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같이 거대한 문제 앞에서 개인은 쉽게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정치인이나 자선사업가가 아니어도 각 개인들도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그리고 고용주 또는 직장인으로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본인의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남긴 말입니다. 세계 최대 자선단체 ‘빌&멜린다 재단’ 공동이사장이기도 한 빌 게이츠. 그가 지난 10여년간 몰두한 주제는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빈곤 및 질병퇴치 활동에 맞서며 맞닥뜨린 에너지 빈곤 문제가 기폭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게이츠는 본인의 저서에서 “세계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지만, 그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혁신적이고 저렴한 기후테크가 필요하다고 게이츠는 강조합니다. 게이츠는 지난 9월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의 팟캐스트 제로(Zero)에 출연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은 (현재보다) 더 좋고 저렴한 대안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15년 11월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 첫날 빌 게이츠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 그룹 출범 소식을 발표했다. ©Breakthrough Energy

빌 게이츠, 기후문제 해결 위해선 ‘녹색 프리미엄’ 없애야 해 🤔

기후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을 차츰 없애야 한다고 게이츠는 강조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게이츠의 저서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기후대응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제품을 생산·공급·소비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요. 가령 지속가능한항공유(SAF), 암모니아 선박 등을 개발하고 구입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이 커지면 친환경 기술이 시장에서 보편화되기 어렵단 것입니다.

게이츠는 녹색 프리미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브레이크스루에너지(Breakthrough Energy)’ 그룹을 설립했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설립됐는데요. 크게 ▲혁신 투자 ▲혁신 확장 ▲정책 솔루션 마련 등 3가지 목표에 맞춰 투자 및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는 현재 기후펀드 2개를 운영 중입니다.

하나는 기후테크 및 녹색전환 스타트업 육성 및 기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EC)’인데요. 해당 펀드는 올해 1월까지 기업 및 자선단체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보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입니다. 게이츠의 두 번째 기후펀드로 불리는 BEV. 10억 달러(약 1조 4,250억원) 규모로 에너지, 농업, 폐기물 등 혁신적인 기술에 주로 투자되는데요.

 

▲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75곳에 투자했다. ©Bill Gates, 페이스북

미국 태양열 재생에너지 기업 헬리오겐(Heliogen), 탄소전환 전문 스타트업 트웰브(Twelve), 그린콘크리트 개발 기업 카본큐어(Carbon Cure) 친환경 에어컨 개발 스타트업 블루프런티어(Blue Prontier), 직접공기포집(DAC) 스타트업 서스테라(Sustaera) 등 75개 기업(2022년 10월 기준)에 투자했습니다.

게이츠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 번째 기후펀드를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후기 단계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도 추가 조달할 것이라고 게이츠는 설명했는데요. 자금 조달에 “분명한 관심을 보인 투자자들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75곳에 투자했다. ©Bill Gates, 페이스북

“혁신 없이는 기후변화 해결할 수 없어”…가용한 모든 자원 쏟아부어야 해 💰

게이츠는 “혁신 없이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BEV는 아무 일도 없던 시기에 기후혁신 분야에 진입했으며, 전문지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게이츠는 이어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게이츠는 탈탄소화의 길이 항상 화석연료와 멀어지는 직선 경로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노력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생긴 점을 언급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EU 회원국 일부는 에너지 위기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했는데요. 게이츠는 이에 대해 “짧은 범위에서는 배출량이 증가하더라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매우 어렵지만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쟁이 최대한 빨리 끝날수록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게이츠는 기후변화 이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의료비용 급증,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규모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때문에 대다수 사람과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게이츠는 지적했습니다.

 

▲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 참석한 빌 게이츠의 모습. ©Karwai Tang

빌 게이츠, “역성장으로는 기후변화 해결할 수 없어” 📢

한편, 게이츠는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선 소비축소, 이른바 ‘역성장(degrowth)’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기후변화 우려 때문에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게이츠는 풍족한 생활 여건을 갖추고 실제로 소비를 줄일 여력이 있는 일부 국가나 개인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들만으로는 기후변화를 억제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충분히 감축하지 못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육식을 그만 두고 좋은 집을 갖는 것을 그만두라거나, 욕망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라면서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설득에 의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게이츠는 “사람들은 기후 요구 사항 때문에 (경제적·사회적으로) 나빠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기후대응을 위해선 설득을 넘어 지구촌 전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을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