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은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핵심과제중 하나다.”

지난 20일 한국은행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공동 개최한 ‘제1회 녹색금융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기후위기가 한국에게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후테크 산업이 국가 신(新)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국내 녹색금융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이 총재는 조언했습니다.

온·온프라인으로 열린 콘퍼런스는 크게 ▲동아시아 녹색금융시장 선도를 위한 우리 환경과 비전 ▲기후테크, 미래투자와 녹색금융지원방안 ▲신(新)녹색금융시장·탄소배출권시장의 성장가능성 등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콘퍼런스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VCM, 새로운 금융·투자시장으로 떠올라…6년 새 5배 성장했다!” 💰

“2016년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거래된 탄소크레딧 거래량이 약 3,000만 톤 수준이었다. 그 시장이 작년 기준 거래량 1억 5,000만 톤으로 5배 성장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녹색금융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강동관 블룸버그NEF 한국일본 리서치 센터장의 말입니다.

강 센터장은 ‘신(新)녹색금융시장: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가능성’ 세션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의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부 주도의 규제 탄소시장(CCM)과 민간 중심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으로 구분됩니다.

이날 콘퍼런스는 기존의 배출권 거래시장, 즉 규제 탄소시장 중심의 전통적 접근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투자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빠른 참여와 규제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주문했습니다.

 

▲ 탄소배출권 시장의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발표 중인 강동관 블룸버그NEF 한국일본 리서치 센터장의 모습. ©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2050 탄소크레딧 수요 60억 톤…“탈탄소 독려 위해 ‘품질관리’ 필요” 💰

콘퍼런스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VCM과 탄소크레딧이었습니다. 강 센터장은 정부 주도의 규제시장이 확대되면서 민간에서도 VCM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단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탈탄소가 어려운 중공업 등에서 탄소크레딧 수요가 증가하며, 2050년에는 60억 톤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라고 강 센터장은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강 센터장은 기업들의 탈탄소 노력을 가속하기에 현재 VCM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현재 VCM 시나리오 ▲제거크레딧만 인정하는 시나리오 ▲제거·상쇄크레딧* 품질 표준화 시나리오입니다.

강 센터장은 제거크레딧만 인정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37년 톤당 254달러(약 32만원)의 가격을 형성하며 탄소제거 기술에 대한 투자를 독려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반면, 지금의 VCM 구조에서는 가격이 낮은 상쇄크레딧 중심으로 공급량이 쏟아지며 20~30달러(약 2만 5,000원~3만 8,000원) 선을 유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거·상쇄크레딧: 자발적 탄소크레딧은 크게 고품질·고가의 탄소제거크레딧과 저품질·저가의 탄소상쇄(회피)크레딧로 나뉜다. 그중 탄소상쇄크레딧은 최근 베라 사태를 시작으로 신뢰성 논란에 처해있다.

 

▲ 강 센터장은 제거·상쇄크레딧 품질의 표준화가 정립될 경우, 시장이 고품질-저품질 크레딧으로 양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VCM 시장에서는 주요 기관 및 기업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제거크레딧을 우선시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실제로 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SBTi)는 기업의 탄소감축 실적으로 제거크레딧만 인정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제거크레딧을 우선 구매한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제거·상쇄크레딧 품질의 표준화가 정립될 경우 시장이 양분화될 수 있다고 강 센터장은 분석했습니다. 시나리오에서는 이 경우에도 제거크레딧만 인정하는 시나리오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 센터장은 “모델링에 적용한 고품질 기준이 기업들의 탈탄소를 가속하기엔 너무 느슨한 기준”이란 뜻이라며, 높은 기준이 적용될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 자발적 탄소시장, 지정학적 요인에도 변동성 취약해 🇧🇷

강 센터장은 VCM이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에도 취약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일례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때 산림훼손 상쇄크레딧이 다수 발생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대적인 보호정책을 공표했습니다. 문제는 과거 정권 때 발행된 상쇄크레딧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책적 요인으로 아마존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 공급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 이로 인해 8억 7,000만 톤가량의 상쇄크레딧 물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 센터장은 밝혔습니다.

 

▲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최대한 빨리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를 개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VCM 거래소, 당장 개설해야”…전문가들, 한국 빠른 참여 주문 🇰🇷

한국 또한 VCM에 빠르게 뛰어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작년부터 자발적 탄소시장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왔지만 “올해에는 ‘(거래소를) 빨리 개설하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동북아시아 3개국 중 우리나라에만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가 없다 보니 많은 국내 증권사가 해외 거래소에 진출한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이어 기획재정부에 빠른 국내 거래소 개설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고품질 탄소크레딧에 대한 검증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VCM이 탄소감축을 위한 기후테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CM에서고품질의 탄소크레딧 거래가 가능해지면 기후테크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민간예산이 모일 수 있단 것.

한편, 콘퍼런스에 참석한 최인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 또한 이와 관련된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VCM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금융권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배출량 측정 기준 마련 ▲탄소전문가 영입 ▲금융권 제도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종합토론에 참석한 성진규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과 팀장은 할당업체 중심의 규제시장이 더 많은 참여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유튜브 캡처

규제시장에는 아쉬움 쏟아져…“거래 활성화·유동성 증가 필요해” 📈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 탄소시장인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대해 부족하지만 잘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다만, 여전히 거래규모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현재 760개 기업이 배출권 거래시장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김재향 한국거래소(KRX) 상무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아주 다이나믹하지는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일일 평균 거래대금 건수 및 거래 회원사는 꾸준히 증가했고, 작년에는 63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허용총량이 6억 톤인 반면 거래량은 5,000만 톤에 불과했는데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일부 제3자 참여를 허용하는 위탁매매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또한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3자 금융 참여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진규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과 팀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할당업체 중심의 시장이 더 많은 참여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주고 있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위탁매매를 통한 제3자 참여 허용,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허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2026년 시작될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에도 해당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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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콘퍼런스 모아보기]
①: 중소기업·스타트업 도움 없이 ‘탄소중립’ 불가…“민간금융기관 투자 절실”
②: VCM, 새로운 금융·투자시장…“탈탄소 독려 위해 ‘품질관리’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