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유명 식물성 대체우유 브랜드인 오틀리가 영국 낙농업계와의 우유 표기 소송에서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고등법원은 2019년 오틀리의 ‘우유 다음세대(Post Milk Generation)’ 표기가 소비자를 오인한다고 제기한 영국 낙농협회의 주장을 기각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리처드 스미스 고등법원 판사는 식물성 대체우유 제품이 마케팅에서 우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에 재판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해당 소송에 대한 식물성 대체식품 업계와 낙농업계 간의 힘겨루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홍보 문구서 시작된 오틀리 VS 英 낙농협회 소송, 1심선 패배했다고? 🤔
이번 소송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오틀리의 식물성 대체우유를 ‘우유’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우유를 우유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오틀리 또한 식물성 ‘음료(Drink)’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식물성 대체우유를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과정에 ‘우유(milk)’라는 표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소송의 발단은 2019년 오틀리의 마케팅이었습니다.
당시 오틀리는 자사의 귀리 기반 식물성 유제품 홍보를 위해 ‘우유 다음세대(Post Milk Generation)’ 문구를 특허청(IPO)에 상표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허나, 신청 직후 영국 낙농협회는 우유란 단어를 “가축의 분비물이 아닌 제품과 관련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의를 받아들인 특허청은 오틀리의 상표 등록을 취소합니다. 이에 오틀리는 항소했지만 1심에선 패소하게 됩니다.
4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1심 뒤엎은 오틀리 승리 비결은? 🏆
그런데 지난해 12월 영국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엎고 오틀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오틀리의 주장은 간결하면서도 영리했습니다. ‘우유 다음세대’란 문구가 우유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식물성 음료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뜻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비교되는 표기로는 ‘차세대 우유(Next Generation of Milk)’를 들 수 있습니다. 해당 문구는 제품의 속성을 우유에 빗대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말장난 같지만 이러한 오틀리의 전략은 고등법원 재판부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상품이 우유로 판매되지 않으며 상표는 슬로건의 일부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오해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우유가 아닌 식품 포장에 우유라는 단어를 어떤 경우에도 금지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재판부는 덧붙였습니다.
‘우유’ 마케팅 공방 처음이 아니었다? “2021 슈퍼볼 광고, 알고 보니?” 📺
오틀리가 낙농업계와의 공방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1년 2월 미국 슈퍼볼에서 가장 화제가 된 오틀리 광고에도 뒷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의 챔피언 결정전 중간에 송출되는 슈퍼볼 광고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로 불립니다.
그렇게 중요한 광고에서 오틀리는 30초간 귀리밭에 한 남자가 이상한 건반을 치며 노래하는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오틀리의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피터슨.
피터슨 CEO는 광고에서 “우유 같지만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와, 소는 없다”는 가사를 반복했습니다.
광고 직후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오틀리는 오히려 “나는 그 오틀리 광고가 정말 싫다”는 티셔츠를 무료로 제공하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 광고 영상은 2014년 스웨덴 TV 광고용으로 제작된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당시 스웨덴 낙농업계의 소송으로 사용 금지 처분을 받아 송출되지 못했습니다. 노래 가사에 ‘우유’가 포함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세계 식물성 대체단백질 VS 축산·낙농계 갈등 ↑”…韓은? 🇰🇷
한편, 대체식품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제품 표기를 둘러싼 업계 간 갈등도 치열한 상황입니다.
2019년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비욘드미트의 나스닥 상장은 식물성 대체단백질 산업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이후 위기감을 가진 축산·낙농업계의 표기 소송과 정책 로비가 줄을 이었습니다. 작년 한해 전 세계 각지에서 식물성 식품에 대한 공세가 거셌습니다.
- 미국 🇺🇸: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3월 대체우유에 우유 표기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식물성 유제품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 칠레 🇨🇱: 지난해 4월 정부는 식물성 식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영향으로 5월에는 현지 푸드테크 스타트업 낫코의 식물성 대체우유 제품 ‘낫밀크(Not Milk)’의 상표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 프랑스 🇫🇷 : 같은해 9월, 프랑스 생산·판매 제품에 한해 식물성 식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프랑스는 앞서 2022년 유럽연합(EU) 최초로 식물성 식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나 회원국들의 반대로 유예한 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또한 지난해 11월 식물성 식품에 대한 표기를 강화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대체식품 표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체우유에 식물성을 표기하더라도 ‘우유’와 ‘유’ 표기를 병기할 수 없습니다. 대체육 제품명에도 소고기·돼지고기·계란 등 1차 식품의 명칭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 가이드라인은 상표권이 아닌 제품명에만 적용됩니다. 식약처는 각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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