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발전터빈 부품 불량 문제로 인해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유럽 풍력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독일 지멘스그룹 내 가스·전력 부문이 분사해 만들어진 지멘스에너지는 자회사인 지멘스가메사(SGRE)의 육상풍력발전터빈 부품 불량률이 급격히 늘었단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해당 발표 직후 독일 증권거래소 내 지멘스에너지 주가는 하루 만에 약 37% 급락했습니다.

 

지멘스에너지 CEO “지멘스가메사 풍력터빈 품질 문제 훨씬 더 심각” 🚨

2017년 4월 지멘스그룹 내 풍력부문과 스페인 기업 가메사(Gamesa)가 합병해 출범한 지멘스가메사. 유럽 최대 풍력업체 중 한 곳입니다. 그간 지멘스가메사는 세계 풍력터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납품 지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는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및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주요 부품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풍력발전협회인 윈드유럽(WindEurope)에 의하면,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 2년간 풍력터빈 가격은 최대 40%까지 상승했습니다.

 

▲ 유럽 최대 풍력업체인 지멘스가메사는 초대형 풍력발전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Siemens Gamesa

여기에 합병 이후 조직문화 충돌로 지멘스가메사의 운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있었습니다.

이에 당초 67%의 지분을 갖고 있던 지멘스에너지가 2022년부터 지멘스가메사 인수에 나섭니다. 해당 인수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각) 기준 98%까지 마무리됐습니다.

문제는 인수 직후부터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단 것. 크리스티안 브루흐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멘스가메사가 그간 너무 많은 것을 숨겨왔다”며 “특히, (풍력터빈) 품질 문제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성명에서 부품 불량 문제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풍력발전 비용 부담이 높아지게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또 회사 측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적된 부문에 대해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검토를 개시했습니다. 현재 추정되는 비용은 10억 유로(약 1조 4,200억원)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 지멘스가메사 소속 직원이 육상풍력발전기를 수리하는 모습 ©Siemens Gamesa

“육상풍력발전터빈 부품 불량률 최대 30%”…조사 확대 따라 수리비 ↑ 📈

지멘스에너지는 기존에 설치된 육상풍력발전터빈 부품 불량률이 15~30%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아카시 굽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각 풍력터빈의 수리비용이 최소 170만 달러(약 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로터(회전체), 블레이드(날개), 베어링 등을 수리할 경우 비용만 17억 달러(약 2조 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더욱이 해상풍력발전터빈에도 관련 문제가 있는 조사를 확대함에 따라 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멘스에너지는 현재 풍력발전터빈 품질 불량과 관련해 재정적 충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잠재적 영향을 고려한 초기 평가 결과 지멘스가메사의 이익 전망과 함께 지멘스에너지 2023 회계연도 이익 전망치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지멘스에너지의 올해 이익 전망치는 11억 달러(약 1조 4,300억원)입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에 의하면, 지멘스에너지는 문제 파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입니다.

회사 측은 “오는 8월 7일(현지시각)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용을 좀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지멘스가멘사의 블레이드 제조 공장의 모습 ©Siemens Gamesa

“풍력터빈 신뢰성 위한 디지털 진단 기술 필요” 🔍

이는 비단 지멘스가메사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단 지적도 나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AB) 자산운용의 유럽연합(EU) 전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니콜라스 그린은 “당장은 판단하긴 어렵지만 (부품 불량 문제는) 업계 전반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육상 및 해상풍력발전 설비 품질관리가 구축 속도에 비해 더디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오닉스인사이트(ONYX Insight·이하 오닉스)의 에브제니아 골리셰바 전략 및 마케팅 부사장 또한 같은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오닉스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1만 4,000개 이상의 풍력터빈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골리셰바 부사장은 “풍력터빈의 성장은 전례가 없었다”며 “업계는 이를 소화할 시간도 없이 (풍력시설을) 매우 빠르게 확장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풍력터빈이 커지고 개발주기가 짧아질수록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진단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멘스가메사 풍력터빈 불량 문제 EU 기후목표 흔드나? 🤔

오닉스에 의하면, 풍력산업 전반에 걸쳐 운영 및 유지 보수 비용의 약 65%가 우발적 손상으로 인한 비용입니다.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뜻합니다.

오닉스는 이 비용을 고려하면 풍력산업 내 추가 지출이 2029년까지 40억 달러(약 5조 2,3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유럽연합(EU)의 중장기 기후목표 및 에너지안보를 흔들 수도 있단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4월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특히, 북해에 있는 인접한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은 해상풍력발전기 확충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유럽 9개국은 북해 해상풍력시설 발전용량을 현행 30GW에서 2050년까지 300GW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단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2022년 유럽에 신규 설치된 풍력발전은 총 19.13GW(기가와트)입니다. 윈드유럽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유럽에 구축된 풍력발전은 누적 255GW에 달합니다. 이중 육상풍력이 225GW, 해상풍력이 30GW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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