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 Cleanup)이 현재까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에서 총 206톤 이상의 해양폐기물을 수거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2013년 설립된 오션클린업은 해양폐기물 수거에 초점을 둔 곳입니다. 2040년까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90%를 없애겠다는 목표 아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중 하나가 ‘시스템 002(System 002)’입니다. 해당 기술에는 ‘제니(Jenny)’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오션클린업이 개발한 시스템 002는 두 선박이 양측에서 그물을 U자 형태로 펼칩니다. 선박들이 그물을 끌고 가면 수심 4m 내에 부유하는 폐기물이 그물 안에 모입니다.

이후 폐기물이 가득 차면 그물을 배 갑판 위로 올려 쏟아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 수거 작업을 계속하는 것.

오션클린업은 바다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분류 및 건조시킨 다음 무게를 달아 태그도 붙입니다. 해양 폐플라스틱의 경우 선글라스 제작 등에 사용될뿐더러, 수거량은 투명성 보장을 위해 제3자로부터 감시 및 검증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나 오션클린업의 해양폐기물 수거 방식이 해양생물도 포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 오션클린업의 시스템 002를 통해 수거된 쓰레기들의 모습 ©The Ocean Cleanup

“오션클린업 해양폐기물 수거 방식? 초원을 불도저로 미는 것과 같아” 🌊

수면 가까이에 사는 생물을 일컬어 수표생물(水表生物), 영어로는 ‘뉴스톤(Newston)’이라 합니다. 해파리나 군소(바다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부터 플랑크톤에 이르기까지 뉴스톤을 구성하는 종류는 다양하나, 해양생태계에서 먹이사슬 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뉴스톤이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와 함께 바다 위를 떠다닌다는 연구가 지난 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게재됐습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레베카 헬름 미국 조지타운대 해양생물학과 부교수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표본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해당 지대에 뉴스톤이 활발하게 번성하고 있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연구 속에 담긴 뉴스톤의 모습 a항해 해파리Velella velella의 모습 b브로우치관해파리Porpita porpita의 측면 c작은부레관해파리의 측면 d보라달팽이의 측면 e푸른갯민숭달팽이의 모습 ©Denis Riek

이들 생물 또한 바다 위 플라스틱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해류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헬름 부교수는 해양폐기물 수거에 사용되는 그물이 뉴스톤까지 포획할 수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헬름 부교수는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다 한가운데 무분별한 청소는 좋은 생각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그건 초원을 불도저로 밀어내는 것과 같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헬름 부교수는 그러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되기 전에 수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미국 스미소니언환경연구센터(SERC)와 하와이대 공동연구진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 대규모 해양생물 군집이 형성돼 있단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습니다.

일부 해양생물이 플라스틱 부유물에 붙어 산다는 점은 이전에도 알려졌으나, 군집을 형성할 정도로 퍼졌단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수거된 해양폐기물이 오션클린업 갑판에 놓여진 모습 ©The Ocean Cleanup

오션클린업 CEO “뉴스톤 생태계까지 고려한 수거 시스템 설계할 것” 🧪

헬름 부교수는 2019년 오션클린업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폐기물을 처음 수거했을 당시에도 똑같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당시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Atlantic)에 기고를 통해 오션클린업의 폐기물 수거 방식이 뉴스톤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헬름 부교수는 “오션클린업의 총 164장의 환경영향평가(EIA) 보고서에는 뉴스톤이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해당 기고문은 오션클린업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보얀 슬랫 오션클린업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해당 기고문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며 “뉴스톤 생태계까지 고려한 수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슬랫 CEO는 “물론 이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양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여러 곳에서 실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오션클린업 선박에 끌어오린 해양폐기물에서 잡어를 골라내는 작업자들의 모습 ©The Ocean Cleanup

‘저인망어업 vs 해양보호’…오션클린업 수거 방식 둘러싼 엇갈린 시선 👀

오션클린업의 수거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는 비단 헬름 부교수만은 아닙니다.

