한다면, 믿어지시나요? 별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스펀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 스펀지의 비밀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공과대학의 비냐악 드라비드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스펀지 제작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드라비드 교수의 비법은 스펀지 표면에 스며든 ‘나노복합체 코팅’에 있는데요. 코팅만으로 어떻게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할 수 있단 걸까요?

연구진은 이들이 개발한 나노복합체 코팅이 *소수성과 **친유성, 자성(magnetic)을 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음이온을 띄고 있습니다. 즉, 양이온에 끌리는 경향이 있죠.

이때문에 스펀지를 오염된 물에 투하되면 물은 통과하고 미세플라스틱은 자성을 띤 나노 코팅에 흡착된단 원리인데요! 정전기 때문에 TV 화면에 먼지가 많이 달라붙는 것과 비슷하죠.

*소수성: 물 분자와 쉽게 결합되지 못하는 성질

**친유성: 기름과 친화력이 높은 성질

 

© 실험실에서 나노 코팅된 스펀지를 연구하는 스테파니 리벳왼과 비냐악 드라비드 교수오 Northwestern University 제공

잠깐, 그 스펀지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않았어? 🥤

스펀지가 미세플라스틱을 흡착해 제거해도, 애초에 스펀지 자체가 플라스틱이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드라비드 교수는 이미 버려진 스펀지를 사용한다고 답했는데요. 드라비드 교수는 “(세계적으로) 거의 5억 톤의 스펀지가 매년 버려진다”며 자신들은 이 나노 코팅된 스펀지를 통해 폐기물인 스펀지를 재사용할뿐더러, 미세플라스틱도 청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한편, 이들이 개발한 나노 코팅은 유형에 따라 미세플라스틱 외에도 바다에 유출된 원유, 주요 해양오염 물질인 인산염 등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나노 코팅된 스펀지에 닿은 인산염은 99% 흡수되고, 스펀지 무게의 30배에 달하는 원유를 흡수할 수 있는데요.

연구진은 흡수한 오염물도 재자원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펀지에 흡수된 오염물들은 다시 짜내 회수하고 재사용할 수 있단 것. 원유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자원이고, 인산염 또한 농사의 비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오염물을 짜낸 스펀지도 최대 30~40번은 재사용할 수 있단 사실!

이처럼 해양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곧 자원이 될 수 있단 순환경제적 아이디어 덕분에 연구진은 1석2조의 나노 코팅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는데요. 연구진은 물뿐만 아니라 공기, 토양 등에서도 오염물질을 흡착해 제거하는 여러 유형의 나노 코팅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석유, 인산염에 이어 납 등 중금속을 흡착하는 나노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Planetcare 제공

하수구, 강, 바닷가보다 ‘우리집 세탁기’ 해결이 시급한 이유 🧼

그렇다면 나노 코팅 스펀지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스펀지를 그물에 담아 우수관이나 강 또는 바다로 연결되는 배수구에 던졌다 건져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한편, 드라비드 교수는 이 스펀지가 오염된 해양을 청소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유출을 막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컨대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배출원인 세탁기에 이 스펀지를 필터로 사용하잔 것이죠.

드라비드 교수는 오늘날 미세플라스틱의 70%가 세탁기에서 배출된단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는 스펀지를 세탁기 배출구 필터로 사용하기만 해도 물이 통과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포착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 세탁기가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배출원인 이유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