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대회에서 4명의 우승자가 뽑혔습니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출신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주최한 ‘제1회 테라 카르타 디자인 랩(Terra Carta Design Lab)’데요.

우승자들은 타이어의 미세플라스틱, 소가 내뿜는 메탄, 산림 황폐화, 직물 폐기물 등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 찰스 왕세자(왼)와 조니 아이브(오)_Sustainable Markets Initiative 제공

도전의 심오한 본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름다운 낙관주의가 있었다.
In spite of the profound nature of the challenges, there is a rather beautiful optimism.

전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조니 아이브(Jony Ive)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찰스 왕세자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문제가 크고 거대할수록 우리는 문제 자체에 압도되기 쉽다고.

그러나 조니 아이브는 테라 카르타가 기후변화의 심오한 본질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나 공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테라 카르타(지구 헌장)는 찰스 왕세자가 주도한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의 일환입니다. 영국의 인권헌장인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름의 유래처럼, 자연에 권리와 가치를 부여해 인간과 지구의 재결합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수상자를 발표한 테라 카르타 디자인 랩(Terra Carta Design Lab)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와의 파트너십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RCA의 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영향력은 크되 비용은 적게 드는 디자인 솔루션을 선정했죠.

그 결과 건강, 패션, 건축, 플라스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솔루션(기술)이 나왔는데요. 어떤 디자인이 전설적 디자이너와 찰스 왕세자의 선택을 받았을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수상자 4팀을 소개합니다.

 

© The Tyre Collective 제공

타이어 분진, 날리기 전에 포집해서 재활용까지! 🚘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우리의 이동수단이 깨끗해질까요? 타이어 콜렉티브(The Tyre Collective)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기차가 또 다른 오염물질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바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 즉 미세플라스틱입니다.

사실 타이어 마모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이어 두 번째로 미세플라스틱이 다배출되는 부문입니다. 타이어 콜렉티브는 더욱이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타이어 마모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배터리 무게가 증가하고 구동력(torque)이 높아져 마찰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타이어 콜렉티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어 분진을 바로 포집하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원리도 간단합니다. 바퀴가 회전할 때 생기는 정전기를 사용하죠.

현재 타이어 콜렉티브의 포집 장치는 실험실에서 공기 중 입자의 60%가량을 포집할 수 있다는데요. 타이어콜렉티브는 마모를 포집할 뿐만 아니라 포집된 분진을 새로운 타이어, 신발 밑창 등의 다양한 형태로 업사이클링하는 순환시스템도 모색하고 있다고.

 

© ZELP 제공

소 트림이 문제라고? 마스크를 씌우면 되지! 😷

또 다른 수상자인 프란시스코 노리스는 아르헨티나의 한 농장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가축에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았죠. 소가 내뿜는 메탄(CH4)을 포집하는 전자 마스크를 개발한 젤프(ZELP)입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인 젤프는 소가 트림을 하면서 나오는 메탄을 막기 위해 직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소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건데요. 메탄의 95%는 소의 입과 콧구멍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

젤프의 마스크는 소가 내뿜은 메탄을 촉매를 통해 이산화탄소(CO2)와 수증기로 변환시킵니다. 소의 메탄 배출량을 최대 60%까지 줄이도록 설계됐죠.

물론 CO2도 온실가스 아니냐 반문할 수 있습니다. 허나, 프란시스코는 젤프의 마스크가 축산업의 기후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단언하는데요. 그는 메탄이 CO2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1배 높은,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WP)가 CO2보다 21배 높다고?

 

© Aerseeds 제공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해 만든 공기역학적 씨앗 꼬투리 🌱

전 세계적으로 산불과 벌목으로 인해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황.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조림 분야에 드론,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터키 출신 쌍둥이 디자이너 베검과 바이크 아야스칸 자매의 프로젝트는 너무 쉽고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커피찌꺼기(커피박), 바나나 껍질, 찻잎 등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종이에 씨앗을 담아 자연으로 날리는 에어시드(Aerseeds) 프로젝트인데요.

특이하게도 이 프로젝트는 작물 살포기나 태양열 동력 비행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자연의 바람에 의지합니다. 쌍둥이 디자이너들이 바람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어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길 바랐기 때문인데요.

이를 위해 에어시드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설계됐습니다. 낙하산이나 민들레처럼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데요. 덕분에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에 살포할 수 있죠.

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운영)를 시작한 다음 터키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아야스칸 형제는 은 첫 2~3년은 씨앗 없이 에어시드만 날려 토양 재생에 집중하고 그 다음 씨앗을 투입할 거라 설명하는데요. 토양이 재생돼야 종자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 Amphibio 제공

다이빙 장비에서 100% 재활용 가능 섬유로 🥽

현재 기능성, 고성능의 아웃도어의 대부분은 코팅 등에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분리가 어려운 다층 직물이라 재활용도 거의 불가능한데요. 앰피바이오(Amphibio)는 최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화학물질이 없는 야외용 기능성 섬유 앰피텍스(AMPHITEX)를 개발했습니다.

앰피텍스는 모든 레이어가 100% 재활용 가능한 단일 소재인 Amphidry로 구성됩니다. 이 소재는 본질적으로 *초소수성이기 때문에 별도의 화학물질로 코팅할 필요도 없죠.

사실 앰피바이오가 처음부터 고성능 방수 직물을 개발하려 했던 건 아닙니다. 당초 앰피바이오는 수중 호흡 장비를 위한 인공 아가미를 개발하고 있었는데요. 앰피바이오의 대표이사 겸 디자이너인 준 카메이는 해상도시 등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의 생활양식이 바뀐 미래를 상상하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회사명의 유래인 ‘양서류(amphibian)’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죠.

회사 측은 인공 아가미 기술이 아웃도어 의류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앰피텍스를 개발하게 됐다는데요. 기능성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의료산업의 개인 보호 장비(PPE), 식품포장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초소수성: 표면이 매우 큰 소수성을 지녀서 물에 잘 젖지 않는 현상.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Digit, Xellyfish, Race for the Arctic, Resting Reef_greenium 편집

이번 수상작은 총 125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선정됐는데요. 수상팀은 앞으로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5만 파운드(한화 약 7,800만 원)의 자금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건물 탄소발자국을 제어하는 플랫폼 디짓(Digit), 해파리처럼 부유하며 미세플라스틱을 추출하는 장치인 ‘Xellyfish’, 북극 운송로의 미래를 그리는 다큐 보드 게임 레이스 포 더 아틱(Race for the Arctic), 등 선정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지난 그리니엄 레터에서 순환디자인으로 소개한 레스팅 리프(Resting Reef) 또한 결선 후보에 올랐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