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가 기후변화 대응에서 급격히 이탈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단 한 달 만에 골드만삭스가 세계 최대 기후 연합체에서 탈퇴했고, 미국 주요 은행들이 뒤따랐습니다.
기후과학을 부정하는 행정부의 압력과 은행 내부의 회의론이 결합한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이득을 위한 이 같은 후퇴가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은행권의 집단 철수, 정치와 현실 사이 🏦
골드만삭스는 2024년 트럼프 당선 직후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ZBA)에서 철수했습니다.
첫 미국 은행의 탈퇴였지만 마지막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몇 주 만에 JP모건, 모건스탠리, 시티그룹 등 주요 은행들이 연달아 문을 나섰습니다.
이는 표면적으로 기후변화를 ‘사기’라 부르고 탄소중립 목표를 경멸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선제적 순응’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더 복잡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행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NZBA 탈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지지하는 투자자와 환경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골드만삭스의 탈퇴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JP모건 이사회는 경쟁사의 탈퇴와 자사의 입장을 논의했고, 모건스탠리의 지속가능성 담당 고위 임원들은 트럼프 취임을 앞둔 시점에 NZBA 잔류의 실익을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결론은 ‘없다‘였습니다.
기후목표와 현실의 간극 📊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CEO 데이비드 맥케이는 NZBA가 “점점 더 실현 불가능해지는 시나리오에 묶여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은행은 1월 말 NZBA에서 탈퇴했습니다.
NZBA 서명 은행들은 2050년까지 넷제로 배출 달성과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향후 20년 내 지구가 1.5°C 한계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유엔은 현재 궤도라면 인류가 그 두 배 이상의 온난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그룹의 아니켓 샤 지속가능성 전략 책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는 2050년 넷제로 달성 경로에 있지 않습니다. 그런 경로에 맞춰 대출이나 투자 관행을 조정하라는 요구는 사실상 가상의 세계에 맞추라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대형 은행들의 탈퇴에 대응해 NZBA는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회원사들의 포트폴리오를 1.5°C 시나리오에 맞춰야 한다는 요건을 없애는 방안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검토 중입니다.
NZBA 대변인은 “연합체는 은행들의 넷제로 전환을 돕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며 “회원사들의 진화하는 요구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행들의 양자택일… 수익성 선택한 월스트리트 ⚖️
ABN암로의 라리사 데 바로스 프리츠 수석 채권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요한 딜레마를 지적했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이 환경 공약을 폐기하고 화석연료 지원을 강화하는 시점에 야심찬 기후전략을 추진하는 은행들은 ‘재무상태표 자산의 축소‘에 직면할 수 있다.”경고했습니다.
반면, 정부가 다시 친환경 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이들 은행은 수익성 없는 좌초 자산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COP26 유엔 기후 챔피언을 지낸 나이젤 토핑은 “현재로서는 탈탄소화에 집중하는 은행일수록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어떤 은행 CEO가 ‘화석연료 부문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한다면 회사의 수익 잠재력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다음 날 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전 바클레이즈 뱅커이자 현 그린파이낸스 인스티튜트 대표인 리안-마리 토마스는 “금융기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리스크를 인정하는 것이 사업적 이익“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수탁의무가 넷제로 경로와 일치하는 기회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로 자주 인용되지만, 과학에 기반해 시장 건전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거래도 궁극적으로는 시장 회복력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고 지적합니다.
국가별 대응의 극명한 차이 🌐
하지만 미국 금융계의 기후 후퇴는 더 넓은 범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개발을 촉진하고 기존의 기후대응 노력을 무력화하는 동안, 기업들은 과거 환경 개선에 기여하던 녹색채권 발행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2025년 1분기, 미국 기업이 발행한 달러화 녹색채권은 단 1건에 불과해 최소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이 시장을 주도하던 은행, 유틸리티, 애플, 월마트 같은 기업들도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의 앤드류 포레다 책임연구원은 “특히 미국에서는 급격한 하락세와 암울한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는 배출량 감축 노력 부족을 이유로 ING그룹을 고소했습니다. 일본의 1.7조 달러(약 2,295조 원) 규모 공적연금은 장기 수익에 중요하다며 지속가능성 관련 투자 지침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미국 내 정치적 압박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들은 웰스파고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포기하자 은행에 대한 조사를 중단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 누가 옳았을까, 시간만이 답해줄 것 🔮
기후금융은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단기적 이익과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는 가운데, 장기적 기후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유럽과 아시아가 지속가능한 금융을 이어가는 반면, 미국은 급격한 후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후변화라는 장기적 위험에 대한 준비를 늦추는 이중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정책 환경이 다시 변화할 경우, 현재의 결정이 미래에 큰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