일부 해양생물학자들은 해양폐기물을 수거할 수 있단 점을 우려하면서도, 오션클린업의 수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해양생태계에 전반적인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오션클린업의 해양폐기물 수거 방식이 되려 생물다양성을 손실시킬 수 있단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캐나다 정부 산하 베드포드 해양학연구소의 클라크 리처즈 박사는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VOX)와의 인터뷰에서 오션클린업의 폐기물 수거 방식이 ‘트롤링(저인망 어업)’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독일 알프레트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AWI)의 멜라니 버그만 박사 또한 해양생물을 혼획하지 않고 폐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일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버그만 박스는 “(그물에 혼획된 해양생물 중 일부는) 다시 바다에 돌려보내도 죽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션클린업에서 해양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마티아스 에거 박사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에거 박사는 오션클린업의 그물이 얕을뿐더러, 물고기들이 그물 아래로 지나갈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에거 박사는 “오션클린업은 해양생물을 돕기 위해 설립된 곳”이란 점을 피력했습니다.

 

▲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오션클린업이 수거한 해양폐기물과 같이 혼획된 해양생물을 분류한 그래프 물고기가 84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상어와 연체동물 그리고 바다거북 순이었다 ©The Ocean Cleanup

해양생물 어획 방지 위한 시스템 설계…“그럼에도 일부 어획 발생” 🐟

오션클린업은 해양생물학자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해양생물 어획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선박이 그물을 견인하는 속도를 시속 0.5~1.5노트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또 그물에 밝은 색상의 조명과 재료 등을 붙여 해양생물이 알아서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이 그물에 혼획될 경우를 가정해 그물 곳곳에 여러 개의 호흡구멍이 설치됐습니다. 또 분기별로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해양생물 어획은 불가피했다고 오션클린업은 밝혔습니다. 오션클린업은 지난 4월 중간평가에서 “부수어획의 발생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며 “어류, 연체동물, 갑각류, 따깨비 등이 해양폐기물과 함께 혼획됐다”고 밝혔습니다.

 

▲ 오션클린업의 해양폐기물 수거 그물 시스템002안쪽와 시스템03바깥의 크기를 비교한 모습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청소를 위해서는 시스템 002의 경우 50개 이상의 단계가 필요했으나 시스템 03은 그 단계를 10단계 미만으로 효율화했다 ©The Ocean Cleanup

또 오션클린업은 “해양폐기물 수거 당시 어떤 뉴스톤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수거 활동이) 뉴스톤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거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 추가 분석이 진행 중이며, 뉴스톤 생태계 연구결과는 동료평가(피어리뷰)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오션클린업은 밝혔습니다.

한편, 오션클린업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내 폐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이전보다 시스템과 크기를 모두 키운 ‘시스템 03(System 03)’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시스템 002보다 크기가 3배 더 클뿐더러, 기능 면에서도 10배 이상 개선됐다고 단체 측은 밝혔습니다.

시스템 03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사용될 계획입니다.

 

▲ 오션클린업의 해양폐기물 수거 그물 시스템 002 앞에 있는 물고기떼의 모습 ©The Ocean Cleanup

생태계 고려한 폐기물 수거체계 필요…“플라스틱, 해양 유입 방지가 중요” 🎣

오션클린업의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양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하면, 매년 800만 톤이 넘는 폐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은 지금처럼 플라스틱 폐기물을 버리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폐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과학자와 연구진 모두 해양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해양폐기물 수거 방식에 있어서는 시선이 엇갈리는 것.

뉴스톤 등 해양생태계 전반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할뿐더러, 애초에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나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단 것이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헬름 부교수 또한 “오션클린업이 선의를 갖고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뛰어든 것을 알고 있다”며 “(바다가 아닌) 강이나 하구 등에서 폐플라스틱 유입을 막거나, 대규모의 환경영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바다로 쓰레기 유입 막는 네덜란드 ‘거품 장벽’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